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진아, 이제 훨훨 날아라 구름과 바람이 되어

故최승진 CBS 기자 추도사



   
 
   
 
최승진 CBS 기자가 지난달 25일 별세했다. 향년 46세.
고인은 1992년 CBS에 입사해 정치부, 사회부 등을 거치며 시경캡, 법조팀장, 국회반장, 한국기자협회 CBS지회장 등을 역임했다. 1998년에는 ‘박종철 고문경관 경찰유관단체 근무’ 보도로 한국기자상을 수상했다.
고인은 2005년 CBS지회장 시절 당시 암투병을 벌이던 동료 기자를 돕는 데 앞장섰던 경험이 있어 더욱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CBS 기자들은 그동안 십시일반으로 급여의 일정액을 공제해 고인의 투병생활을 지원해왔다.
본보는 고인의 동기인 구병수 CBS 기자의 추도사를 싣는다.


승진아 몰랐다. 이렇게 빨리 올 줄 몰랐다. 누군가와의 이별이 이렇게 처절할 줄 몰랐다.
질경이처럼 질기고 질길 것처럼 보였던 그 한 생명이 이렇게 쉽게, 이렇게 허무하게 막을 고할 줄 몰랐다.
웅숭깊던 너의 꿈이 명징한 하늘 끝까지 가지 못하고 나락으로 추락할 줄 몰랐다.

승진아 두렵다. 수많은 인연을 길게 잇지 못해 기억 속에서 영원히 자취를 감출지 모를 너의 체취와 향기가 두렵다.
내가 그렸던 큰 그림이 회색의 무덤으로 덧칠돼 한 뼘 땅속에 파묻혀버리게 될지 두렵다.
아버지로 아들로 살아온 또렷한 네 삶의 궤적이 여리게 여리게 흔적도 없이 사라질까 두렵다.
붉은 동맥같이 선연했던 네 의지가 꺾이고 찢어져 포말로 사라질까 두렵다.

승진아 그러나 이제 훨훨 날아라.
네 육신을 짓눌럿던 암덩어리도 이제 너와 함께 할 수 없다.

네 피와 살은 한 줌 재로 남겨지겠지만 네 피와 살로 만들어진 유일이, 유나가 너의 또다른 비상을 지켜볼 것이다.
너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온전히 그들에게 남아 살아 숨쉬게 될 게다.

승진아 구름과 바람이 되어 거침없이 질주하거라. 너를 가둬둘 질곡은 더 이상 없다.
승진아 잘 가라.

<구병수 CBS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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