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대우가 고품격 콘텐츠의 힘' 믿음속 급여·복지 정상급 지원

언론인 복지 지금부터 시작하자 (4)외국 유수 언론사 복지제도



   
 
   
 
NYT, 평균 연봉 9만달러로 美기자 평균 2배
FT·WSJ, 연금 지원…일본, 정년 60세 보장


뉴욕타임스와 파이낸셜타임스 등 세계적인 언론사들은 ‘최고의 대우가 고품격 콘텐츠를 만든다’는 원칙 아래 다양한 복지체계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자들에게 최고 수준의 급여를 보장하고 노후대비 연금을 지원하며 의료혜택, 재교육 기회 등도 주고 있다. 일본의 경우 종신고용제 전통에 따라 대체로 안정적인 정년을 보장하고 언론인들의 노후를 위해 각종 연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뉴욕타임스, 노후 대비 직원연금 운영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명성에 걸맞게 자사 소속 기자들에게 최정상급의 보수와 복지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2012년 기준으로 뉴욕타임스 기자의 평균 연봉은 9만3202달러(약 1억원). 미국 노동통계국(BLS)이 집계한 미국 풀타임 기자들의 평균 연봉(4만3207달러)의 2배가 넘는 액수다. 뉴욕타임스는 성과에 따라 장단기 인센티브 급여를 주기도 한다.

노후 대비를 위해서는 2가지 형태의 연금을 운영한다. 먼저 ‘종업원저축제도(401(k) Savings Plan)’로 알려진 기업연금 유형이다. 회사와 사원이 각각 일정액을 사원별로 개설된 계좌에 넣어 운용한 뒤 원금과 수익금을 퇴직연금으로 지급하는 방식이다. 갹출금에 대해서는 사원도 소득세를 내지 않고 회사 역시 법인세를 내지 않기 때문에 그만큼 이익을 보게 된다. 또 하나는 ‘우리사주제(Employee Stock Purchase Plan)’ 형태로 사원들이 뉴욕타임스 및 관계기업의 주식을 할인가로 매입할 수 있다.

NYT는 퇴직금을 펀드로 운용해 그 수익금을 배당한다. 회사가 9개의 투자펀드를 제공해 선택의 폭이 넓다. 이밖에 사원과 그 가족들에게 생명보험료를 전액 회사 부담으로 가입하고 사원의 전문성 함양에 필요한 교육비 기회를 제공한다. 또 사원들의 자선활동 및 봉사활동을 정기적으로 후원하고 있으며 자녀를 입양할 경우 최대 6000달러(약 660만원)까지 지원한다.

월스트리트저널, 보험·의료서비스 만전
미국의 경제 일간지인 월스트리트저널(WSJ) 역시 급여와 복지체계가 잘 갖춰져 있다. 평균 연봉은 7만8333달러(약 8600만원)로 미국 기자 평균연봉의 2배에 가깝다. WSJ는 은퇴 후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연금을 운영한다. 하나는 NYT에서 운영하는 종업원저축제도와 같은 것으로 회사는 매년 급여의 3%를 고정적으로 지원한다.

‘금전구입제도(Money Purchase Retirement Plan)’도 운영 중인데, 회사의 단독 출연 혹은 사원과의 공동 출연으로 급여의 일정 비율을 갹출해 연금을 구입하는 방식이다.

WSJ는 모든 사원들에게 연봉의 약 150%까지 받을 수 있는 생명보험료를 전액 지원한다. 출장시 사고로 사망하는 경우에는 기본 보험료 외에 연봉의 700%(최소 10만달러에서 최대 200만달러)까지 받을 수 있다.

또 전국 각지의 병의원과 제휴 협정을 맺고 사원들에게 할인 가격으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치과 질환 예방과 관련한 진료에는 매년 개인당 2500달러까지 100% 환급을 실시하고 치아교정에는 평생 동안 2000달러까지, 장기간 치료에 대해서는 매년 부분적으로 150~200달러를 지원한다. 이밖에 연간 400달러까지 휘트니스센터 이용비를 지원한다.

파이낸셜타임스, 회사 주식 할인가 매입
영국 경제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의 평균 급여 수준은 알려진 것이 없지만 초임기자의 연봉 최저기준이 4만파운드(약 6500만원) 정도다. 영국 기자들의 평균 연봉이 약 2만5000파운드(약 4200만원), BBC 기자들의 평균 연봉이 4만2349파운드(약 6900만원)를 감안하면 FT의 높은 급여수준을 짐작할 수 있다.



   
 
  ▲ 세계적인 언론사들은 기자들이 업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최고 수준의 급여를 제공하고 각종 복지제도를 갖추고 있다. 사진은 뉴욕에 위치한 뉴욕타임스 본사.(뉴시스)  
 
FT 사원들은 모기업인 피어슨그룹의 연금제도에 따라 다양한 추가 급여 혜택을 받고 있다. 특히 피어슨그룹에서 운영하는 모든 기업의 주식을 할인가로 매입, 소유할 수 있는 ‘우리사주제(Save for shares)’를 실시한다. 또 모든 사원들에게 연봉의 최대 4배까지 보장하는 생명보험 서비스와 여행경비 등을 포함해 직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각종 무이자 대출제도도 있다.

FT가 강조하는 부분은 교육 및 연수 지원이다. 경영대학원 및 관련 전문 교육을 이수할 수 있도록 공적 휴가와 학비를 전액 지원한다. 국제토론회 참가비도 보조한다.

일본 언론, 주택수당 등 주거비용도 지원
일본의 경우 안정적인 정년과 타 업종에 비해 높은 급여체계를 갖고 있다. 일반적으로 일본 언론사는 정규직일 경우 만 60세까지 정년을 보장한다. 급여 수준은 타 업종에 비해 높은 편이다. 아사히신문사 5년차 기자의 경우 급여와 제수당을 합해 약 800만엔(약 8800만원) 안팎의 평균임금을 받는다.

특이한 점은 주거 지원이다. 소규모 신문사를 제외하고 일반 언론사에서 월 5000엔(약 5만5000원)에서 2만4000엔(약 26만4000원)까지 주택수당을 지급하며 전근자나 독신자에게 별도의 숙소를 제공한다.

언론인 복지와 관련해 일본 언론계에 나타난 특징은 후생연금기금이다. 일본의 연금제도는 국민연금, 후생연금, 기업연금, 개인연금 등 4층의 구조로 이뤄져 있다. 직장인은 누구나 국민연금과 후생연금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기업연금은 우리나라의 퇴직연금에 해당하는데 회사는 노동자와 협의해 확정급부형, 확정갹출형, 후생연금기금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 가입한다.

1971년에 시작한 ‘도쿄도 보도사업 후생연금기금’은 도쿄에 소재하는 신문사, 방송사 및 관련 기업 종사자들이 단체로 법인 형태의 기금 사무국을 만들어 자금을 운용한다. 2012년 기준으로 도쿄 소재 251개 언론사 및 소속 사원 1만4244명이 가입돼 있다.

도쿄를 제외한 지역은 ‘전국신문업연금기금’이 운영된다. 지역 일간지 및 신문관련 기업체에 근무하는 사람들이 대상이다. 1993년에 설립된 이 연금은 운용내용과 형식이 도쿄 후생연금기금과 비슷하다. 2012년 현재 58개 신문사 및 관련 기업이 가입돼 있으며 회원수는 6132명이다. 가입자에게는 사망 조위금과 휴양시설 이용료 지원 등의 부대혜택도 있다.

NYT, WSJ, FT 등 세계 정상급 언론사들은 뚜렷한 경영철학을 갖고 있다. ‘최상의 대우가 최고 수준의 저널리즘 퀄리티를 만들고 그것이 자사의 브랜드가치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기자들에게 업계 최고 대우를 해주고 각종 복지제도를 갖춰 업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언론환경 악화로 구조조정 등 위기도
하지만 언론환경이 악화되면서 이런 원칙들이 훼손되기도 한다. NYT는 2009년 말에 편집국 전체 인원의 8%에 해당하는 기자 100명을 ‘조기 퇴직(buyout)’시킨데 이어 지난해 12월 초에는 중견 간부를 포함한 기자 30명을 조기 퇴직시키기로 했다고 밝혔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도 지난해 말에 전체 8000명의 직원 중 500명을 감원했다. FT 역시 올해 초에 편집국 인원의 5%에 해당하는 인력을 구조조정했다.

2012년 미국의 취업정보 전문사이트 ‘커리어캐스트’는 업무강도, 근무여건, 급여, 스트레스, 고용전망 등 5개 기준에 따라 가장 유망한 직업부터 최악의 직업까지 200개 직업의 순위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신문기자(196위)와 방송인(191위)은 웨이터와 웨이트리스(195위), 접시닦이(193위), 벌목공(200위) 등과 더불어 최악의 직업군으로 뽑혔다. 커리어캐스트는 “디지털이 끊임없이 영향력을 확대하고 주문형 정보를 생산하면서 종이신문과 일상적인 방송뉴스의 소비는 줄어들고 있다”며 “두 직업은 화려한 반면에 스트레스가 높고 장래성과 급여 수준이 급격하게 하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커리어캐스트의 직업선호도를 세부적으로 보면 언론인들은 업무강도와 스트레스가 다른 직종보다 훨씬 높고 급여는 최하위급이라는 특징이 있다. 특히 신문기자의 고용전망은 마이너스 4.75이다. 커리어캐스트의 직업 평가 결과가 언론직의 현재 혹은 미래를 정확히 반영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그러나 현재 나타나고 있는 언론산업 전반의 상황은 그 가능성을 충분히 예고하고 있다. 어떤 형태로든 대책이 강구되지 않으면 언론직업의 혼이라고 할 수 있는 저널리즘은 아예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 다가오고 있다.

             김성후 기자 kshoo@journalist.or.kr
             강진아 기자 saintsei@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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