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출 수 없는 진실의 기관차, 한국일보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편집위원회 jak@journalist.or.kr | 입력
2013.07.10 16:04:19
한국일보 편집국 폐쇄가 24일 만에 풀렸다. 법원은 8일 한국일보 비상대책위원회가 낸 편집국 폐쇄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서 한국일보 편집국 폐쇄와 기사 작성 아이디를 삭제한 것은 불법 직장폐쇄이며 ‘언론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는 헌법적 요청에 반하는 조치’라고 규정했다. 기자들에 대한 근로제공확약서 요구는 기자들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법원은 또 장재구 회장의 하종오 편집국장 직무대행 임명도 부당하며, 이영성 전 한국일보 편집국장이 한국일보 사측을 상대로 낸 인사명령정지 가처분 신청에서도 해고 효력을 정지하는 등 일부 인용 결정했다.
한마디로 ‘사필귀정’이다. 일어나서는 안됐던 일이 뒤늦게나마 바로잡힌 것은 불행중 다행이다. 그러나 한국일보의 정상화는 비로소 긴 여정이 시작됐다. 먼저 장재구 회장이 부질없는 욕심을 버려야 한다. 편집국 장악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한국일보 경영 파탄과 편집국 폐쇄라는 초유의 폭거에 책임을 지고 즉각 물러나야 한다. 검찰 조사에 성실히 응하면서 한국일보 가족에게 속죄하는 길을 택해야 한다.
문을 연데 그치지 않고 편집국은 하루빨리 정상화의 본궤도에 진입해야 한다. 법원도 지적한 부당한 인사 조치를 원점으로 돌리고 기자들의 편집권을 최대한 보장하는 방향으로 진용이 정비돼야 한다. 아직까지 장재구 회장과 일부 ‘매파’들이 사태 해결을 요원하게 만드는 무리수를 거듭하는 것은 한국일보의 침몰을 현실화시킬 뿐이다.
이들이 오판에서 깨어나야 한국일보 구성원들이 24일간의 악몽으로 입은 상처에서 하루바삐 치유될 수 있다. 한국 언론계가 시샘했던 선후배 사이에 끈끈한 우애를 자랑해왔던 한국일보가 아닌가. 상처입은 혈연적 유대에 아기의 볼처럼 뽀얀 새살이 돋아나야 한다.
한국일보 사태를 통해 우리는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정의와 상식은 한발 한발 전진한다는 희망이다. 그동안 정치권력의 언론장악 시도와 싸우는 과정에서 우리는 수많은 좌절과 자괴감을 느꼈다. 양심적 언론인들의 보루인 한국일보마저 무너진다면 한국의 언론자유는 회생 불가능하다. 아직 지난한 과정이 남아 있지만 진정한 승리로 가는 길을 개척한 한국일보는 한국 언론자유 회복의 돌파구가 될 것이다.
기자 사회의 단결과 연대정신을 확인한 것도 가슴 벅찬 일이었다. 이념, 지역, 매체, 국적을 떠나 한국일보 기자들을 응원하는 목소리는 한결 같았다. 가느다란 펜들이 뭉쳐 거대한 기둥이 돼 한국일보를 지키고 있다. 한국일보 사태는 언론자유는 위정자나 사주가 아니라 바로 저널리스트들의 피를 나눈 맹서로 지켜지는 것이라는 소중한 진리를 가르쳤다.
또한 우리 언론계에서 한국일보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가를 깨달았다. ‘짝퉁 한국일보’가 나오는 동안 우리 사회에는 국정원 정치개입 논란, NLL 대화록 공개 파문, 아시아나 여객기 추락 등 엄청난 사건들이 줄을 이었다. 양 진영으로 갈라진 혈투와 사회적 트라우마를 안겨준 충격의 아수라장에서 국민들은 얼마나 진실을 갈구했던가. 균형감과 비판정신을 자랑하는 ‘비판적 중도지’ 한국일보가 절실히 필요한 순간은 지금도 계속된다. 한국일보의 명예가 ‘짝퉁’의 오명 속에 멈추는 비극은 시급히 중단돼야 한다. 진실의 기관차, 한국일보가 멈추면 세상이 멈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