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공제회, 취재 활동 최소 안전판
상조공제로 시작…2~3년 후 언론인연금 도입
김성후 기자 kshoo@journalist.or.kr | 입력
2013.08.14 12:36:21
워싱턴포스트가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아마존닷컴 창업자 제프 베조스에게 2억5000만달러에 팔렸다. 워터게이트 사건 특종으로 신문의 힘을 보여준 워싱턴포스트의 매각은 미디어산업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것 같다.
기자들은 어떤가. 처우는 갈수록 열악해지고 노동 강도는 높아만 가고 있다. 인력 충원은 더디고 동고동락했던 많은 기자들이 자의로 언론계를 떠나고 있다. 기자의 직업적 해체는 개별 언론사나 기자 개인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구조적이다.
좋은 직업 환경 없이 좋은 저널리즘을 기대할 수 없다. 작금의 언론계는 탐사보도나 심층기획 등 고품질 뉴스가 나오기 힘든 상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날그날 뉴스 만들기에 급급하고 마케팅의 유혹을 떨치지 못한다.
언론인공제회는 기자들이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최소한의 생활 안전판이다. 기자협회가 구상한 언론인공제회는 갑작스러운 사고나 질병으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을 지원하면서 궁극적으로 언론인연금 제도 도입을 추진하는 ‘투 트랙’으로 움직인다.
상조공제에 가입하면 한달에 한끼 식사값인 7000원(35세 기준)으로 업무 중 사고로 사망하면 3000만원, 하루 10만원씩 최대 180일간 입원비와 치료비 1000만원을 받을 수 있다. 상조공제에 각종 암을 보장하는 방안을 보험사와 협의 중이다.
대부분 기자들은 국민연금 이외에 별다른 노후보장 수단이 없다. 개인연금 저축에 가입하고 싶어도 경제적 여건이 여의치 않고 퇴직금도 매년 중간정산을 받아 생활자금으로 쓰고 있는 형편이다.
언론인공제회는 언론인연금을 통해 기자들의 노후를 보장한다. 매달 일정액을 공제회에 적립하면 퇴직 이후 매달 일정금액의 연금을 받을 수 있다. 일반 금융기관의 개인연금 보다 더 나은 보장을 받을 수 있도록 ‘언론인공제회법’ 제정을 추진한다.
언론인공제회법에는 공제회 보호·육성을 위해 정부 공적자금을 출연하는 조항이 들어간다. 특히 공제 회원이 퇴직해 언론인연금을 받게 되는 경우 본인 부담금 외에 별도로 언론인발전장려금을 지급하는 조항을 명시할 방침이다. 예컨대 1000~2000억원 규모의 언론인발전장려금을 운용, 그 수익을 연금에 가입한 언론인에게 추가로 지급하는 방안이다.
공무원이 아닌 민간 전문직 공제회에 정부 공적자금이 투입된 사례는 적잖다. 과학기술인공제회는 출범 이듬해인 2004년 200억원, 2005년 200억원, 2008년 600억원 등 모두 1000억원의 정부 출연금을 받았다. 2017년까지 3600억원을 더 지원 받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보건복지부는 사회복지사들이 한국사회복지공제회 단체상해보험에 가입하면 보험료 50%를 지원한다. 사회복지공제회 안착을 위한 간접 지원인 셈이다.
대한민국 민주주의 발전에 언론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사회적 의제를 만들고 역사의 현장을 기록하며 민주주의를 확산시키고 진전시켰다. 미디어환경의 변화와 함께 언론산업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언론인의 직업 안정성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
언론인이 직업적 소명의식을 가지고 언론 본연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사회적 관심과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언론인공제회는 언론인의 생활안정과 복지증진을 내걸고 있지만 한편으로 좋은 저널리즘 구현에 앞장서겠다는 언론인의 다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