이명박 정부를 보내며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이명박 대통령의 5년 임기가 오는 24일로 끝난다. 이 대통령은 19일 마지막 국무회의와 고별 연설, 출입기자와의 오찬 간담회에서 그동안의 소회를 밝혔다.

“역사의 평가를 받겠다”고 한 이 대통령은 미국발 금융위기 등 세계 경제의 위기 속에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은 오히려 상승했고 G20 정상회의, 핵안보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것을 업적으로 자평했다.

이에 대해서 이론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의 관심은 언론계에 대한 언급에 먼저 쏠렸다. 그는 언론의 비판적 보도에 대해 “기분 나빠하면 나만 손해다. 감정을 안 가지고 본다. 이렇게 쓴 사람도 되돌아보면 ‘그게 아니었구나’라고 느낄 것이라는 확신이 있어 불쾌한 것을 참는다”고 했다.

언론에 대한 불편함을 감추지 않은 이 대통령은 “‘일을 해보면 우리를 안다. 일을 아는 사람은 우리를 이해할 것이다. 일을 안 해본 사람, 모르는 사람은 우리를 많이 비판할 것’이라고 격려한다”고 말했다. “모르는 것이 꺼떡댄다고 할 수…”라고 했다가 “꼭 그런 것(꺼떡댄다)은 아니고”라고 즉석에서 말을 고치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 5년은 언론계에 적지않은 사건이 일어난 기간이었다. 사건이 많기만 했던 게 아니다. 기자협회보가 최근 언론학 교수들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95.7%가 “현재 언론계의 갈등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답한 것만 봐도 어떤 양상이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노사, 보수와 진보, 매체별로 갈기갈기 찢어진 게 현재 우리 언론계의 자화상이다. 이는 2008년 광우병 파동 이후 본격화되기 시작한 현 정부의 ‘언론 장악’ 드라이브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정부 기관이 총동원돼 먼지털이 식으로 진행된 KBS 정연주 사장 축출 작업은 압권이었다. 김재철 사장의 취임에서 시작된 MBC사태는 50년 넘는 역사의 방송사가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점을 일깨워줬다.

또 부인하기 힘든 사실은 지난 5년간 한번이라도 해고됐던 언론인들은 총 28명에 달한다는 것이다. 재심에서의 경감이나 특별채용 등 형태로 일부 복귀했지만 아직까지 해고 상태인 언론인은 총 18명이다. 업무상 과실이나 파렴치한 행위로 일터에서 쫓겨난 것이 아니다. 모두 공정보도, 낙하산 사장 반대, 총파업 등 정치적 이유에 직간접적으로 연관이 돼있다. 이 대통령의 임기는 끝나지만, 5년을 넘어서도 해직의 임기를 끝내지 못한 6명의 YTN 기자들도 있다.

이 대통령은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을 특별 사면하며 언론장악의 중심에 섰던 ‘형님’에 대한 의리는 끝까지 지키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까지도 자신의 임기 내 언론계가 감수해야 했던 갈등과 고통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언급하지 않았다. 최소한의 유감 표명도 없이 언론 탓만 반복했을 뿐이다.

“가장 열심히 일한 대통령”이란 자부심은 그래서 더욱 공허하다. 현대사회에서 게을러서 실패한 위정자는 흔하지 않다. 지혜는 없이 열정만 가득한 정치 지도자가 가장 위험하다는 것은 불문가지다. 이제 이명박 대통령의 그 ‘열정’에 대한 역사의 진정한 평가가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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