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시사저널 기자 통화 기록 조회 파문

'청와대 신동철 비서관 명예훼손 사건' 취재원 색출 논란

경찰이 청와대 비서관의 기업 인사 청탁 의혹을 제기한 기자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휴대전화 통화 및 문자메시지, 카카오톡, 편집국 직통전화 등의 기록까지 조회해 논란이 일고 있다. 검찰 기소가 결정되기 전 무리한 기록 조회라는 점에서 언론 자유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지난 2일 시사저널에 따르면,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1팀은 청와대 현직 비서관이 시사저널 기자들을 상대로 한 명예훼손 사건을 조사하며 이를 보도한 시사저널 김지영 기자의 휴대전화 통화 및 문자, 카카오톡 송수신 내역, 편집국 전화 통화 기록을 조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시에 통화 내역의 명단에 있는 인물들의 이름, 나이, 직업까지 정밀 내사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 같은 사실은 지난 11월 경찰이 해당 기자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지난 9월에 이어 2차 조사에 응한 김 기자에게 휴대전화 통화 내역과 기지국 등이 기록된 공문서를 보여주며 목록에 있는 이들과의 통화 내용은 물론 해당 기사의 취재원인지를 집중 확인했다고 밝혔다. 문서에는 전화를 걸었거나 받은 상대방의 이름과 전화번호, 통화 시간 및 문자메시지 건수 등이 상세히 기록돼 있었다고 전했다. 경찰 관계자도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보도직전인 지난 7월 말부터 8월 8일까지 휴대전화 통화 및 문자메시지, 사무실 직통전화 등의 통신 조회 사실을 인정했다.


시사저널은 “통상 명예훼손 고소 사건은 매체 보도 내용이 고소인의 명예를 훼손했느냐 여부를 따진다”며 “언론을 상대로 한 명예훼손 사건에서 수사기관이 기자의 통화 내역 등을 조회하는 것은 드문 일”이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과잉 수사로 인한 외부 압력 의혹 및 취재원 보호 권리 침해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앞서 시사저널은 지난 8월 8일 인터넷판을 통해 ‘청와대 비서관, 대기업 인사 깊숙이 개입했다’는 기사에서 청와대 신동철 국민소통비서관(1급)이 KT 이석채 회장과 KB 금융지주 임영록 회장 등에게 인사 청탁 또는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후 신 비서관은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1팀에 기사에 적시한 내용이 허위라며 명예훼손 혐의로 해당 기사를 작성한 시사저널 기자 3명을 고소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은 3일 논평을 내고 “관계당국은 언론자유를 위축시키는 일체의 감시활동을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며 “무차별적인 조회는 언론의 정상적인 보도활동을 위축시키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정현 부대변인은 “최근 들어 언론보도와 관련해 언론자유와 국민 알권리를 위축시키는 사례들이 빈번해지는 것은 자유민주주의에 적신호가 켜진 것”이라고 밝혔다.


경향신문도 5일 사설을 통해 “명예훼손죄 성립 여부와 무관한 취재원을 파악하려 한 것은 명백한 과잉 수사이자 사생활 침해”라며 “‘취재원 보호’ 원칙이 기자윤리 핵심임에 비춰 언론의 자유를 심대하게 위협하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또 “권력을 가진 사람들의 소송 제기는 결과와 상관없이 제소 자체만으로도 언론의 감시기능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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