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만 달라진 공영방송 뉴스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편집위원회 jak@journalist.or.kr | 입력
2013.11.27 16:32:35
최근 공영방송 뉴스의 가장 큰 변화는 무엇보다 젊은 앵커들의 파격적인 등장이다.
KBS가 가장 먼저 지난달 21일부터 14년차 젊은 기자를 메인 뉴스인 9시 뉴스의 앵커로 기용했다. 그동안 부장급의 고참 기자들을 앵커로 기용해왔던 점을 감안하면 큰 변화다. KBS에 이어 MBC 역시 젊은 앵커 기용이라는 흐름에 동참했다. 지난 18일 가을 개편을 맞아 1997년에 입사한 비교적 젊은 연차의 기자를 뉴스데스크의 새 앵커로 발탁했다.
앵커 기용 과정에 어떤 사정이 있었는지는 자세히 알 수 없지만 화려한 세트장과 첨단 그래픽 화면 속에 등장한 젊은 앵커의 모습은 분명히 시청자의 관심을 끄는 데에는 성공한 것 같다. 노쇠한 이미지로 굳어지던 차에 젊은 앵커라는 신선함의 이미지로 변화의 단초가 생겨났다는 점도 환영할 만하다.
양 방송사도 이런 점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나섰다. KBS는 ‘나이 드신 분만 보는 뉴스’에서 벗어나 대한민국 시청자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뉴스로 만들겠다는 각오를 전했고, MBC 역시 시청자를 바라보고 사랑과 신뢰를 얻어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변화를 기대할 만큼 많은 시간이 지나지는 않았지만 최소한 현재까지의 모습만으로는 부정적인 판단을 피하기 어렵다. 국정원과 국군 사이버사령부, 보훈처 등 지난 대선이 사실상 권력기관이 총 동원된 불법 선거였다는 사실이 속속 밝혀지고 있지만 변화를 추구한다는 공영방송사의 젊은 앵커들을 통해서는 도저히 무엇이 진실인지 알 수가 없었다.
간혹 보도를 하긴 하지만 어김없이 여야 공방이나 논란으로 처리됐다. 국정원의 121만 건 트위터 보도는 철저히 푸대접 받았고, 이석기 의원의 공판은 변호인의 반대 심문 내용은 무시당한 채 철저히 검찰 입장에서만 보도됐다.
반면 매년 찾아오는 날씨 기사는 생활 밀착형 뉴스라는 미명 하에 헤드라인에 오르는 혜택을 누렸고, ‘종북’ 관련 기사는 날씨 기사보다 더 우대받는 특권을 누렸다. 중국발 미세먼지가 수도권을 강타했지만 그날 공영방송의 머리기사는 연평도 포격 3주년이었다. 또 한 사제의 발언을 거두절미하고 문제 삼아 ‘종북프레임’ 전파에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정권이 수세에 몰렸을 때는 균형 보도를 외치고 정권이 공세에 있을 때는 국민의 관심사라며 균형감을 내팽개치는 모습은 예전과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같은 비판은 사실 현재와 같은 방송 환경에서는 충분히 예측 가능한 점이었다. 뉴스의 변화라는 것은 전체 기자들의 전반적인 노력에 간부들의 의지가 뒷받침 되어야만 가능하다. 지난 수년 간 퇴행한 보도국의 인적 구성은 그대로인 채 앵커 한 명이 바뀌었다고 뉴스가 변화할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는 자체가 어불성설인 것이다.
앵커들이 편집 회의에 참가하고 있다지만 보도국 고위 간부들이 주도하는 회의 분위기 속에서 젊은 앵커가 자신만의 의견을 낸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이 또한 형식에 그치고 있다. 또 팩트로 승부하기보다는 화려한 그래픽을 활용한 제작 능력을 우선시하는 분위기 속에 앵커의 역할 또한 점점 축소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쯤 되다보면 방송사의 화려한 포부와는 달리 결국 젊은 앵커의 역할은 보도국의 뉴스 방침을 고스란히 전달하는 데에 그치는, 속은 그대로지만 겉만 달콤해보이는 당의정 같은 것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공영방송사 KBS와 MBC의 ‘젊은 앵커’들이 날씨와 종북에 무게를 싣는 동안에 ‘늙은 앵커’ JTBC는 대선 개입 의혹을 파헤치고 있다는 지적이 더욱 아프게 다가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