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도라의 상자' 통합시청률 논의 본격화
방통위 등 스마트기기 포함 시청률 조사 박차
"방송사·광고주·조사기관 등 합의 마련 관건"
장우성 기자 jean@journalist.or.kr | 입력
2013.10.23 14: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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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닐슨코리아 집계 결과 10월 셋째주 주간 전국시청률 28.3%를 기록해 1위를 차지한 KBS 2TV 주말연속극 ‘왕가네 식구들’의 촬영 현장. (사진=KB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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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뉴스9는 왜 항상 20% 안팎의 안정된 시청률을 오르내릴까. 장안의 화제가 되는 ‘꽃보다 할배’는 왜 한자리수 시청률에 그칠까.
이미 TV수상기를 넘어 스마트폰, 인터넷 등 소비자들이 사용하는 방송 시청 기기는 천차만별이다. VOD 시청이 일반화돼 ‘본방사수’도 이제 옛말이 되고 있다. 하지만 시청률 조사 방식은 TV수상기를 통한 시청을 측정하는 식의 아날로그 시대에 머물고 있다. 스마트 기기를 통한 TV시청까지 측정할 수 있는 ‘통합시청률’ 조사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인 권은희 새누리당 의원은 15일 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현행 시청점유율 조사 방식은 고정형 TV에 한정돼 젊은층의 PC를 비롯한 모바일 기기를 통한 TV시청시간을 측정할 수 없어 시청점유율 산정의 공백이 발생한다”며 “다양한 시청 환경에 대한 인식과 조사방법의 고도화를 위해 방통위뿐만 아니라 관련 업계와의 긴밀한 협조와 공조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미 젊은층의 방송콘텐츠 시청 방법은 TV에서 스마트 기기로 이동한 상태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지난해 발표한 ‘스마트세대 20대의 미디어 이용 행태’ 보고서에 따르면 20대가 꼽은 ‘일상생활에서 없어서는 안 될 매체’는 ‘스마트폰(50.2%)’으로 TV를 앞질렀다. 반면 40대 58.7%, 50대 81%는 TV를 가장 중요한 매체로 꼽았다. 20대는 스마트폰 보유 비율에서도 93.5%로 타 연령대를 압도했다. DMB 수신이 가능한 스마트폰 보유비율도 80.2%나 됐다.
젊은층의 스마트 기기 활용이 일반화되면서 미국에서는 당일 실시간 시청률을 중심으로 한 시청률 조사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폭스, ABC, NBC CBS 등 지상파 방송사들은 현행 시청률의 정확성이 떨어진다고 보고 방송 후 7일간의 VOD 시청률을 합산하는 방식을 논의하고 있다.
실제 국내에서도 통합시청률 시스템 구축을 위한 노력은 각계에서 이어지고 있다. 방통위는 올해 내로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스마트 미디어를 통한 TV 시청점유율을 시범조사할 계획이다.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스마트 미디어 시청점유율 조사에 나서기 위해 관련예산 18억원을 책정했다. 이 조사는 다양한 시청 기기를 통한 실시간 시청기록은 물론 방송 후 1주일 이내 VOD 시청기록까지 포함한 통합시청률 지수 개발이 목표다.
다국적 정보분석 기업인 닐슨코리아는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와 함께 통합시청률 산정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이른바 ‘3 스크린’으로 불리는 TV, 인터넷, 모바일 기기를 통한 시청 기록을 통합한 시청률 조사방법을 확립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닐슨코리아와 서울대는 시청률 조사 대상이 될 패널을 수집 중이며 올해 안에는 기본적인 조사방법의 표준안을 공개할 방침이다. 이 표준안을 수용하는 사업자들부터 시범적으로 시청률 측정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인터넷 데이터까지 포함된 범위가 워낙 방대해 보편화까지 시간은 다소 걸릴 전망이다.
광고주들 입장에서도 통합시청률 개발은 큰 관심사다. 효과적인 방송 광고판매를 위해서는 계층의 미디어 이용 특성을 포괄하는 정확한 시청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24일 열리는 2013 광고주 대회에서는 TNmS코리아가 스마트 기기를 포함한 미디어이용행태 조사 결과를 발표하기로 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통합시청률 산정이 본격화되면 실제 방송 프로그램 시청률 판도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줄지도 관심사다. 아직까지 통합시청률은 ‘판도라의 상자’라는 평가다. 즉 ‘뚜껑을 열어봐야 한다’는 불확실성이 있다는 것이다. 일단 가구시청률에 다른 기기의 시청률이 합산되면 시청률의 총 수치는 늘어나게 된다. 하지만 패널 표본을 크게 잡기 어렵다는 점이 있다. TV와 다른 기기들을 통한 시청 행태를 동등하게 평가하기 어려운 점도 제기된다. 이에 따라 통합시청률 결과가 나와도 판도가 뒤집어질 정도의 급격한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또 통합시청률 측정이 자리잡기까지는 여러 가지 난제가 남아 있다. 방송사 사이에서도 이해가 다른데다 광고주, 시청률 조사 기관 모두 입장 차이가 불가피하다. 모두가 합의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하기란 쉽지 않다는 것이다.
황성연 닐슨코리아 연구위원은 “통합시청률 산정 방식은 결국 방송사 등 시청률에 관계된 주체들 간의 합의의 문제”라며 “미국의 경우는 지상파 방송사들이 기술적인 문제 등에 적극적이라 진척이 빠르다. 본격적 실용화 시기는 방송사들이 얼마나 나서주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강남준 서울대 교수(언론정보연구소)는 “미국에 비해 통합시청률 산정을 위한 논의는 늦게 시작했지만 우리나라의 IT 수준이 높기 때문에 솔루션 개발에서는 더 앞서갈 수 있다”며 “방송사와 광고주, 조사기관 등 정책입안자들이 접점을 찾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