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김(兩金) 다 떠나야 MBC 산다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요즘 공교롭게도 ‘만시지탄’이란 말을 자주 쓰게 된다.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이 물러난 데 이어 김재우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 역시 ‘만시지탄’이다.

박사 논문 표절 판정으로 궁지에 몰렸던 김 이사장은 단국대가 학위 취소 절차까지 마치자 더 이상 버틸 핑계조차 잃어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 논문 표절이 아니더라도 각종 ‘의혹의 산실’ 김재철 사장을 비호하며 MBC사태를 악화시킨 책임만으로도 그는 일찌감치 물러났어야 옳았다.

방송통신위원회는 곧장 후임 이사장을 임명할 계획이라고 한다. 김 이사장 후임자는 여당이 추천권을 갖는다. 정부·여당과 방통위는 MBC사태를 합리적으로 해결할 의지와 능력을 가진 이사장을 선임해야 할 것이다. 여야는 지난해 이미 해결방법을 암묵적으로 도출한 바 있다. 출발점은 김재철 사장 퇴진이었다. 다만 대선을 앞둔 정치적 급변기에 약속이 물거품으로 돌아갔을 뿐이다. 이제 그 해법을 다시 가동할 때다.

8명의 해직언론인과 100명이 넘는 징계자를 양산한 MBC사태는 이명박 정권의 추악한 유산이다. 그러나 후임 방문진 이사장 선임을 앞둔 이제부터는 다르다.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이 온전히 그 책임을 이어받게 됐다. 박근혜 대통령도 “방송장악을 할 생각이 없다”고 선언한 만큼 MBC정상화를 이끌 수 있는 철학과 신망을 가진 인물 선임을 뒷받침해야 한다. 이는 교착상태에 놓인 정부조직법 개편안의 원만한 처리를 위한 시금석이 될 것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정권의 공공기관 낙하산 인사도 비판한 바 있다. MBC는 언론사로서 일반 공기업들과는 성격이 다르다. 하지만 김우룡 전 방문진 이사장도 증언했듯 이명박 대통령의 의중에 의해 투입된 인사들이 망가뜨린 MBC를 외면해서는 안된다. 방통위 역시 지난 정권 5년 동안 방송장악의 총사령부로 전락한 과거를 상쇄하기 위해서라도 진중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

MBC에는 지금 기가 막힌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던 앵커들을 견학 안내원으로 전락시키고 1년 넘도록 마이크 한번 쥐지 못하게 하고 있다. 현장을 지켜야 할 기자들이 ‘신천 교육대’로 쫓겨나 특종 대신 울분을 터뜨리고 있다. 겹 징계에 모멸감을 느낀 30년 경력의 기자가 사표를 던져야 했다. MBC 구성원들이 이런 수모를 겪어야 하는 이유는 파업에 참여해 공정방송을 주장했다는 것 하나 때문이다. 그 결과는 지상파 3등 방송으로의 추락이다. 말도 안되는 방송사고가 연발돼도 “밀리면 죽는다”는 아집에 책임자가 문책은커녕 승진되는 판국에 당연한 귀결이다. 아예 지상파 수준이 아닌 ‘제5의 종편’이라는 자조가 빈말이 아닌 지경이다.

김재철 사장은 김재우 이사장이 물러나고 자신이 국회 출석 거부로 벌금 800만원 판결을 받은 날 자신에 대한 비판 글을 썼다는 이유로 후배 기자 한명에게 정직 7개월, 교육 2개월의 중징계를 내렸다. 그것도 정직 6개월을 받고 제기한 재심의 결과다. 무엇이든 상상 이상을 보여주는 김재철 사장의 막가파식 행태에 언론계의 인내는 바닥이 났다.

이 같은 비극의 중심에 김재우 이사장과 김재철 사장이 있다. 김 이사장에 이어 김 사장까지 MBC의 양김이 모두 물러나야 MBC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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