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프렌들리', 세금이 아니라 사람이다

[스페셜리스트 | 국제]김성진 연합뉴스 기자·국제국


   
 
  ▲ 김성진 연합뉴스 기자  
 
최근 구글, 애플, 스타벅스 등 세계적으로 내로라하는 다국적 회사들이 영국, 미국 등에서 조세 회피 문제로 도마에 올랐다. 수익은 태산만큼 거두면서 세금은 쥐꼬리만하게 낸다는 것이다.

슈미트 구글 회장은 자기네가 법적으로 잘못한 것은 없다면서 우선 법인세를 단순화해야 한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다국적 기업들은 수입을 많이 거둔 곳에서 마땅한 세금을 내기 보다는 상대적으로 세금이 더 낮은 곳으로 수입을 이전해 사실상 세금을 회피해왔다는 것이 정설이다.

다국적 기업의 특성상 이 나라 저 나라에 걸쳐 있다보니 여러 사업 부문 가운데 어디에서 제대로 수익을 내는지 외부에서 파악하기에 불확실한 점을 십분 이용한 것이다. 다시 말해 ‘합법적’ 조세회피와 ‘불법적’ 탈세의 경계선상을 오갔다.

그러나 기업만 탓하기 어려운 것이 저간의 사정이다. 대표적 조세 회피처의 하나로 알려진 아일랜드 같은 곳은 낮은 법인세율로 기업들의 투자를 유치해 왔으며 이는 다른 나라들도 사실상 마찬가지였다. 따라서 문제가 된 글로벌 기업의 생리는 엄밀히 봐서 법적으로는 몰라도 도덕적으로는 문제가 되는 것이었다.

그래서 주요 8개국(G8) 정상들은 지난달 조세회피처를 이용한 개인과 기업의 탈세를 근절하기 위해 국가별로 세제 허점을 보강하는 등 공동 노력을 강화키로 합의했다.

이 같은 현상은 과거와 사뭇 다른 분위기다. 기업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각국이 저세율을 내걸던, ‘기업하기 좋은(Business Friendly) 환경’이 달라졌음을 시사한다. 그 배경에는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와 그리스 채무 사태를 비롯한 유로존 재정위기를 거치면서 구미 나라들의 곳간이 여의치 않게 되자 기업들에 대해 이전보다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철저한 고객 예금 비밀주의로 유명한 스위스조차 국경 너머 자국민 탈세자 수색에 나선 미국과 독일의 압박에 못이겨 결국 빗장을 풀었다. 국내적으로는 뉴스타파와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보도한 조세회피처 유령회사 설립자 폭로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요즘 수천억원대의 횡령·탈세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모 그룹 회장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전 공약으로 내건 ‘경제민주화’ 공약도 과거 시장만능형 신자유주의에서 탈피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묻는 세계사적 흐름을 탄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정부가 경기부양에 나서면서 어느 새 이 공약은 뒷전으로 밀려난 것 아니냐는 세간의 인식이 강하다. 평소 신뢰를 중시한다는 박 대통령의 향후 행보를 지켜볼 일이다.

다른 한편으로 언론과 국민의 입장에서도 단순한 기업 때리기가 아니라 사회 공헌형 ‘기업시민’ 역할을 고무하고 북돋아줄 필요가 있다. 기업도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법인형 시민이다.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말 세계 최대 식품회사인 네슬레는 유럽연합(EU)내 26%에 달하는 청년 실업률을 타개하기 위해 2016년까지 2만명의 젊은이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발표했다.

우리 대기업들은 대체로 총수가 검찰 수사를 받거나 하면 마지못해 사회공헌에 나섰다. 그런데 이번 박 대통령의 방중을 계기로 중국에 진출해 있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중국인의 마음을 얻고자 사회공헌을 위해 올해 750억원을 현지에 투입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국외 뿐 아니라 국내서도 이처럼 한다면야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자고로 좋은 기업은 물건을 팔고 돈이 아니라 사람을 얻는다고 했다. 정말 기업하기 좋은 환경은 낮은 세금보다 역시 기업과 사람이 같이 가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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