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한번 통합과 소통을 말한다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편집위원회 jak@journalist.or.kr | 입력
2013.12.25 13:33:56
지난해 대선 직후 한국기자협회는 논평을 냈다. ‘국민대통합 약속의 실천은 언론에서부터’라는 제목이었다. 말 그대로였다. 새롭게 출범할 박근혜 정부에 대한 기자들의 기대였다. 이명박 정부 시절 우리 언론계는 분열과 증오로 갈기갈기 찢겨졌다. 새 정부가 해직언론인 복직,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 등 언론계의 숙원을 외면하지 않으리라는 믿음을 보냈다. 박근혜 정부의 첫해 2013년에는 언론계에 적지않은 낭보가 전해지기를 진심으로 바랐다.
뒤이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도 해직언론인 문제를 진지하게 검토하는 등 언론정상화를 위한 조치를 강구하겠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정부 출범 한 달 뒤쯤 해고와 징계의 대명사였던 ‘MB의 후배’ 김재철 MBC 사장이 물러났다. 실마리가 풀리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기대가 불안으로, 실망으로 바뀌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여야 합의로 탄생한 방송공정성특위는 해직언론인 복직 촉구 결의안을 내는 성과도 있었지만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은 현격한 의견차이만 확인하고 해산했다.
해직언론인 문제에 전향적으로 대응할 것으로 보였던 국민대통합위는 간판을 내건 지 6개월이 됐다. 그동안 무엇을 했는지 알 수가 없다. 무성했던 구두선조차도 자취를 감췄다. 방통위원장은 해직문제 해결 무개입 원칙을 소신으로 내세웠다. 정부 관계자들은 ‘해직문제는 노사문제’라고 동어반복할 뿐이다.
불공정 보도 논란도 이명박 정부 시절보다 더 심해진 감이 있다. 국정원 의혹을 다뤘다가는 무사하게 방송이 나간다는 보장이 없다. 아무리 정권 초기지만 대통령에 대한 용비어천가 보도도 더 낯뜨거워졌다. 정부 비판 보도에는 엄벌이 내려지고, 정부 옹호 보도는 제한이 없다. 나아가 공공성은 사라지고 산업논리만 가득한 방송정책이 불도저처럼 밀고들어온다. 이제는 신문사 편집국이 사주의 전횡으로 폐쇄되는가하면, 언론사 건물에 경찰이 아무 거리낌없이 들어와 활보하고 다니는 광경까지 보인다.
박근혜 정부는 책임이 없다고 반박할 것이다. 압력을 넣은 적도 없고 바란 적도 없다고 말할 것이다. 진짜 그랬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한국기자협회는 여러 차례 박근혜 정부가 이명박 정부의 언론장악 유산을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래도 현 정부는 한 발자국도 내딛지 않았다. 결국 이명박 전 대통령이 언론계에 쌓아놓은 인프라를 그대로 활용한 꼴이다. 지난 정부가 언론계에 뿌려놓은 ‘언론자유 공격 바이러스’가 이제 본격적으로 창궐하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한다. 일단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일방통행이라면, 정국 전환을 위한 전술 차원이라면 안 하느니만 못할 수도 있다. 소통하겠다는 자세가 중요하다. 소통은 반대하는 의견을 수용할 용기가 있을 때 가능한 것이다. 내 의견만 옳다고 주장한다면 그건 소통이 아니라 선전이다. 통합 의지가 절실하다. 통합은 타협과 양보가 있을 때 가능하다. 나는 결백하니 무조건 따라오라고 한다면 그건 통합이 아니라 굴복시키는 것이다. 언론을 그 길로 가는 도구로 여긴다면 정말 결정적인 패착이다.
한국기자협회는 지난해 논평에서 이렇게 썼다. “대통합의 인프라는 소통이다. 언론은 이 사회에 소통의 피를 돌게 하는 혈관이다. 이 혈관이 대립과 갈등의 찌꺼기로 막혀있다면 대통합의 꿈은 요원하다.” 다시한번 통합과 소통의 회복을 언론에서부터 시작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