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소통 첫 걸음 '옴부즈맨 제도'의 진화

한겨레·경향, 시민편집인제도 강화
조선, 독자권익보호위원회 활성화

신문사의 거울 역할을 하는 ‘옴부즈맨’ 제도가 다시 피어나고 있다.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이달 26일자 신문에 옴부즈맨 지면을 새롭게 단장했다. 한겨레는 시민편집인이 편집국 내부 뉴스 생산 과정을 취재해 비평하는 ‘시민편집인의 눈’을, 경향신문은 새롭게 도입한 ‘시민편집인 시각’을 처음 선보였다. 조선일보는 올해 초부터 ‘독자권익보호위원회’에 편집국 부국장이 참석하기 시작했다. 이처럼 옴부즈맨 제도를 활성화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면서 주목받고 있다.

한겨레는 지난 2006년부터 시민편집인 제도를 시행해왔다. 뉴욕타임스가 2003년 시작한 ‘퍼블릭 에디터’를 벤치마킹했다. 홍세화 전 한겨레 기획위원과 김형태 변호사, 이봉수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장 등 최근까지 시민편집인이 3자의 시각에서 매체에 대한 비평을 이어왔다.

지난 5월에는 시민편집인 제도를 더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퍼블릭 에디터의 본 취지대로 시민편집인이 독자의 불만이나 불편 등을 접수해 조사하고 편집국 간부들을 취재해, 그에 적절한 처방이나 대답을 권고한다는 방안이다. 한겨레 박찬수 콘텐츠본부장은 “보도 취지와 취재과정 등 뉴스룸 내부를 들여다보고 폭넓게 비평할 수 있다”며 “편집국에는 독자들의 생각을 전하고 독자들에게는 뉴스룸 내부 이야기를 전하는 가교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향신문도 이달 22일 시민편집인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기존에는 옴부즈맨 칼럼을 매주 실어왔지만 독자와의 소통을 강조하는 목적에서 새롭게 시도했다. 경향신문은 “자기성찰과 독자 의견 수렴을 위해 시민편집인 제도를 도입했다”며 “시민편집인은 독자와 함께 지면을 감시하고 신문이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게 된다”고 밝혔다. 동시에 경향신문은 이봉수 전 한겨레 시민편집인을, 한겨레는 고영재 전 경향신문 사장을 각각 시민편집인으로 초빙하면서 지면에 대한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다양한 전문가와 일반 독자들로 구성된 위원회 형태도 존재한다. 조선일보 독자권익위원회와 동아일보 독자위원회, 한겨레 열린편집위원회 등이다.

조선일보는 지난 2002년부터 약 11년간 위원회를 운영해왔다. 특히 지난 10년간 위원회에 편집국 참석자가 없었지만 올 4월부터 부국장이 직접 참석하면서 회의 결과가 편집국에 실시간으로 전해지고 있다.

제기된 비판이 지면에도 즉각 반영되는 등 점차 내실화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조선일보 권태우 독자서비스센터장은 “편집국이 위원회가 하는 말을 직접 경청하겠다는 의지”라며 “위원회가 오랫동안 유지될 수 있었던 건 내부 구성원들의 공감대는 물론 서로 긴장관계를 갖고 외부 의견에 귀 기울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동아일보는 두달에 한번 한 주제로 좌담회를 열고, 한겨레도 지난 5월부터 매달 논조와 의제 설정 등을 평가해 지면에 싣고 있다.

가장 일반적인 형태는 옴부즈맨 칼럼을 통한 비판이다. 지난 2001년부터 지금까지 서울신문(대한매일)이 가장 지속력 있게 운영되고 있다. 국민일보는 지난 2007년, 중앙일보는 지난 2006년, 동아일보는 2002년에 중단했다. 종합일간지 한 기자는 “옴부즈맨 칼럼 운영이 유동적이었던 것 같다”며 “옴부즈맨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크지 않고 체감하지 못한데서 비롯된 듯하다”고 말했다.

옴부즈맨 제도는 무엇보다도 ‘독립성’ 보장이 필수다. 신문사 내부 비판이다 보니 자칫 구색 맞추기나 자사 합리화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김균 서강대 교수는 “비판의 기회나 자기 발전의 발판보다는 스스로 면죄부를 주거나 이름뿐인 경우가 더러 있다”며 “옴부즈맨 제도는 진정성을 갖고 접근해야하며 자사에 대한 정당화 기제로 사용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 언론들의 옴부즈맨은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이 전문가들 의견이다. 경향신문과 서울신문에서 칼럼을 연재했던 김춘식 한국외대 교수는 “뉴스 편집회의에 옴부즈맨이 참여한다면 언론사 입장이나 뉴스 생산과정을 알 수 있어 더 심층적인 비평이 가능하지 않을까 한다”며 “가장 먼저 언론들의 열린 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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