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 주파수, UHD 방송에 꼭 필요"

방송학회 '디지털 전환 이후 지상파 방송 활성화' 토론회

“UHD 방송으로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주파수이지만, 통신 입장에선 더 있으면 좋은 주파수일 뿐이다.”

지상파 디지털 전환 이후 비어있는 700㎒ 대역 주파수 활용을 두고 방송과 통신 업계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UHD(초고화질) TV와 같은 차세대 미디어 서비스를 위해 방송 몫으로 남겨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방송학회 주최로 29일 서울 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열린 ‘디지털 전환 이후 지상파 방송의 활성화를 위한 전략과 과제’ 세미나에서 전문가들은 UHD 방송 보급과 지상파의 무료 다채널 서비스 등을 위해 방송용 주파수 확보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디지털 전환 이후를 뛰어넘는 지상파의 수신환경 개선 노력과 DTV 전략이 전제가 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 한국방송학회가 29일 서울 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디지털 전환 이후 지상파 방송의 활성화를 위한 전략과 과제’ 세미나를 개최했다. (김희영 기자)  
 
박성규 미래방송연구회 수석부회장은 “미래 방송 시장을 생각해 700㎒ 대역은 그대로 남아야 한다”면서 “활용 방안에 대해 완전히 결론이 날 때까지 통신에 할당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가 추진 중인 중장기 주파수 정책 ‘모바일 광개토 플랜’에 대해서도 “알박기 식의 모순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강형철 숙명여대 교수도 “통신에 주파수를 몰아줄 게 아니라 방송 쪽에서도 공중 주파수를 가지고 기술 발전과 여러 방송 서비스를 할 수 있는 발전기의 엔진을 꺼뜨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최우정 계명대 교수는 “주파수를 단순히 시장 논리로 접근하는 것은 위헌적 요소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공영방송의 존속과 향후 기술 발전을 보장하는 측면에서 주파수를 자유재량으로 경매 시장에 내놓아선 안 된다”며 “디지털 전환의 진짜 목표 달성을 위해 존재하는 700㎒ 주파수 분배를 단순히 정책적 재량에 맡겨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박진우 KBS미디어정책부장은 “방송사가 (주파수를) 쓰고 여유가 생기면 나머지를 국가에 반납하는 게 가장 이상적인 형태”라고 주장했다. 박 부장은 덧붙여 종합플랫폼으로서의 700㎒ 주파수 활용 방안을 제안했다. 그는 “700㎒의 절반만 주면 종합플랫폼으로 만들겠다”면서 “2~3개 HD채널을 이동 수신용으로 집어넣고 DMB와 라디오, HD채널에 UHD 부가신호를 넣어 다채널 환경을 만드는 것을 기획 중”이라고 밝혔다.

UHD TV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전망이 주를 이뤘다. 풀HD 방송보다 4배에서 최대 16배까지 화질이 뛰어난 UHD TV는 차세대 방송 서비스로 각광을 받고 있으나, 이경재 방송통신위원장 등은 미국의 예를 들어 ‘시기상조론’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미래창조과학부는 케이블과 위성을 중심으로 UHD TV 방송을 서두르는 태세다.

박성규 부회장은 “UHD TV가 지난해 4000대 판매되고 2017년에는 210만대 판매가 예상될 정도로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면서 “콘텐츠가 없어서 시험방송만 하다 실패로 끝난 3DTV와 달라 UHD TV는 콘텐츠 부가가치가 엄청 높은 산업”이라고 말했다. 그는 “방송 환경만 개선되면 UHD TV로 세계 방송 시장을 선도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MBC 정책협력부의 이남표 전문위원도 “UHD TV는 먼 미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케이블과 위성방송의 킬러콘텐츠가 여전히 지상파인데, 지상파만 빼고 케이블과 위성만 UHD로 전환하는 게 어떤 의미가 있나”라며 “지상파의 UHD 전환에 대해 규제기가구 분명한 안을 가지고, 그 속에서 700㎒ 주파수 활용도 고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의 전제는 지상파 수신환경 개선과 차별화된 서비스 제공이 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광호 서울과학기술대학교 IT정책전문대학원 교수가 지적한 대로 지난해 말 디지털 전환을 완료한 이후 지상파 TV의 직접 수신율이 오히려 하락하고 있다는 것은 지상파의 DTV 전략 부재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김광호 교수는 “지상파 직접 수신환경 개선과 함께 무료 지상파 다채널 서비스, 뉴미디어 서비스 등을 통해 플랫폼의 지위를 강화해야 한다”며 “다채널 서비스를 통한 지상파 DTV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성규 부회장도 “디지털 전환으로 화질과 음향이 좋아졌을 뿐 지상파 수신환경이나 채널 수 등 달라진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면서 “수신환경 개선과 차세대 서비스를 위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남표 전문위원은 “우리나라만 디지털 전환 이후 직접 수신율이 떨어진 것은 지상파 플랫폼 자체의 매력도가 하락했기 때문”이라며 “결국 다채널의 문제다. 직접수신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시청자 눈높이에 맞추는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한 탓”이라고 말했다. 이 박사는 이와 관련해 “규제 기구의 책임이 더 크다”고 지적했다.

강형철 교수는 “모든 매체가 플랫폼화 되고 있는데 지상파는 아직도 시장에서 좌판 깔고 장사하고 있다”며 “그러면서 UHD TV 할 때 주파수 달라 이런 식으로 하지 말고, 디지털 시대에 맞는 플랫폼으로 변화하고 보편적 서비스에 대한 명확한 그림과 미래 비전을 먼저 보여야 한다”고 밝혔다.

노영란 매비우스 사무국장은 ‘기본’을 요구했다. 노 사무국장은 “새로운 서비스에 집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상파라는 무료 플랫폼이 시청자들이 진짜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공적 서비스망으로 자리 잡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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