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120일, 언론계는 방치됐다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편집위원회 jak@journalist.or.kr | 입력
2013.07.03 15:44:29
박근혜 정부의 출범 당시 국민의 기대는 적지 않았다. 언론도 논조와 이념을 떠나 새 정부의 성공을 기원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언론자유를 위협하는 불행한 사건이 많았던 언론계는 특히 그랬다.
새 정부 출범 120일이 지난 지금, 과연 우리 사회는 올바른 방향을 향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또 민주주의의 보루인 언론자유의 현실은 나아지고 있는지 의구심을 품지 않을 수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후보 시절 공영방송의 지배구조 개선을 약속했다. 사실상 유일한 언론 관련 공약이었다. 그러나 진척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 여야가 합의했던 방송공정성특위는 별로 하는 일도 없이 활동 시한만 다가오고 있다. 되레 MBC에는 김재철 전 사장과 별 다를 바 없는 인물이 뒤를 이었다.
햇수로 해직 6년째를 맞이한 YTN 기자들을 비롯한 해직언론인 복직도 기별이 없다. 정부 책임자들은 자꾸 ‘노사관계’라고 강변한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국회에 해직자 복직에 쌍심지를 켜고 반대하는 인사를 증인으로 불러냈다. 결국 이 정부는 민주주의 후퇴의 피해자인 해직언론인들을 복직시킬 생각이 없는 게 아닌가 우려스럽다. 만약 그렇다면 매우 실망스런 현실 인식이다.
새 정부는 언론의 고언에도 귀를 열지 않고 있다. 대표적인 게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 사건이다. 이념을 떠나 거의 모든 언론이 윤씨 만큼은 문제가 있다고 우려했다. 언론의 지적을 개의치 않은 결과는 한국 외교사에 남을 낯 뜨거운 스캔들로 돌아왔다.
급기야 최근에는 국정원 직원이 방송사 보도국 회의 내용을 아무 거리낌 없이 떠벌리고 보도에 압력을 넣으려 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보기관의 언론사 정보 수집 활동은 사찰과 종이 한 장 차이다. 이같은 유사 범죄 행위가 새 정부 들어서도 아무 문제의식 없이 횡행하고 있다는 빙산의 일각이 드러난 셈이다.
또 이명박 정부 시절 언론인들을 탄압했던 수법이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 언론인들이 저항하는 곳에 징계와 해고, 대체인력 투입, 보복인사가 교과서처럼 반복되고 있다. 아예 “언론자유는 사주와 간부 것”이라는 논리가 당당히 유포되는 요즘이다.
한국일보에서 벌어진 한국 언론사상 초유의 편집국 폐쇄 사태도 새 정부의 흐름과 전혀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 물론 정부가 민영언론사인 한국일보의 문제에 개입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때부터 우리 사회에는 언론의 공공성을 짓밟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이명박 정부가 전염시킨 언론 경시 풍조가 결국 이런 기가 막힌 일까지 불러온 것 아닌가 한탄스럽다. 새 정부가 과거의 잘못된 언론 정책을 단절하려들지 않으니 당연한 일이다.
박근혜 정부의 언론정책은 이명박 정부 시절 만들어진 언론 환경을 방치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 이는 ‘불개입’이라는 그럴싸한 말로 포장돼 있다. 정부가 ‘언론과의 전쟁’을 벌인 지난 5년 동안 폐허가 된 언론계를 그대로 놔두겠다는 것은 환자더러 알아서 병을 고치라는 것과 같다. 한국의 언론자유를 아사시키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정부는 이제라도 ‘언론 정상화’를 위해 진용을 정비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도 취임하자마자 기자실 대못이라도 뽑았다. 언론 현안을 후순위로 방치해놓고서는 창조경제도, 국민행복도, 국민통합도 버거울 수밖에 없다. 늦기 전에 적극적인 발상 전환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