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헌영 트라우마

손석춘 건국대 교수


   
 
   
 
해방 직후 김구, 여운형, 이승만과 어깨를 겨룬 정치인. 미국이 “지금 총선거를 실시하면 대통령에 당선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평가했던 사람. 그러나 남과 북의 역사에서 완벽하게 지워진 비운의 인물이 있다. 그의 이름은 박헌영(1900~1956)이다. 일본 제국주의에 항거한 반제 혁명가이자 ‘조선의 레닌’으로 불린 조선공산당 최고의 지도자였던 그는 남에서는 ‘악질 빨갱이’로, 북에서는 ‘미제의 간첩’으로 낙인 찍혀왔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인물이 어떻게 이토록 철저하게 저주받을 수 있을까. ‘빨갱이’와 ‘미제의 간첩’이라는 모순된 호명 속에 그 비밀이 있다. 그의 굴곡진 인생이 남긴 유일한 혈육인 원경스님과의 인터뷰집인 ‘박헌영 트라우마’는 박헌영에 얽힌 남북의 위선을 고백할 때가 됐다고 역설한다. 남은 박헌영을 복권하고, 북은 60년전 그를 사형대에 올린 과오를 바로잡으라는 것이다. “남과 북의 체제가 통일을 위해 서로 한 단계 성숙해가야 한다면 ‘박헌영 트라우마’의 치유는 그 시금석이 될 것이다.”                        

-철수와 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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