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을 생각한다
[스페셜리스트 | 문화] 김소영 MBC 주말뉴스부장
김소영 MBC 주말뉴스부장 jak@journalist.or.kr | 입력
2013.07.10 16:0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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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소영 MBC 주말뉴스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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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에서도, 버스에서도, 교실에서도, 심지어 걸어 다니면서도 스마트폰에서 눈과 손을 떼지 못하는 현대인들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여성가족부가 처음으로 청소년 170만명을 대상으로 ‘스마트폰 이용 습관’을 전수 조사했더니 14%가 스마트폰 중독 위험군이었다. 그 중에서 4만명은 금단증상 등 심각한 장애를 보이는 고위험군이었고, 20만명은 과도한 집착을 보이는 주의사용군으로 나타났다. 남학생들은 모바일 게임, 여학생들은 모바일 메신저 같은 SNS에 몰두하는 것으로 조사됐는데, 여성부는 스마트폰 중독 치료 매뉴얼을 개발해 내년부터 보급할 계획이라고 한다.
TV 중독이란 말이 사라지기도 전에 PC 중독이란 말이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었고, 이제는 바로 스마트폰 중독으로 옮겨가는 양상이다. PC 중독과 스마트폰 중독은 사실 뿌리가 다르지 않다. 컴퓨터를 통해서만 들어갈 수 있었던 사이버 세상을 모바일 전화기라는 플랫폼을 통해서도 편하게 만날 수 있으니, 현실과 사이버 세상을 왔다 갔다 하며 살아가는 현대인에게는 예측 가능한 새로운 중독인 셈이다.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스마트폰은 이름이 잘못 지어졌다. 쓰임새를 보면 컴퓨터 기능(스마트)이 있는 전화기(폰)가 아니라 손 안의 모바일 컴퓨터에 전화 기능이 부수적으로 달려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 6년 전 스티브 잡스는 스마트폰의 아담격인 아이폰을 내놓으며 “혁신적인 제품은 모든 것을 변하게 한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인류는 지금 사이버 세상에 시간과 장소를 구애받지 않고 접속하며 그 어느 때보다 놀라운 삶의 변화를 체험하고 있다.
윌리엄 깁슨이 소설 ‘뉴로맨서’를 통해 사이버 세계의 인물상인 사이버펑크를 이 세상의 버젓한 개념으로 등장시킨 것이 1984년. 그런데 불과 한 세대도 지나지 않아 SF 소설은 현실처럼 다가왔다. 한 쪽에서는 스마트폰 중독에 대한 경고의 소리가 높지만 또 다른 쪽에선 지극히 현실적인 자기 계발서들을 통해 우리는 디지털 기기와 아날로그 인간과의 조화를 강요당하는 중이다. 정보 검색력이 업무의 효율성을 좌우하는 세상이니, 기술의 장악으로 가능해진 빠른 일처리, 자투리 시간까지 모조리 활용하는 능숙한 시간 관리로 24시간 ‘스마트’하게, ‘멀티플’하게 살아남으라는 것이다. 일에 지쳐 외로워지면 SNS가 있지 않느냐며 책들은 속삭인다. 일대일로 사람을 굳이 만나 피곤하게 대화할 필요 없이 페이스북이나 카카오톡 같은 곳에 글 하나 턱 올리면 어디선가 불쑥 답변이 날아오기 마련이니 언제 어디서나 사람과의 연결은 가능하다는 것이다.
앞으로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옆에 끼고 지내며 사이버 세상 속에 빠져 지내는 시간은 더 늘면 늘었지 줄지 않을 것이다. 얼마 전 NHN이 미래의 성장 동력을 웹이 아닌 앱, 그러니까 PC가 아닌 모바일에 두겠다며 대대적으로 사업을 개편한 것은 이 대세의 흐름을 거스를 수 없음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눈만 뜨면 온갖 앱들이 소비자를 유혹한다. 이제는 앱과 웹이 결합하는 새로운 모습까지 보인다. “나이키의 경쟁 상대는 닌텐도”라는 유명한 말처럼, 과거에는 소비자의 지갑을 여는 제품이 시장을 장악했지만, 이제는 소비자의 시간을 빼앗는 제품이 시장을 장악한다. 그리고 소비자가 언제 어디서건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으로 치면 스마트폰을 따라갈 것은 없다.
그렇다고 스마트폰을 버리고 수도승처럼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시간을 정해서 사용하자는 첫 번째 대안은, 그 시간을 무엇에 접속해 지내느냐를 감안하면 짧은 대안일 뿐이다. 우리가 생각지도 모르는 빠른 미래에, 스마트폰의 단점을 보완한 것이라며 아예 뇌에 칩을 심는 기술이 상용화 되기라도 하면 어찌할 것인가. 단순히 옳다, 그르다의 문제가 아니다. 스마트폰을 활용하며 살 것인지, 아니면 스마트폰에 지배당하며 살 것인지, 인류의 지성과 사회는 기술의 발전과 맞물리며 미래에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 철학적인 담론의 장이 공개적으로 펼쳐질 때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