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에 모자라는 발전시설을
[스페셜리스트│지역] 김훤주 경남도민일보 기자
김훤주 경남도민일보 기자 jak@journalist.or.kr | 입력
2013.06.26 15:5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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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훤주 경남도민일보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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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은 76만5000볼트짜리 초고압 송전탑을 짓는 문제로 2006년부터 8년째 전쟁 중이다. 한국전력·중앙정부가 한편을 먹고 다른 한편은 지역 주민이다. 한전과 중앙정부는 공사 재개와 중단을 되풀이하다 5월 20일 다시 공사 강행에 들어갔다. 지역 주민들은 몸을 던져 맞섰다. 관심이 집중되고 반대 여론이 높아졌다. 한전과 정부는 29일 공사 강행을 일단 포기했다.
그러면서 40일 동안 주민·한전·국회가 추천하는 전문가 3명씩 모두 9명으로 협의체를 꾸려 송전선이 지나가지 않아도 되는 방안이 있는지 검토하기로 했다. 하지만 불씨는 고스란히 남아 있다. 한전과 정부가 초고압 송전탑 건설 방침을 굳게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밀양 지역 주민들 또한 보상은 전혀 바라지 않으며 지금 이대로 살고 싶을 뿐이라고 한다. 초고압 송전선이 지나가면 삶터가 송두리째 무너지는데 보상이 무슨 보람이 있느냐는 얘기다. 전문가 협의체 활동 시한인 40일이 지나면 전쟁은 다시 시작되게 돼 있다. 우여곡절이 있겠지만 이번 전쟁은 지역 주민 또는 한전·정부가 이기거나 해서 끝나기는 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끝나더라도 이런 문제는 상황이 달라지지 않는 이상 줄곧 이어지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지금도 문제지만 앞날은 더욱 문제다. 앞으로 이런 전쟁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기준을 이번에 세울 수 있으면 좋겠다.
먼저 밀양에 송전탑이 왜 필요한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새 원자력(핵) 발전소인 신고리 3호기에서 생산되는 전기를 서울 같은 수도권으로 보내려고 들어서는 것이다. 뒤집어 말하면 울산에 있는 신고리 3호기 전기를 생산하지 않으면 된다. 또 서울 같은 수도권이 울산에서 생산되는 전기를 소비하지 않아도 해결된다.
또 밀양 지역 주민의 피해(또는 희생)가 과연 합당한지 여부도 따져봐야 한다. 밀양 지역 주민들이 쓰는 전기는 고작해야 농업용 또는 가정용이 전부다. 농업용은 수도권 공장·백화점·고층빌딩의 전력량과는 견줄 수조차 없을 정도로 적고 가정용 또한 겨울철 전기장판이나 냉장고·전등 따위가 전부다. 쓰는 전기는 쥐꼬리만 하면서도 받는 고통은 엄청나게 많다. 형평의 원칙에 맞지 않고 수익자 부담 원칙에도 맞지 않다.
이렇게 풀어놓고 보면 해결책은 멀리 있지 않다. 여기서 생산되는 전기는 여기서 쓰고, 거기서 생산되는 전기는 거기서 쓰고, 저기서 생산되는 전기는 저기서 쓰면 된다. 전기의 생산지와 소비지를 일치시키는 로컬발전이다.
2012년 8월 25일치 한겨레 보도를 보면 서울은 전기 소비가 4만6903기가와트고 생산은 1384기가와트여서 자급률이 3%였다. 경기·인천까지 아우르는 수도권 전체를 보면 소비는 16만5988기가와트고 생산은 9만4127기가와트로 56.7% 전기자급률이었다.
그러므로 서울 생산 초과 소비 전력량 4만5000기가와트를 생산할 발전 시설을 포함해 수도권에 7만2000기가와트짜리 발전 시설을 갖추면 된다. 그러면 경상도에서 수도권까지 초고압 송전탑을 세울 까닭이 없어진다. 더불어 쓰는 전기는 손톱보다 적은데도 짊어지는 괴로움은 태산보다 더 큰 고통의 불균형도 사라진다. 원자력이든 수력이든 석탄·석유든, 아니면 햇빛·조력이든 가릴 필요가 없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걸맞은 발전 시설이 들어서게 하자. 이렇게 되면 발전의 위험성과 중요성에 대한 서울 지역 신문·방송·통신의 보도도 늘어나고 사회 구성원들의 관심과 인식 또한 높아진다. 아울러 에너지 절약 운동이나 핵발전 반대 운동도 틀림없이 왕성해지게 된다. 이것이 정의가 아니면 무엇이 정의일까?
수도권에 있는 다른 사람이나 단체는 몰라도, 환경·생태·반핵단체들은 크든 작든 이에 호응해야 양심적이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