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말말말 |
“자기 혼자 돌아다녀가지고 대통령이 되겠습니까.” “과거와 같은 낡은 언어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기존 정치인들의 표현법이나 행동하는 것과 다른 점에 익숙하지 않은 것이지 애매하거나 모호한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
청와대와 정부여당이 한 원로 신부의 발언을 집중 비난하면서 새로운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박창신 신부의 천주교 전주교구 시국미사 강연 내용이 그것이다. 박 신부는 이 강연에서 국가기관의 대선개입에 책임을 지고 박근혜 대통령이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북한의 연평도 포격을 당시 불가피했다는 논조로 언급했다. 청와대 홍보수석의 “조국이 어디냐”는 브리핑에 이어 박근혜 대통령까지 나섰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물론 새누리당이 일제히 포문을 열었다.
박 신부의 발언이 쟁점이 되면서 서울대교구장인 염수정 대주교의 명동성당 미사 내용도 주목을 받고 있다. 염 대주교는 이날 미사에서 종교의 정치 직접 개입을 경계해, 박 신부의 발언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25일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서종빈입니다’에 출연한 허영섭 서울대교구 대변인 신부의 입에 귀가 쏠린 이유다. 허 대변인은 박 신부의 발언이 쟁점이 되면서 신도들이 느끼는 혼란을 덜어주기 위해 2차 바티칸공회의 이후 천주교의 정교관계 원칙을 재확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정계가 이번 일을 정쟁의 도구로 이용하지 말고 상호 소통에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
허영섭 대변인은 “(염 대주교는) 어제 1년 동안 지낸 신앙의 해를 마치면서 강론 중에 하신 말씀의 말미에 정치참여에 대한 언급을 했다”며 “내용이 사실 새로운 것이라기보다도 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에 가톨릭교회가 받아들이고 있는 정치, 종교 관계에 대한 원칙을 다시 한 번 말씀하신 것”이라고 설명했다.
허 대변인은 “며칠 전 전주교구 정의구현사제단 미사 강론 내용 중에서 연평도 등 관련 내용들로 신자들이 매우 혼란스럽고 당혹해했다”며 “신자들에게 교회가 어떤 가르침을 갖고 있는지 말씀하셔야겠다는 취지에서 강론을 하신 것”이라고 덧붙였다.
허 대변인은 전주교구 미사 내용에 대해서는 사견을 전제로 “우리나라는 민주국가이니 신부님들도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법을 지키는 테두리 안에서 어떤 주장도 할 수 있고 정치적 판단이나 견해가 사람마다 같을 수는 없다”면서도 “이번에 문제가 됐던 것은 강론에 나타난 부분이 너무 신자들에게 노출되면서 신자들이 굉장히 혼란스러워졌다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그러면서 천주교 내의 갈등으로 보는 시각에 대해서는 선을 그으며 정치권의 노력을 요청했다. 허 대변인은 “가톨릭의 전체 입장이 하나라고 생각하지 않고, 전혀 다른 입장도 존재하고 있다”면서 “사제들의 시국미사를 비판하는 분들도 계시고, 또 한 편에서는 사제들이 이렇게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현실에 대한 아쉬움을 나타내는 분들도 있다. 그래서 정치권이 야당이나 여당이나 이번 상황을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정쟁의 도구로 사용해선 안 된다. 정치가들이 더욱 더 대화하고 소통해서 국민들의 짐을 덜어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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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시스】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대주교가 24일 서울 명동대성당에서 신앙의 해 폐막미사를 집전했다. 염 대주교는 이날 미사 강론에서 최근 시국과 관련해 평신도와 사제들의 행동에 대해 "평신도 그리스도인 정치 참여는 일종의 의무, 사제의 직접적인 정치 참여는 잘못된 일"이라고 언급했다.(사진=천주교 서울대교구 제공) | ||
박 신부는 “NLL은 북한하고 남한하고 유엔군하고 서로 협상해서 만든 선이 아니고 남한 쪽에서 월북을 못하게 하기 위해 그어놓은 선이다. NLL은 북한에서는 자기 영해라고 하고 남한에서는 NLL을 우리 거라 하는 독도보다 더 예민한 분쟁지역”이라며 “그런 지역에서 한미 군사훈련을 하면 어떻게 되겠나. 거기서 예를 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송호창 무소속 의원은 YTN '전원책의 출발 새 아침'에서 이번 사건에 대해 “오죽 답답하면 사제, 종교계에서까지도 이렇게 문제제기를 하는 게 아닌가. 그 표현이나 그 발언의 내용이나 강도가 다소 문제가 있더라도 기본적으로는 그런 방향에서 해석해야 될 것"이라며 "결국 이 문제를 정치권이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정치권 바깥에서 이렇게 과도한 충돌과 대립까지 나타나고 있다. 이런 문제를 정치권 바깥의 책임으로 돌릴 것이 아니라 기존 정치권 내에서, 그리고 대통령께서 과감하게 매듭을 지어주시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