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 '사랑과 결혼 사이'
[스페셜리스트 | 문화] 김소영 MBC 주말뉴스부장
김소영 MBC 주말뉴스부장 jak@journalist.or.kr | 입력
2013.09.11 13: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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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소영 MBC 주말뉴스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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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서울 도심에서 영화감독 김조광수씨와 영화 배급사 대표 김승환씨가 동성 결혼식을 열었다. 공개적으로 결혼하겠다고 밝힌 것이 지난 5월이니 충동적으로 행사를 연 것이 아니다. 이들이 원한 것은 동성애자 결합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였다. 구청에 혼인 신고를 접수했다는데, 현행 헌법이 동성 결혼을 인정하지 않는 만큼 혼인 신고가 반려되면, 헌법 소원까지 낼 계획이라고 한다. 이들의 바람대로 우리 사회는 피할 수 없는 뜨거운 화두를 손에 쥐게 되었다.
1996년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이 격화된 찬반양론 속에서 동성 간의 결혼을 인정하지 않는 결혼보호법에 서명하면서, 동성애는 태평양 넘어 국내 대학 동아리에서도 인기 있는 토론 이슈로 떠올랐다. 2000년대 들어 영화와 드라마에서까지 소재로 다뤄지기도 했으니 아주 생소한 이야기는 아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우리와는 상관없는 가상의 이야기였지, 김조광수씨와 김승환씨의 공개 결혼처럼 실제로 눈앞에서 벌어진 바로 우리 옆집 이야기는 아니었던 것이다.(빌 클린턴 대통령은 나중에 동성 결혼 찬성으로 입장을 바꾸었다.)
동성애자를 소수자 인권의 시각에서 접근하면 동성 결혼을 금지하는 것은 논리가 서지 않는 것처럼 보이게 되어있다. 현대는 다양성을 존중하는 시대이다. 동성 간 사랑도 부정할 수 없다. 사랑하면 같이 살고 싶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럼 결혼해야 한다. 이런 식의 논리가 되풀이 된다.
그러나 사랑과 결혼은 궤를 좀 다르게 봐야 한다. 사랑은 개인 간의 감정이지만, 결혼은 사회와의 약속이기 때문이다. 결혼은 남녀가 정식으로 아이를 낳아 사회인으로 책임지고 길러 내겠다는 암묵적 약속이 전제된 제도이다. 자녀를 가질 수 없는 동성 부부가 입양을 많이 하면 고아 문제가 한결 나아질 것이라고 하지만, 이 경우 자녀들이 겪을 자신과 가족의 정체성 혼란 등의 문제에 대해서는 딱히 보고된 바가 없다. 당장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 동성 결혼 커플의 증가는 인구 감소를 야기할 것이다. 또한 사랑하니까 동성 결혼을 합법화시켜줘야 한다면 근친결혼과 일부다처제도 합법화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막기 어렵게 된다.
그래서 대안으로 결혼이 아닌 제2의 제도를 실시하는 국가가 있다. 독일과 영국 등 10여개 국가는 동성 결혼을 합법화하고 있지 않지만, 재산 상속 등 일부 권리는 인정하는 이른바 ‘시민 결합’ 제도를 시행중이다. 그렇다고 이들 국가에서 찬반 논란까지 수그러든 것은 아니다.
김조광수 커플의 공개 결혼식으로, 처리가 지지부진했던 성소수자 차별금지법안까지 덩달아 주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남녀차별로 몸살을 앓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 동성 결혼을 놓고 지난한 고민을 해야 하다니, 사회의 변화가 빨라도 보통 빠른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