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을 말한 자는 해고, 진실을 가린 자는 영전"
MBC 최승호.정영하 해고무효소송 최종 변론
김고은 기자 nowar@journalist.or.kr | 입력
2013.11.22 17:08:05
“최승호 PD를 ‘PD수첩’에서 내쫓은 윤길용 전 시사교양국장은 울산MBC 사장이 되고, 내쫓긴 최승호 PD는 해고자가 되었다. 이 천양지차의 차이를 만들어낸 것은 무엇인가. 둘 중 과연 누가 더 공영방송 MBC를 위해 헌신했다고 할 수 있을까.”
이상호 MBC 기자에 대한 해고가 부당하다는 판결이 나온 22일 오전. 1시간 30분의 시차를 두고 같은 서울남부지법 310호 법정에서 최승호 PD와 정영하 전 MBC노조 위원장 등에 대한 해고무효확인 소송 마지막 변론기일이 열렸다.
원고 측 변호를 맡은 민주노총 법률원의 신인수 변호사는 최종 변론을 통해 “진실을 말한 언론인은 해고자가 되고, 진실을 가리려던 사람은 사장이 되는 현실”을 꼬집으며 “이 사건이 2013년 방송의 중대한 분기점이 될 수 있는 만큼,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을 부탁 드린다”고 밝혔다.
신인수 변호사는 이날 방대한 분량의 파워포인트 자료를 통해 지난해 MBC노조 파업은 공정방송이라는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정당한 싸움이었으며, 이로 인한 해고 및 정직 등의 무더기 중징계는 부당하다는 점을 역설했다. 신 변호사는 “김재철 사장이 취임하고 2년 동안 MBC에 무슨 일이 있었기에 700명이 넘는 조합원들과 머리가 희끗한 노기자들이 6개월간 대출까지 받아가며 투쟁할 수밖에 없었는가”라고 운을 뗐다.
이어 MBC 보도국과 시사교양국, 라디오본부 등 MBC 조직 전반에서 일어난 부당 인사, 방송 파행 사태 등을 열거하며 “(파업은) 단체협약에서 규정한 방송의 공정성을 수호하고 근로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참다못해 어쩔 수 없이 나선 정당한 쟁위행위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근거로 MBC 단체협약 제20조와 제21조에 명시된 “노사는 공정방송 실현에 최선을 다하며, 방송의 독립을 지킨다”는 규정을 들었다.
MBC노조는 여러 차례 보도본부 인사 문책 및 쇄신 등을 요구했고, 결국 김재철 전 사장이 불공정 보도를 일부 인정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급기야 MBC노조가 여의도 방송센터 1층 로비에서 인적 쇄신을 요구하며 농성에 들어간 지난해 1월 10일, MBC는 박성호 기자회장을 ‘뉴스투데이’ 앵커에서 경질했다. 신 변호사는 “이처럼 사측이 파업을 조장하고 유도하는데도 가만히 있다면 그런 노조는 없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피고인 MBC측 변호인은 “사실상 정치파업”이라며 “목적의 정당성이 결여된 불법 파업”이라는 일관된 주장을 폈다. 법무법인 광장의 김용문 변호사는 “파업의 주목적은 사장 퇴진이었는데 이는 경영 판단 사항으로 근로조건과 무관하다. 공정방송 요구도 이익분쟁이 아닌 권리분쟁의 사항으로 현행 노조법상 허용되지 않는다”며 “무너진 직장 질서와 경영권 회복을 위해 핵심 가담자인 원고들에 대한 해고는 불가피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서울남부지법 제13민사부(박인식 부장판사)는 내년 1월 10일 판결을 선고할 예정이다. 같은 재판부가 이상호 기자에 대한 해고를 징계 재량권 일탈 남용으로 판단, 무효 판결을 내린 바 있어 이 사건에 어떤 판결을 내릴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