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위기 열쇠는 한국이 쥐고 있다
[글로벌 리포트│미국] 이태규 한국일보 워싱턴 특파원
이태규 한국일보 워싱턴 특파원 webmaster@journalist.or.kr | 입력
2013.03.13 13: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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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태규 한국일보 워싱턴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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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3차 핵실험 정국이 북핵 문제에 대한 미국의 시각을 드러내는 계기가 되고 있다. 연방의회와 백악관, 국무부, 국방부, 언론의 반응에서 묘한 차이가 감지된다. 마구잡이로 한국에 전해지는 미국의 반응과 대책이 어쩌면 일부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그 때문이다. 대체로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침묵하는데 반해 의회는 강경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의회의 이 같은 분위기는 대북 강경론자들의 입김이 세진데다 외교위원회 등의 한반도 실무 담당자들이 최근 물갈이 된 이유가 크다. 새로 짜인 진용이 한반도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데서 수위 높은 발언이 곧 정책화하는 양 부풀려진다. 그러나 미국의 의원들도 정치인인지라 구상 단계의 대북 발언이 언론에 크게 보도되면 이후 관심을 줄이기 마련이다.
행정부에서도 국무부와 국방부는 역할이 다른 만큼 온도 차가 있다. 글린 데이비스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7일 북한과는 대화를 위한 대화는 하지 않겠다면서 대화를 위한 몇 가지 원칙을 제시한 것은 국무부의 분위기를 반영한다. 국무부 내부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국무부가 대화를 위한 밑그림을 그려도 지금 같은 분위기에선 얘기할 곳이 없다고 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먼저 대화 쪽으로 움직이지 않으면 대화의 동력을 찾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국방부는 이 기회에 미사일방어(MD) 체계와 전시작전권 문제를 개입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새무얼 라클리어 태평양사령관은 5일 2015년 전시작전권 이양을 위한 한국군의 주요 역량이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한 뒤, 11일 시작된 키 리졸브 훈련은 이를 확인하는 기회라고 말했다. 전작권 이양이 시기상조라는 미국 국방부 내 우려의 시각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책의 키를 쥐고 있는 백악관은 지난 4년에 걸친 대북정책의 수정 여부를 논의 중이라고 한다. 아직 결론을 내지 못했기 때문인지 최근 북한 핵실험 정국에서 나온 백악관의 반응은 조용한 편이다. 대북 전략이 전략적 인내에서 전략적 무시로 바뀌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반응이 뜸하다. 일각에선 오바마 대통령이 2009년에도 그랬듯 코너에 몰리면서 할 일이 없어졌다고 말한다. 유화 분위기 조성을 위해 북한을 끌어낼 수 있는 ‘말(선물)’을 또 사기에는 정치적 위험 부담이 크다. 정치적으로는 국내 문제가 외교보다 더 중요 이슈가 돼 있다. 연방예산 삭감, 국가부채 상한증액, 이민개혁 등의 현안 해결이 시급해 당장 북한에 대한 ‘인게이지먼트(관여)’에 관심을 둘 여력이 없다.
한 소식통은 “오바마 대통령이 이란 등 중동 문제에 집중하고 남은 에너지를 북한 문제에 써야 할 지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향후 4년의 임기 동안 북한과 협상을 해봐야 뚜렷한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점을 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전반적으로 답이 없는 북핵 딜레마에 빠져 강경으로 흐르는 것처럼 보인다. 보수 논객인 막스 부트 미국외교협회 선임연구원은 “오바마 대통령의 노선은 이전 조지 W 부시 행정부 특히 부시 2기 행정부보다 더 강경하다”며 “계속되는 북한의 도발에 이처럼 대처하는 것은 칭찬받을 일”이라고 치켜세웠다.
미국 언론 가운데 북핵 문제에 적극적 발언을 하는 곳은 뉴욕타임스다. 한국과 미국이 이미 조율한 정책을 가운데 놓고 뉴욕타임스의 보도를 보면 한마디로 ‘삐딱선’을 탔다고 볼 수 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해 12월 미국 국방부가 한국의 요구를 수용, 무인정찰기 드론의 한국 판매를 의회에 요청하자 사설로 동북아 군사지형의 변화를 초래한다며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 드론의 작전 범위가 중국에 이를 수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미국과 함께 대북 강경 제재를 주도하는 한국의 외교기관을 이메일과 전화로 취재하려 했으나 아무런 응답을 들을 수 없었다며 은근히 비판하기도 했다. 또 7일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 2094호 채택을 앞두고는 역시 사설에서 제재와 도발의 악순환을 끊기 위한 새로운 시도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고위급 회담을 촉구했다. 미국 언론의 시각은 남북 문제보다는 동북아 전체 구도를 바라보고 있다.
미국의 다른 분위기를 전하는 워싱턴 인사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은 북한문제, 남북관계는 결국 한국이 풀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 문제를 오래 다룬 인사일수록 목소리 톤을 높여, 미국과 한국의 입장 차이를 말한다. 이들의 말과 워싱턴의 반응에서 발견되는 공통점은 당사자는 한국이란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