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머니에 손 넣고…빌 게이츠식 악수
제272회 이달의 기자상 전문보도 사진 / 국민일보 이동희 기자
국민일보 이동희 기자 jak@journalist.or.kr | 입력
2013.06.05 14:55:02
|
 |
|
|
|
▲ 국민일보 이동희 기자 |
|
|
결례인가 문화차이인가.
지난 4월22일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마이크로소프트 공동창업자인 빌 게이츠 테라파워 회장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두 사람이 반갑게 악수한 사진을 두고 논란이 일어났다. 빌 게이츠 회장이 주머니에 왼쪽 손을 넣은 채 악수를 한 게 문제가 된 것이다. 이 보도사진은 인터넷과 트위터를 통해 퍼져 네티즌 사이에서 삽시간에 ‘결례’, ‘문화차이’라는 상반된 반응이 나왔다.
문화상대주의론적 관점에서 보면 빌게이츠는 친구 혹은 협력자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박 대통령과 편하게 악수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고 했다. 방문국 예절을 지켜야 할 국제매너와 그 악수의 상대방이 국가원수인 박 대통령이었다는 점에서 빌게이츠 악수 사건은 논란의 여지가 있었다.
지난 4월8일 중국에서 열린 보아오 포럼에서 빌 게이츠 회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악수했을 때는 왼손을 호주머니에서 뺀 채 악수를 했다. 한편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009년 일본 천황을 접견하면서 허리를 90도 각도로 굽혀 인사를 했다.
4월23일 빌게이츠 회장이 주머니에 손을 넣고 악수한 한 장의 보도사진은 중앙일간지, 경제지, 영자지 9개사 조간신문 1면을 장식했고 석간신문과 진보신문 정치면에 게재됐다. 급기야 워싱턴포스트와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 같은 외신들까지 빌 게이츠의 악수법을 보도했다. 외신들은 한국 특유의 예의범절을 숙지하지 못한 빌 게이츠의 행동을 비판했다.
빌 게이츠 악수사건 이후 박 대통령과 악수하는 미국 유명 인사들은 모두 공손히 두 손을 맞잡았다. 지난 4월26일 래리 페이지 구글 CEO는 청와대에서 두 손으로 박 대통령과 악수했다. 또 미국순방을 동행 취재했던 5월7일에는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공동기자회견을 마친 뒤 박 대통령의 손을 두 손으로 잡고 악수하는 모습을 카메라에 고스란히 기록했다.
박 대통령의 보도사진 한 장이 주는 영향력과 메시지, 악수법에 대한 상대국의 국제매너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