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베 '지뢰'에 비상 걸린 방송사
해상도 큰 이미지 찾다 '연쇄 사고'
원성윤 기자 socool@journalist.or.kr | 입력
2013.12.25 12:43:08
극우 인터넷사이트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에 게재된 노무현 전 대통령 비하 이미지가 계속 방송을 타고 있다. 방송사가 이른바 ‘일베 지뢰’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 5월부터 현재까지 SBS, MBC, tvN, XTM 등에서 일베에서 전직 대통령을 희화화하고 비하하기 위해 합성한 이미지와 자신들의 존재를 부각하기 위해 특정 대학의 로고를 조작한 이미지를 방송사들이 내보내는 사고가 7건이나 발생했다. 과거에는 없던 일이다.
MBC 지난 18일 MBC ‘기분좋은날’은 ‘원인불명! 발병순간 생명을 위협하는 생활 속 희귀암’ 특집방송에서 악성림프종으로 사망한 유명 서양화가 밥 로스의 모습에 노무현 대통령의 얼굴이 합성된 사진을 내보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하기 위해 일베 회원이 합성해 만든 이미지가 방송에 그대로 노출된 것이다.
MBC는 즉각 ‘기분 좋은 날’의 방송 책임자인 콘텐츠협력국 담당 부장을 보직 해임하고 교체하는 등 문책 인사로 진화에 나섰다.
연세대 로고의 ‘ㅇㅅ’을 일베를 뜻하는 ‘ㅇㅂ’로 바꾼 이미지 역시 방송사가 자주 범하고 있는 실수 중의 하나다. MBN의 ‘뉴스8’은 지난 21일 수능 만점자 관련 리포트를 방송으로 내보내던 중 자료화면으로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마크 가운데 연세대 마크가 일베를 상징하는 이미지로 잘못 활용했다.
SBS ‘8뉴스’의 스포츠뉴스 역시 지난 9월 연세대와 고려대의 정기전 농구소식을 알리면서 일베를 뜻하는 ‘ㅇㅂ’로 조작한 이미지를 사용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주의’ 조치를 받았다. 이 합성로고는 지난 11월 tvN ‘강용석의 고소한19’에서도 사용돼 논란이 됐다.
이밖에도 일베가 자주 애용하는 용어들로 둔갑시킨 다른 학교나 기업의 로고 역시 검색사이트에 공급돼있어 앞으로 이 같은 실수가 재현될 우려도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코알라를 합성한 이른바 ‘노알라’ 사진을 가져다 쓰는 것 또한 단골로 범하는 실수 중 하나다.
SBS는 지난 8월 ‘SBS 8시 뉴스’의 한 코너 ‘특파원 현장’에서 일본 수산물의 방사능 오염 위험에 대해 보도하던 중 노무현 대통령을 비하하는 의미의 이미지가 합성된 도표를 사용해 방심위로부터 ‘주의’ 조치를 받았다.
지난 13일 XTM의 ‘남자공감랭크쇼 M16’은 일베 회원이 노무현 대통령을 비하하는 이미지가 포함된 일본 야구선수 스즈키 이치로와 방송인 클라라를 합성한 사진을 방송에 내보냈고, 지난 5월 tvN ‘E-News’ 역시 같은 이미지를 방송에 내보낸 것이 뒤늦게 밝혀졌다.
최민희 민주당 의원은 보도자료를 내고 “이런 사고는 공공성, 객관성을 생명으로 하는 뉴스뿐 아니라 교양프로그램, 예능프로그램 등 장르를 불문하고 등장했다”면서 “일회성으로 치부하기엔 상황이 심각해 실수라며 어물쩍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방송계에서는 방송제작 시스템 상 고화질의 이미지를 필요로 하는 CG 제작팀이 구글이나 네이버에서 검색된 이미지 중 해상도가 큰 이미지를 별 의심 없이 쓰다 이 같은 일이 빚어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방송사 한 관계자는 “보도미술팀에서 자료화면을 가져다 쓸 때 꼼꼼히 확인하지 않아 빚어진 일”이라며 “이제부터 자료화면을 쓸 때에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