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유일 분단국의 상처 DMZ…세계기자들 "통일이여 어서 오라"

[세계기자대회 2013] JSA·도라산 현장 방문



   
 
  ▲ 20일 판문점에서 포르투갈 마리아 앙리케 기자와 독일 토비아스 카이저 기자가 북측 판문각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강진아 기자)  
 
긴장감 속 진지한 취재 열기 후끈
파주출입소 앞에서 직접 리포트도
“독일·베트남처럼 한반도도 통일을”


세계기자대회 7박8일 공식 일정의 마지막 날인 20일, 이번 대회에 참가한 74개국 110여명의 기자들은 마지막 현장취재를 위해 DMZ(비무장지대)와 경기 파주시 도라산 일대를 방문했다.

80여명의 기자들은 DMZ를, 20여명의 기자들은 도라산 일대를 찾았다. 이들을 태운 버스가 임진강을 건너는 통일대교를 지나자 기자들의 표정에선 긴장감이 묻어났다. 분주하게 사방을 살피면서 수첩을 꺼내들고 가이드의 설명을 꼼꼼히 받아 적었다.

DMZ는 1953년 ‘한국전 정전협정’에 의해 설치된 곳으로 군사분계선을 중심으로 남북 모두 약 2km씩 확보하고 있는 완충지대다. 유엔사 캠프 보니파스를 통해 DMZ 안 특수지역인 공동경비구역(JSA)에 들어간 기자들은 판문점 자유의 집에서 정면에 있는 북한 초소를 바라봤다.

북측 판문각을 보던 포르투갈 퍼블리코의 마리아 앙리케 에디터는 “비가 와서 처연하고 스산한 느낌이 들지만 이곳은 생각보다 평화롭고 아름답다”면서 “바로 한 걸음을 떼면 전혀 다른 나라가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이전까지 느껴보지 못한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남한과 북한 사이에 있는 유엔군사령부 정전위원회(UNCMAC) 콘퍼런스 빌딩 T2초소에서는 과거 한국전쟁 당시 열렸던 휴전협상 회담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제3초소에서는 건너편에 보이는 북한의 기정동 마을, 평화박물관, ‘돌아오지 않는 다리’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북한땅을 바라보던 기자들은 브리핑을 해준 미군에게 북한 주민들이 살고 있는 기정동 마을의 주민 규모, 주민 직접 접촉 여부 등을 질문하면서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1976년 8월 공동경비구역에서 미루나무 가지치기를 하던 미군 장교 2명이 북한군인에게 도끼로 살해당한 사건이 벌어진 ‘돌아오지 않는 다리’는 버스 안에서 참관했다.

베트남의 탄 니엔 신문 트란 비엣 훙 기자는 “연민이 느껴졌다. 베트남도 분단됐다가 통일됐기 때문에 판문점을 보며 한국 사람들의 아픔과 고통을 느낄 수 있었다”며 “발전된 남한의 모습과 지금 이곳에서 본 것은 너무 다르다. 과거 냉전을 떠올리게 하고 아직 냉전이 끝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돌아오는 길에 파주 출입소 앞에서 벨기에 VRT 기자들은 남북 상황을 직접 보도하기도 했다. VRT의 스테판 카렐 블롬매르트 기자는 “1989년에 독일 장벽이 있던 당시 상황이 생각난다”며 “그때는 외국인이지만 동독에 가서 쇼핑도 하고 했었지만 이곳은 아예 (북한에) 넘어가지 못하고 넘어가면 총을 쏠 수도 있는 상황이라 사뭇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독일 상황을 봤던 사람으로서 독일처럼 한반도도 장벽이 무너지고 하루빨리 통일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도라산 일대를 찾은 기자들의 첫 방문지는 서부전선 군사분계선 최북단에 위치한 도라전망대였다. 개성공단과 그쪽으로 향하는 도로를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곳이다.

대한민국 최전방에 위치한 육군 제1보병사단 전진부대 병사들이 상세한 설명을 전했다. 전진부대는 우리나라 최초로 1974년 창설된 전투사단으로 1번국도와 개성공단 등을 지킨다.

김이호 중령은 “남북한 유일한 소통공간인 개성공단을 지키는 전진부대는 안보와 통일 두 가지 가치를 함께 지키는 유일한 부대”라며 “한반도의 안보와 평화를 위해 여러분의 역할을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김 중령은 또 “저 멀리 개성공단으로 향하는 도로가 보이는데 지금은 개성공단 출입이 통제돼 지나가는 차가 전혀 없다. 속히 개성공단이 다시 열려서 남북이 통일을 향한 길을 열어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도라산전망대에 이어 기자들은 제3땅굴을 찾았다. 1978년 발견된 이 땅굴은 판문점에서 남쪽 방향으로 4km 떨어진 곳에 위치했다. 땅굴 안을 속속 살핀 기자들은 군사분계선이 가까워올수록 집중했다. 녹음기를 꺼내들고 땅굴 안의 작은소리 하나까지도 녹음하는 기자도 있었다. 제3땅굴 취재를 마친 기자들은 서울과 신의주를 잇는 경의선의 최북단역인 도라산역을 방문했다.

기자들은 만나는 병사마다 붙잡고 다양한 질문을 쏟아냈다. ‘통일은 언제 될 거라고 보느냐’, ‘군 복무기간은 얼마나 되느냐’ 등등 평소 궁금했던 것들을 물었다. 이스라엘의 아라드 닐 하버 CH2 기자는 실시간으로 리포트를 담아가기도 했다.

독일통일을 경험한 볼프강 마이어 IFJ 회계고문은 DMZ를 다녀온 후 “당시를 기억하는데 독일의 분열이 통일로 끝맺음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통일은 모든 사람의 꿈인 만큼 현재 상황을 극복하고 (한반도 통일이) 가까운 시일에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들은 새로운 환경에 천천히 적응한다. 때문에 남북통일로 인한 변화는 서서히 포용하면서 진행됐으면 좋겠다. 그래야 남북이 하나의 국가로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앞서 110여명의 외국 기자들은 15일 세계기자대회 개막식 당시 ‘한반도 평화를 위한 세계기자 선언문’을 채택했다. 기자들은 선언문을 통해 “남북한은 지속적인 대화 노력의 결실로 2000년과 2007년 두 차례의 정상회담을 통해 평화 공존과 번영을 약속했지만 최근 또 다시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되면서 전 세계가 걱정과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면서 “북한 화해 협력과 한반도 평화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다. 남북한은 60년 전의 비극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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