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공정성특위'가 명심해야 할 것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편집위원회 jak@journalist.or.kr | 입력
2013.06.26 15:52:01
폭염과 장맛비를 뚫고 YTN 해직기자들이 보름 넘게 전국순례 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언론이 외면하는 전국의 ‘미디어 피폭지’를 기자직에서 쫓겨난 해직기자들이 기자들을 대신해 걸어서 방문하고 있다. 해직 5년. 누군가의 아들이자 한 가정의 가장인 그들이 겪었을 생활인의 고통을 가늠해보기조차 미안하지만 그들은 빗속에서 공정방송을 외치고 있다.
같은 시각, 한국일보에선 편집국 폐쇄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지난해 파업 중이던 MBC에서 사측의 보도국 봉쇄가 있었던 적이 있긴 하지만 쟁의도 없는 곳에서 사측의 편집국 폐쇄는 해괴하기 짝이 없다. 편집국에 들어가지 못하는 한국일보 기자들은 기사를 쓰는 대신 복도를 가득 메우고 농성하고 있다.
MBC에선 대표적인 시사 프로그램인 ‘시사매거진 2580’의 국정원 관련 아이템이 방송 직전 통편집되는 믿기 힘든 일이 벌어졌다. 예고방송까지 나갔던 검찰의 원세훈 전 국정원장 공직선거법 관련 수사 내용을 해당 부서 간부가 마지막에 통째로 빼는 바람에 방송이 30분만에 끝나는 최악의 방송 사고가 난 것이다.
2013년 6월 대한민국 언론 잔혹사의 현실이다. ‘최소한 지금보다는 더 나아질 것’이란 기대에서 맞이한 6월이기에 더욱 참담하다.
국회는 지난 3월 방송공정성특별위원회를 여야 합의로 발족했다. 여야 동수 18인으로 구성되는 방송공정성 특위에선 해직언론인 문제를 해결하고,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개선해 공정방송을 보장할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었다. 이를 위해 야당에서 위원장을 맡기로 했다. 이때만해도 몇 달 안에 최소한 해직언론인 문제에서만큼은 상당한 성과가 있을 것이란 기대를 모았었다.
하지만 9월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특위에서 절반이 지나도록 무엇하나 한 것이 없다. 실질적인 논의기구인 소위원회조차 꾸려지지 않았다고 한다. 여당은 당초 의지가 없었지만 야당도 전혀 진정성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21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에서 개최한 해직언론인 복직 공청회에선 해직언론인들이 설립한 독립언론 ‘뉴스타파’의 취재진이 야당 의원들이 보는 앞에서 쫓겨나는 일까지 벌어졌다. 공개적으로 의견을 들어보는 공청회에서 취재진을 가려 받는 것도 이해할 수 없지만 해직언론인 공청회에 ‘뉴스타파’ 촬영을 막는 건 어떤 이유로도 설명이 되지 않는다. 야당 의원들이 설전을 벌였다고는 하지만 이쯤 되면 ‘여당 2중대’라는 비난을 받아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127석이나 되는 거대 야당이 위원장까지 직접 맡고 있으면서 석달 동안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면 의지가 없거나, 능력이 안 되거나 혹은 둘 다라고 밖에 볼 수 없다. 방송공정성 특위의 활동 시한은 이제 석달 남았다. 곧 휴가철이 오고, 추석연휴, 국정감사 일정 등을 감안하면 실제 일을 할 수 있는 날짜는 며칠 되지 않는다.
민주당이 정부조직법 통과 대신 받은 것이라고 스스로 말할 만큼 중요한 특위인 만큼 이제부터라도 정상화에 힘을 모아야 한다. 당 원내대표로 선임된 전병헌 위원장 대신 새로운 위원장을 빨리 뽑고 관련 소위원회도 하루속히 가동해야 한다.
새누리당도 ‘시간만 보내면 된다’는 생각을 버리고 적극적으로 특위에 나서야 한다. 성공한 정부를 만드는 1차적 책임은 집권 여당에게 있다. 공정방송이 더 나은 나라를 만드는 ‘기본 중의 기본’이라는 걸 모를 리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