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정확성이 언론 신뢰도 좌우 …'팩트 체커' 강화해야

언론 게이트키핑 기능 회복 위한 감시자 역할
인력·재정 등 현실적 여건에 실현 가능성 한계
저널리즘 공공성 위한 '한국형 모델' 시도 필요


   
 
   
 
저널리즘 위기론이 대두되면서 언론의 신뢰 회복을 위한 ‘사실 검증’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발간한 ‘저널리즘 공공성 실현을 위한 한국형 팩트체킹 모델 연구’(책임연구 마동훈 고려대 교수) 보고서는 왜곡되고 제한된 정보의 혼란을 방지하고 언론의 게이트키핑 기능을 회복하기 위한 감시자로 ‘팩트 체커’를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언론인들도 뉴스의 정확성을 한층 확보하는 팩트체커의 필요성에 대다수 공감했다. 온라인 매체 발달로 속보 경쟁에 치우치면서 ‘빨리빨리’ 혹은 ‘자극적’인 보도가 늘어나고 있다. 반면 사실검증 기능이 약화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언론이 기본적인 사실 확인을 게을리 하는 전달자에 그치면서 팩트에 대한 책임이 모호해지고 있다는 비판이다.

지상파 방송사 한 기자도 “사실성 자체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지고 있다”며 “정부 발표 등을 사실처럼 그대로 전하는데 이를 뒤집어 사실 여부를 보도하는 것이 언론의 제 기능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팩트체커 시스템이 현실 가능한지 의문이 제기된다. 시청률과 판매부수 경쟁이 치열한 현 언론계 상황이 걸림돌이다. 사실 검증에 활용할 인력과 재정이 부족한데 독립적인 운영이 가능하겠느냐는 것이다. 이 때문에 사실상 교정·교열 이상의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있다. 또 사실을 검증하며 선후배 또는 동료들에게 쓴 소리를 해야 하는 부담도 크다는 설명이다.

정파성에 자유롭지 못한 국내 언론의 특성 상 중립성 문제도 있다. 보고서에서 연구팀은 “검증의 신뢰도가 의심받게 될 때 팩트체킹이 오히려 정파적 논쟁을 가중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종합일간지 A편집국장도 “우리같이 이념적으로 갈려 있는 사회에서는 팩트체킹이 하나의 공격수단으로 잘못 인식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검증 대상 및 사안 등에 대한 논의가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정치적 사안 검증은 독자의 주목도도 높아 적극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반면 객관적 검증주체 없이 수용자의 의심만 가중시킬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그럼에도 정치 분야 등의 수요가 높다는 점은 공통되는 의견이다.

국내 언론사의 실정은 아직 초기 수준이다. 중앙일보는 지난 2008년경 팩트체크팀을 신설하고 2009년 외부 전문가 20여명을 사외 팩트체커 형태로 운영했다. 현재는 20년 이상 된 4명의 선임급 기자들이 심의실에서 사전·사후 심의로 팩트체커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MBC도 보도국과 시사제작국에 팩트체크팀을 운영한다. 지난 2010년 신설됐지만 파업 등을 거치며 폐지와 부활이 반복되다가 지난 6월 다시 구성됐다. 뉴스데스크 기사를 팩트체크하지만 실상은 교열의 단순 업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동아일보도 지난해 2월부터 ‘팩트체크’ 코너를 지면에 선보이고 있다. 정치인의 일부 발언이나 기사 일부분을 발췌해 검증하는 취지다. 지속적으로 보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특정 사안의 정당성을 주장하거나 자사 논지를 변호, 단순한 사실 전달 등에 그친다”는 지적이다. KBS는 팩트체커의 일환으로 지난해 대선기간 ‘대선후보 진실검증단’을 운영했다.

오마이뉴스가 지난해 대선기간 특집으로 실시한 ‘오마이팩트’도 사례로 꼽힌다. 개별 기사의 진실 여부에 따라 후보자는 -2점(진실)에서 2점(거짓)의 점수를 부여받는다. 후보자별 총점에 따라 ‘피노키오 지수’를 정한다. 연구팀은 “당연시 여겨진 사실의 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루는 새로운 시도이자 독자평가로 투명성을 띄었다”고 평가한 반면 “대상인 후보별 검증 건수 차이와 논조의 주관적 평가 등 검증자의 정파성 문제가 나타난다”고 밝혔다.

해외에서도 이미 팩트체킹 시스템을 실시하고 있다. 미국의 3대 팩트체커인 ‘Politifact.com’, ‘The Fact Checker’, ‘Factcheck.org’가 대표적이다. ‘Politifact.com’은 탬파베이타임스 워싱턴지국이 운영하며 언론사 내부 독립기구 형태다. 4명의 기자가 하루 2건 가량의 사실검증 결과를 ‘진실-대부분 진실-절반의 사실-대부분 허위-허위-새빨간 거짓말’ 등 6단계로 게재한다. ‘The Fact Checker’ 는 30년 경력의 워싱턴포스트 기자가 블로그 칼럼을 통해 주요 정치인의 발언을 검증하고 피노키오 배지를 부여한다. 대학 기반 연구센터의 독립 재정으로 운영되는 ‘Factcheck.org’는 전문가 및 경영자, 대학생 등이 사실 검증을 한다. AP통신, CNN 등 30년 이상 워싱턴 정가를 취재한 브룩스 잭슨이 2003년 설립했다.

결국 저널리즘 공공성을 확립하기 위해 언론사들이 다양한 시도와 투자로 팩트체커를 점차 활성화해 나가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종합일간지 B편집국장은 “정보의 정확성은 언론의 신뢰도를 규정짓는 결정적 요소”라며 “팩트체커는 언론사들이 정론을 향한 노력을 보다 기울이도록 긴장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보고서에서 밝혔다.

연구팀은 ‘언론사 주도 독립형 모델’과 ‘연구기관 주도 협업 모델’을 제안했다. 언론 주도형은 사실 검증을 할 수 있는 인적·물적 자원을 갖추고 있어 유리하다. 이 점 때문에 경험이 풍부한 사내 시니어 기자들을 팩트체커로 활용해야한다는 의견이다. 종합일간지 한 기자는 “패트체커의 전문성은 중요하다. 최소한 담당기자만큼 또는 그 이상의 식견이 있어야 할 것”이라며 “기자들에게 싫은 소리를 해야 하는데 신망 있거나 고참 기자가 아니고서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파성 논란 해소가 과제인 만큼 대학 등 공공기관이 주도하되 전·현직 언론인이 직간접적으로 참여하는 모델이 실현 가능성이 더 높다는 분석도 있다. 더 중립적이고 공공적인 검증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팩트체킹 결과를 외부에 알릴 수 있는 인지도 있는 매체나 온라인 시스템 운영 노하우가 없고 초기 재원이 많이 요구되는 등의 한계는 있다.

마동훈 교수 연구팀은 “검증자의 독립성과 검증방식의 객관성을 확보하고 구체적인 팩트체킹의 대상, 방법에 대한 기준 등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을 정립해야 한다”며 “사실 검증을 수행할 수 있도록 정치적·재정적으로 독립된 시스템을 구축하고 집단지성을 보완할 새로운 전문가 지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종합일간지 편집국장을 지낸 한 기자는 “팩트체커는 어떤 방식으로든 확대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스트레이트는 쉽지 않지만 기획 기사의 경우 취재 과정에서 팩트체커로 전문가 등을 참여시키면 기사의 질을 높이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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