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을 살리자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편집위원회 webmaster@journalist.or.kr | 입력
2013.04.10 16:28:53
올해도 어김없이 신문의 날(4월7일)은 찾아왔고 또 지나갔다.
기자와 경영진, 광고주들이 참가한 가운데 5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신문의 날 기념 축하연이 열렸다. 하지만 신문업계가 처한 현실은 유관단체가 한 자리에 모여 축하떡을 자르고 잔을 높이 드는 일회성 행사로 넘겨버리기엔 너무나 가혹하다.
신문의 위기다. 구독률 하락세가 가파르다. 지하철에서 종이신문을 펴고 기사를 탐닉하는 독자를 찾기 어렵다. 스마트폰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상징되는 미디어환경 변화 때문이기도 하지만 더 큰 원인은 신문에 대한 독자들의 신뢰 상실이다.
정치권력과 일정한 거리를 둔 채 엄중한 잣대로 필봉을 휘둘러야 할 기자들이 권력의 한 축이 되어 훈수를 두는가하면 반대편을 억누르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이른바 ‘진영논리’다. 이에 충실할수록 영향력이 커지고 사세를 키울 수 있을 것이라는 유혹을 떨치지 못한다. ‘특종거리’를 미끼로 언론을 길들이려는 정치권력의 시도에 맞서기는커녕 아예 한 술 더 떠 공공연히 특혜를 요구하며 더 적극적으로 정치에 개입하는 게 대한민국 ‘대표언론’들의 모습이다. 정치권력은 신문시장을 장악한 대형 언론사들에 방송까지 허용하며 언론의 쏠림현상을 부추기고 있다.
이는 고스란히 신문 광고시장의 침체로 이어진다. 가뜩이나 독자 감소로 고민하는 신문업계는 종편들의 무더기 광고 공세까지 더해지면서 광고주의 입김에 더 휘둘리기 쉬운 환경으로 내몰리고 있다. 온라인 매출 증대로 살 길을 모색하던 신문업계는 최근 네이버가 가판대 형식으로 뉴스콘텐츠를 공급하는 ‘뉴스스탠드’를 도입하면서 클릭수가 급감하는 등 직격탄을 맞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신문사들의 존립기반마저 흔들릴 게 뻔하다. 몇 년째 ‘설’로만 나돌던 문을 닫는 유명 신문사가 곧 등장할 지도 모른다. 언론의 권력 예속화 현상은 가속화하고 생존에 급급한 나머지 권력을 비판·감시하는 본연의 역할은 갈수록 작아질 것이다.
신문이 이 지경에 이른 것은 분명 우리 책임이다. 정치권력과 자본의 회유, 협박에 굴복한 탓이 크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불신의 책임을 신문산업 종사자들에게만 떠넘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신문의 위상이 추락할수록 뒤에서 웃음짓는 곳은 견제와 감시의 대상인 정치와 자본권력이다. 그들은 끊임없이 언론의 정파성과 상업성을 부추겼다. 언론이 이토록 망가진데는 권력의 책임도 크다.
전 사회가 머리를 맞대고 특단의 조치에 나설 때다. 낚시성 기사로 온라인과 모바일 공간을 도배하고 정치권과 광고주 입맛에 맞는 기사를 쏟아내는 신문을 그냥 두고만 볼 것인가. 건강한 신문이 다양한 이념과 계층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을 때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는 만개할 수 있다. 일부 대형 신문에 이 같은 공공의 목소리를 기대하는 건 나무에 올라가서 물고기를 잡으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국회에 계류중인 신문산업진흥특별법의 조속한 입법이 필요한 이유다. 이 법은 신문의 인쇄와 배달을 공공재로 인식하는 데서 시작한다. 정부가 지원하고 국고와 방송통신발전기금을 활용해 신문산업진흥기금(프레스펀드)을 만드는 게 핵심이다.
특정 신문을 내 편으로 만들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범 정부 차원에서 신문산업 지원에 나설 때 박근혜 대통령이 강조한 “신문은 지식과 콘텐츠의 보고”라는 신문의 날 기념사도 진정성을 담보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