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2580' 기자 업무배제에 항의 시위

불방된 국정원 리포트 취재 기자에 인사조치…해당 부장 퇴진 요구

지난달 불거진 MBC ‘시사매거진 2580’의 국정원 아이템 불방 사태가 급기야 해당 기자에 대한 ‘업무 배제’ 조치 등으로 치닫자 MBC 기자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2580’ 기자들은 23일부터 여의도 MBC 방송센터 1층 로비에서 불방 사태와 부당한 인사 조치에 항의하는 피켓 시위에 돌입했다. 첫 주자로 이호찬 기자와 강나림 기자가 나서 하루 2차례 ‘2580 망가뜨린 심원택 부장 물러나라’ 등의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고 사태 해결을 촉구했다.  



   
 
  ▲ 23일 피켓시위에 나선 MBC '시사매거진 2580'팀의 강나림 기자.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심원택 시사제작2부장은 지난달 23일 ‘2580’ 국정원 아이템 불방 사태와 관련해 해당 취재 기자에게 책임을 물어 ‘업무 배제’ 조치를 내리고 개인별 인사평가에서도 최하등급인 ‘R등급’을 부여했다. 이에 ‘2580’ 취재 기자들은 지난 18일 성명을 내고 “적반하장 성격의 보복성 인사”라며 심 부장의 교체를 촉구했다. 이들은 ‘업무배제’는 사규에도 없는 임의 조처로 “특정 기자의 손발을 묶고 입을 막아 취재 활동 자체를 원천 봉쇄하는 초유의 조치”라고 보고있다.


기자들에 따르면 심 부장은 업무배제 이유에 대해 “해당 기자가 부장의 지시에 따르지 않아 같이 일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R등급 평가에 대해서는 불방 사태의 책임 외에 해당 기자의 ‘평판’이 좋지 않다는 이유를 든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기자들은 “해당 기자는 법조반장과 시경캡을 거쳤고, 한국기자상 등 여러 차례 사내외 특종상을 받은 기자”라며 “MBC 입사 이후 16년 간 주요 부서를 거치며 각종 업무를 성실히 수행해 선후배들로부터 신망이 두터운 인물로 평가된다”고 전했다.


또한 이들은 심 부장의 이런 조치는 처음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심 부장은 지난해에도 차장데스크 기자에 대해 업무배제 조치를 취했으며, 지난 1년간 5명의 ‘2580’ 기자들을 인사위에 회부하거나 교육 발령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지난 4월 ‘여대생 공기총 살인사건’의 살인교사범 윤길자 씨가 무기징역형을 받고도 형집행정지로 풀려나 호화병실 생활을 해 온 사실을 취재하던 기자에게 “윤씨 같은 부유층이나 특권층이 감옥에 들어가면 진짜 아플 수 있다”고 반박했고, 지난 1월 감사원의 발표를 계기로 불거진 4대강 논란에 대해선 “정치적 감사”라며 감사 발표를 부정하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2580’ 기자들은 “회사는 사장이 강조하는 ‘프로그램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라도 속히 심 부장의 거취를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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