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관리 빠른 시일 내 졸업 목표
장씨 일가 재진입 가능성에도 관심
한국일보가 기업회생 절차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지난 6일 법원이 한국일보 기업회생 절차 개시를 결정함에 따라 한국일보는 임금삭감 및 구조조정 등 다각적인 경영정상화 방안을 모색할 전망이다. 특히 자본 건전성이 높은 기업과의 인수합병 추진 등 회생계획을 통해 빠른 시일 내 법정관리를 벗어나겠다는 목표다.
서울중앙지법 파산2부는 지난 6일 기업회생 절차 개시와 함께 제3자 관리인으로 고낙현 재산보전 관리인을 선임했다. 지난 7월24일 한국일보 전ㆍ현직 기자와 논설위원 등 201명이 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한 지 45일만이다.
당시 신청인들은 “장재구 회장의 비리와 전횡, 부실 경영으로 부도 위기에 처한 회사를 살리고 신문 발행을 정상화하기 위해 뼈를 깎는 희생을 각오하고 기업회생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1일 법원은 한국일보에 재산보전처분 및 고낙현 보전관리인을 임명했고, 23일 장재구 회장은 456억원의 횡령ㆍ배임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기업회생절차가 개시됨에 따라 한국일보는 단계적인 절차를 밟아 나갈 계획이다. 우선 법원이 선정한 회계법인이 조사위원으로 참여해 한국일보의 자산과 부채를 토대로 실사를 진행한다. 회계법인은 한국일보의 계속기업가치와 청산가치에 대해 평가하는데, 언론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해 청산보다는 기업회생 쪽이 우세하다는 전망이다. 조사 후 법원의 승인이 나면 회생계획안을 마련해 채권자들과 협의를 진행하게 된다. 이때 한국일보는 독자적인 회생안 또는 인수합병을 통한 회생을 꾀할 수 있다.
한국일보는 현재 회생계획안 인가 전 인수합병을 추진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기업가치 평가 완료 후 매각을 추진할 경우 약 6개월~1년 정도의 시일이 소요되기 때문에 신속한 법정관리 종결을 위해 인가 전 인수합병으로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향후 법원과 협의해 승인을 거치면 매각에 착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재학 전략기획실 제1실장은 “중도신문으로서 전통과 가치를 갖고 있는 한국일보인 만큼 매각이 추진된다면 사회적 공감대가 필요하다”며 “가격요소 외에 자본의 건전성, 경영진의 언론에 대한 이해도, 경영능력과 비전 등 공익성을 갖췄는지 살펴볼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공개 매각이 진행될 경우 장재구 회장을 비롯한 장씨 일가에서 한국일보를 쉽게 포기하지 못할 것이란 의견이 있다. 하지만 지난달 1일 법원의 재산보전 처분 결정으로 장재구 회장의 한국일보 경영권이 상실됐고, 현재 횡령ㆍ배임 혐의로 기소된 상황에서 장 회장의 재진입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다. 장 회장이 보유한 40%의 지분도 추후 채권 변제 등의 과정에서 소각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장씨 형제들의 진입 여지는 있다. 인수합병이 진행될 경우, 장재민 미주 한국일보 회장 등이 투자자를 모아 매각에 참여하는 것이 가능하다.
장재민 미주 한국일보 회장은 한국일보 지분 29%를 소유하고 있다. 하지만 장재민 미주 한국일보 회장에 대한 구성원들의 거부감이 있고 자금 마련도 미지수라 진출이 쉽지는 않을 거란 예상이다.
직원들이 우리사주조합 형태로 직접 주식을 매입해 경영에 참여하는 방안도 있다. 하지만 부채 비율이 높은 자본잠식 상태에서 실현성은 낮다. 다만 장재구 회장의 억대 횡령 및 배임 경험에 비춰 내부적으로 최소한의 견제 장치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공감대와 고민이 있다.
회생절차가 개시되면서 그동안 미뤄뒀던 인사도 이번 주에 단행될 예정이다. 이계성 편집국장 직무대행은 “직원들과 당사자들의 의견을 참조해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며 “아직 논의 중이며 최대한 접점을 찾아보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광고 및 판매국를 제외한 비편집국 통폐합이 추진된다. 그동안 비대화되고 비효율적이었던 부서를 기존의 3실 2국 8부에서 1실 2국 7팀으로 개편해 효율성을 추구했다.
고재학 실장은 “조직슬림화, 임금 삭감 등 합리적인 구조조정을 통한 자구책 마련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59년간 한국일보는 중도언론으로서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를 받아 왔다. 앞으로도 한국사회에서 건강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건전하고 튼튼한 자본을 유치하는 것이 중요하다. 빠른 시일 내 법정관리를 졸업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