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얼마나 더 망가질 것인가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편집위원회 jak@journalist.or.kr | 입력
2013.07.31 15:10:26
최근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한 지역방송이 아시아나 항공기 착륙 사고와 관련된 여객기 조종사들의 이름을 왜곡, 비하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문제가 되자 이 지역방송사는 사과방송은 물론, 내부 조사를 벌여 최소 3명의 담당 PD를 해고했다.
풍자와 독설이 광범위하게 허용되는 미국 방송에서 무더기 해고는 좀 심하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진지한 뉴스 선택과 사실의 엄중함, 인권보호를 철칙으로 삼는 미국 언론의 자세를 엿볼 수 있다.
지난 6월 서울 MBC는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문재인 의원이 변호사를 겸직하며 특혜를 누리고 있다는 ‘허위보도’를 내보냈다. 2월에는 역시 문재인 의원의 실루엣 사진을 범죄자 보도 CG에 사용하기도 했다.
MBC의 문재인 보도는 사실과 동떨어진 인격침해형 기사라는 점에서 아시아나 조종사 비하 기사와 비교될 만하다. 이 기사가 방송된 후 해고된 지역MBC 아르바이트 직원 외에 기사를 체크하고 전국 방송을 결정한 서울 MBC 책임자 중 누구도 적절한 징계를 받았다는 얘기를 들어보지 못했다. 오히려 지역 기사를 책임지는 서울 MBC 부서의 부장은 부국장으로 승진했고, 해당 기사를 체크한 지역기사 담당 간부는 정치부 데스크로 옮긴 뒤 뉴스 앵커로 내정됐다는 소문까지 있다. ‘문재인 변호사 겸직’ 오보를 낸 기자는 법조 1진이 됐다니 사실이라 믿기 어렵다. 오히려 MBC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징계 결정에 반발하기까지 했다고 한다.
김재철씨가 물러나면 조금은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던 MBC의 보도 수준이 오히려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5월 취임한 김종국 MBC 사장은 취임사에서 “공정방송을 직을 걸고 지키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석 달간 그의 행보를 보면 이미 직을 포기한 듯하다.
MBC의 대표적 시사 프로그램인 ‘시사매거진 2580’에서 해당 부장의 전횡으로 사상 초유의 아이템 불방 사태가 발생했고, ‘국정원 아이템’을 취재한 기자에게 업무배제와 낙제등급 인사고과가 부여돼 기자들이 피켓시위까지 벌였어도 요지부동이다.
편파보도는 이미 위험수위를 넘은 느낌이다. 이집트 시위는 해외 출장까지 보내 방송하면서 국정원 대선개입 규탄 촛불집회는 단신조차 내지 않았다. 민감한 기사는 단신으로도 방송이 되지 않으니 아예 일선 기자부터 1차 취재를 포기한다고 한다. 이뿐만 아니라 같은 리포트가 반복해 나가는 황당한 사고가 날 정도로 뉴스데스크의 방송사고는 일상화됐다.
사생활에 약점이 많은 김재철 전 사장 시절엔 그래도 기계적 균형과 기술적 문제에 시늉이라도 했다면 김종국 사장 체제에선 책임을 지는 사람도, 책임을 묻는 사람도 없는 듯하다.
일부에선 내년 2월 연임을 노리는 김종국 사장의 눈치보기가 MBC 저널리즘 붕괴를 가속시키는 것이라는 의혹을 내놓는다. 6개월 뒤 방문진 여권 이사들로부터 지지를 받기 위해서 친여 성향의 간부들은 문제가 드러나도 덮고 가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연임을 노리는 김종국 사장이 이같은 의심을 불식시키려면 하루 속히 뉴스와 시사프로그램을 정상화시키면 된다. 방법은 스스로 말했듯 “뉴스의 공정성과 객관성, 불편부당성을 지키는 것”이고, 그렇지 못한 간부를 인사조치하면 된다.
MBC와 김종국 사장은 샌프란시스코 지역 방송국의 사례에서 교훈을 얻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