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방송사 사장의 도덕성 차이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편집위원회 webmaster@journalist.or.kr | 입력
2013.03.06 14:46:47
미국의 한 방송사 사장이 아동 포르노를 내려받다 걸려서 징역 1000년형을 선고받았다고 한다. 귀신이 되어서도 채우기 힘들 것 같은 비현실적인 형량이 내려진 데는 방송사 사장이라는 위치가 고려된 듯싶다. 미국 조지아주 역사상 가장 길다는 형량의 배경엔 ‘방송사 사장에겐 더 높은 도덕적 잣대가 요구되고 더 높은 사법적 판단까지 따라 온다’는 재판부의 고려가 있었을 것이다.
한국에도 손가락질을 받는 방송사 사장이 여럿 계신다. 특히 수십 개의 계열 방송사를 거느린 한 방송그룹의 사장은 차마 입에 담기도 민망한 스캔들의 주인공이다. 이 과정에서 엄청난 액수의 법인카드를 썼고, 회사에 수십억 원의 손해를 끼쳤다는 의혹도 받았다. 이를 문제 제기하는 사원들은 모두 내쫓았다. 국회와 감사원의 지시마저 무시하는 불법행위로 두 기관에서 모두 고발조치를 당했다. 그럼에도 그에게 내려진 처벌은 아직까진 벌금 몇 백 만원이 전부다. 이 방송사의 관리감독을 맡고 있는 공공법인의 이사장은 복사한 수준이라는 논문 표절이 확인됐는데도 물러나지 않고 버티고 있다. 또 한 방송사의 사장은 6년째를 맞은 반 인권적인 해직사태를 지금까지 끌고 있다. 해결을 못하는 것이라면 능력 부족이다. 안하고 있다면 직무유기다. 어느 경우라도 수장으로서 자격 미달이다.
‘한국의 방송사 사장에겐 더 낮은 도덕적 잣대가 요구되고, 특히 정권에 유리한 방송을 하는 한 더 많은 사법적 배려가 따라 온다’는 게 미국과는 다른 우리의 수준일까?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이 전격 사퇴했다. 박근혜 대통령 취임일이었다. ‘정수장학회 이사장으로 소임을 다했다’는 그가 말한 소임이 ‘박 대통령의 취임’인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 하지만 대선 전 정수장학회가 소유한 MBC와 부산일보 지분을 팔아서 경합지역에 투입하자고 논의한 그와 한 방송사 임원의 대화록은 정수장학회가 누구의 것인지 분명히 보여준다.
박근혜 대통령이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 위해선 먼저 정수장학회에서 완전히 손을 떼야 한다. 언론보도는 박근혜 정부의 정책과 집행을 감시와 비판을 통해서 조정할 수 있게 해 준다. 언론이 없으면 관료와 측근의 무능과 부패를 어떻게 알 수 있을 것인가? 신문과 방송을 사실상 소유한 대통령은 스스로 이 기회에 스스로 선을 그어야 한다. 소유의 과정조차 국민이 납득하지 못하는 방법으로 이뤄진 것이 아닌가.
아울러 김재우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과 김재철 MBC 사장, 배석규 YTN 사장 등 MB 정부의 적폐로 남은 방송계 인사들을 하루빨리 정리하고, 이들에게 내쫓긴 언론인들을 제자리로 돌려야 한다. 이들에 대한 판단과 평가는 이미 끝난 것과 다름없다.
MB가 남긴 방송장악 주역들의 친정부 보도에 미련을 두고 새정부도 그들과 함께 가려 한다면 박근혜 정부도 성공할 수 없다. 박 대통령은 미래창조과학부의 방송진흥기능 이관에 대해 “방송장악 의도도 없고 불가능하다”고 호소했다. 진정성을 믿고 싶다. 방송장악의 잔재를 청산하고 혼란에 빠져있는 방송사를 정상화한다면 더이상 토를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성공한 정부를 위해선 언론자유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간절히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