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 보고서 단독보도
제271회 이달의 기자상 경제보도 / 서울경제 우승호 기자
서울경제 우승호 기자 jak@journalist.or.kr | 입력
2013.05.01 14: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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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경제 우승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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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BIS=MSCI:ISS’
1997년 11월 21일 밤10시. 임창열 부총리가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200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요청했다”는 것이다. 기업과 금융 부실로 IMF에게 손을 벌렸다.
IMF는 지원조건으로 구조조정을 요구했다.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라는 칼날에 100년 된 은행도 문을 닫았다. 정부는 168조원의 공적자금을 쏟아 부었다. IMF는 사외이사 제도도 요구했다. “이사회가 대주주와 경영진을 제대로 감시하지 못해 기업이 부실해졌다”는 이유다. 기업들은 사외이사 중심의 이사회 제도를 도입했다.
IMF 졸업 후 10년이 지난 2009년. 우리나라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지수 진입을 시도했다. 선진지수 편입은 글로벌 펀드의 주요 투자대상이 된다는 의미다. 그러나 지난해까지 4번을 시도했지만 MSCI의 높은 문턱을 넘지 못했다.
MSCI의 자회사 중 하나가 ISS(International Shareholder Services)다. MSCI의 고객인 글로벌 펀드들이 투자한 기업의 주총안건에 대해 자문을 해 주는 곳이다. MSCI가 엄격한 기준에 따라 지수편입을 결정하는 것처럼 ISS도 엄정한 내부기준에 따라 의견을 낸다. IMF 이후 15년이 지난 지금 쫄딱 망했던 은행들은 세금으로 살아났고 주인자리는 사외이사들이 꿰찼다.
그런 금융권이 지난해 말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시끄러웠다. 선거일 하루 전인 12월 18일 KB금융 사외이사들은 ING생명 인수를 반대했다. 찬성과 반대의 이유는 분명했다. 그러나 시장은 패닉에 빠졌다. “(경영진이) 계약서에 찍은 도장이 마르기도 전에 (사외이사들이)결정을 번복했다”는 것이다. 정권 교체기에 주인 없는 은행의 주인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갈등이 폭발했다. 지난 2월 23일 KB금융은 신임 사외이사를 내정하면서 정통 관료의 탄탄한 그물망을 쳤다.
사실 금융지주의 사외이사와 지배구조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이슈가 아니다. 등장인물만 바뀔 뿐 시나리오는 뻔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손 놓고 무반응으로 일관하던 외국인 주주가 꿈틀대기 시작했다. KB금융의 주요주주인 ING와 ISS가 대응모드로 돌아선 것이다. 포인트를 찾아 돌고 돈 후 길목에다 바리게이트를 쳐 놓고 기다린 끝에 ‘ISS, KB금융 사외이사 선임 반대’라는 보고서를 입수할 수 있었다.
그러나 KB금융과 감독당국은 한 개인의 일탈과 ISS의 몰이해로 인한 해프닝으로 몰고 갔다. 마치 외환위기 직전까지 “외환보유고는 문제 없고 늘어난다. 외환위기는 몰라서 하는 말”이라는 식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무한 반복되면서 나락으로 빠지고 있는 은행들의 지배구조와 사외이사 문제에 대해 외국인 투자자들이 울린 경종이다. 이제 시작일 뿐이다. 수상소감을 마무리하며 “이번 기사도 서울경제신문이었기에 가능했다”는 말을 남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