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MBC 통합을 이룰 것인가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편집위원회 jak@journalist.or.kr | 입력
2013.05.01 14:41:56
2일 MBC 문화방송의 새 사장이 사실상 결정된다. MBC 신임 사장은 김재철 전 사장의 잔여임기를 채우게 된다. 임기가 10개월에 불과한 한 방송사 사장의 선임 과정이 이렇게 높은 관심을 끄는 것은 우리 언론계에 엄청난 충격과 수치를 안겨줬던 이른바 ‘김재철 사태’가 이제야 수습될 수 있을 지 기대를 모으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종 사장 후보의 면면을 보면 기대보다 우려가 앞선다. 최종 후보 4명 중 3명이 전임 대통령, 전임 MBC 사장과 같은 대학 출신이고, 그중 2명은 김재철 전 사장의 오른팔, 왼팔을 자처하던 최측근이다. ‘김재철 아바타’로 불리던 이들이 최종 후보에 2명이나 포함됐다. 최소한 MBC 사상 유례 없는 극한 갈등의 책임선 상에 있었던 사람들은 통합을 위해서라도 배제됐어야 하는 게 상식적이다.
김재철 전 사장이 어떻게 물러났는가. 차마 입에 담기도 민망한 온갖 불법과 비리 의혹에 연루돼 국회와 감사원으로부터 고발당하고, 사법당국의 수사가 본격화되는 와중에 사실상 해임되지 않았던가.
김재철 전 사장의 최측근인 이들은 그의 불법 행위 혐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최소한 도의적인 책임감이라도 가져야 마땅하다. 그럼에도 당당히 차기 사장 공모에 신청했다. ‘김재철 체제의 연장’이라는 이야기를 피할 수 없다. 세습체제를 구축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받고 있는 이들 중 누군가가 사장이 된다면 화마(火魔)의 현장에 물이 아니라 기름을 들이붓는 격이다. 중환자실에 있는 환자를 끝내 영안실로 보내는 우를 범하는 게 될 것이다. 이럴 때 MBC의 미래는 ‘암담하다’는 표현으로는 부족하다.
20명이 넘는 사장 지원자 중 이 두 명을 4배수 후보에 포함시킨 방송문화진흥회도 딱하기 그지없다. 그래서 일부 이사들은 사장 공백상태는 뒷전에 놓고 한가롭게 해외출장을 다녀올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특별법에 의해 보호받는 방송문화진흥회에 부끄러움을 아는 이가 한명도 없단 말인가.
그동안 김재철 전 사장은 우리 사회의 법과 상식을 유린하고 도발했다. ‘대통령과 친하다’는 이유만으로 뻔뻔스런 그의 행태에 수많은 면죄부가 쥐어졌다.
우리 사회 법과 상식의 파수꾼이어야 할 공영방송사가 사장이 앞장서서 신뢰와 권위를 내버렸다. 일개 방송사의 사장 문제에 전 국민이 함께 분노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MBC 후임 사장 선임에 쏟아지는 국민들의 높은 관심엔 ‘김재철 2기를 허용치 않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몰상식과 몰염치를 더 이상 용서치 않겠다’는 주권자의 준엄한 관심이다. 박근혜 정부는 “방송사 사장 선임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공언해 왔다. 하지만 방문진 이사회가 여권 6명, 야권 3명인 상황에서 사장 선임 결과의 책임은 원하지 않아도 청와대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이번 MBC사장 선임은 박근혜 정부 언론정책의 얼개를 보여주는 잣대가 될 것이다. ‘김재철 2기’를 통한 언론장악의 유혹에 굴복한다면 새 정부의 약속인 ‘원칙과 신뢰’ 또한 저버리는 일이다.
아울러 방송문화진흥회는 제대로 된 사장을 선임하는 것만이 그동안의 과오를 씻는 길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방문진법 1조는 ‘민주적이고 공정한 방송문화의 진흥’이 방문진의 설립 목적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 기대에 얼마나 부응할 지 국민들이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