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협회 언론자유 강령을 되새기며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편집위원회 jak@journalist.or.kr | 입력
2013.08.14 17:11:41
49년 전인 1964년 8월 2일. 박정희 대통령의 공화당이 일요일 밤에 국회를 열어 ‘언론윤리위원회법’을 통과시키던 날은 공교롭게도 미국의 베트남 전쟁 본격 개입의 빌미를 만들었던 통킹만 사건이 벌어진 날이기도 하다.
그로부터 7년 후인 1971년 6월.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가 ‘통킹만 사건은 북베트남의 도발이 아니라 확전을 노린 미국의 조작사건’이라는 극비문서(펜타곤 문서)를 잇따라 보도하면서 전쟁의 진실이 세상에 알려졌다. 곧바로 미국 행정부가 소송을 걸었다. 1심에선 보도 정지 판결을 받아내지만 연방대법원은 반대로 두 신문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휴고 블랙 연방대법원 판사는 “오직 자유로운 언론만이 정부의 거짓을 효과적으로 폭로할 수 있으며, 자유로운 언론이 갖춰야 할 최고의 책무는 정부가 국민을 속이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라고 판결문에서 명시했다. 국가안보를 비롯한 그 어떠한 이유로도 언론의 자유를 강조한 수정헌법 제1조를 위반할 수 없음을 재확인했다. 1972년 임기 도중인 미국 대통령의 사임을 가져왔던 워터게이트 사건 보도가 가능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기자협회 창립 49주년을 맞아 통킹만 사건을 떠올리는 것은 단순히 1964년 8월 초라는 시기적 일치 때문만은 아니다. 미국의 베트남전쟁 조작 사건과 이후 과정은 당시 한국 국회가 강행 통과시킨 언론윤리위원회법과 묘하게 겹치기 때문이다.
언론의 공적 책임과 윤리를 내세워 언론을 장악하고 언론의 자유를 억압하려는 시도가 바로 언론윤리위원회법이었다. 당시 모든 부처의 출입기자들이 취재중지 성명을 발표하고, 전국언론인대회를 열어 법철폐에 나서면서 탄생한 투쟁의 구심체이자 결과물이 바로 한국기자협회다. 결국 대통령의 언론윤리위원회법 시행 보류를 이끌어냈지만 이후 한국 언론계는 정부의 언론탄압과의 길고 끈질긴 싸움을 시작했다. 한국기자협회가 지금까지도 표방하고 있는 5대 강령 중에서 가장 강조했던 것이 ‘언론자유 수호’다.
한국기자협회가 창립된 지 49년이 흐른 지금의 언론환경은 어떤가. 얼핏 언론의 자유가 확대된 것처럼 보이지만 정부는 더욱 교묘해지고 갈수록 거칠어지고 있다. 통킹만 사건으로 시작된 펜타곤 문서공개 보도, 워터게이트 사건 보도, 그리고 최근의 위키리크스 폭로와 에드워드 스노우든의 폭로는 여전히 언론의 자유와 역할의 중요함을 일깨워준다. 한국은 어떤가. 대선 과정에서의 국정원 개입건을 비롯한 공정보도 논란이 쉼 없이 터져나오고 있다. YTN을 시작으로 KBS, MBC, 최근에는 한국일보에 이르기까지 해직 문제와 편집권 독립이라는 기본적인 권리조차 제대로 해결되거나 지켜지지 않는 모습이다.
미디어환경 또한 급변하고 있다. 자본의 입김과 힘이 더욱 거세졌다. 언론사 생존을 위한 고민은 온라인 뉴스유료화를 비롯한 무한경쟁으로 내몰리고 있고, 언론인공제회를 고민할 정도로 기자들의 직업적 안정성도 위협받는 상황이다.
그렇지만 한가지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언론자유 수호를 통한 공정보도 확보다. 독자의 신뢰도 바로 여기서 나온다. 급변하는 미디어환경을 이겨내고, 막강해진 자본의 힘과 교묘해진 정부의 언론통제를 극복할 유일한 해법이다. 49주년을 맞은 한국기자협회 창립정신을 다시 한번 되새기자는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