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지 못한 한국 기자의 새해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편집위원회 jak@journalist.or.kr | 입력
2014.01.08 15:11:10
경찰의 둔기에 의해 참혹하게 부서진 신문사 정문. 편집국은 한겨울 칼바람을 비닐로 막은 채 새해를 맞았다. 지난 12월22일 코레일 노조 지도부를 검거하겠다며 경찰이 압수수색 영장도 없이 경향신문 건물에 강제진입하는 과정에서 망가진 건물 곳곳이 아직도 복구되지 못하고 있다.
열 시간 넘게 사옥을 경찰에 점거 당했던 경향신문의 기자들은 50년 전 박정희 정권하에서 중앙정보부 요원들에게 난입 당했던 일을 반세기만에 떠올리며 분노하고 있다. 수배자를 잡겠다는 경찰에 의해 겹겹이 둘러싸인 을씨년스러운 경향신문의 모습은 2014년 벽두 한국 언론의 현주소이다.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평범한 인사말이 하나의 구호로 자리잡은 대한민국의 현실처럼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는 덕담을 던지기도 민망한 기자들의 ‘안녕치 못한’ 새해 아침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전국 언론사 소속기자 1527명을 대상으로 ‘언론인 의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4년 전보다 언론 자유도와 언론 공정성, 영향력 등 조사 항목 대부분이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언론활동 수행의 자유도가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고 한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지 채 1년도 되지 않았는데 언론자유를 후퇴시킨 대표적 정권으로 꼽히는 이명박 정부보다 훨씬 더 못한 평가를 받은 것이다.
해직기자 복직 약속은 흐지부지 되어 버렸고, 언론에 대한 노골적인 재갈물리기가 계속됐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통해 비판적인 프로그램을 중징계하고, 방송을 장악해 정권 홍보 수단으로 활용했다. 결국 신문사 사옥에 대한 사상 초유의 경찰 침탈 사태로까지 이어졌다. 이명박 정부 때는 약간의 눈치라도 봤지만 현 정부에선 대놓고 언론을 압박한다는 게 기자들의 평가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기자협회가 올해 창립 50년이 됐다. 1964년 한국기자협회는 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 군사정권의 언론 탄압에 맞선 투쟁의 구심체였다. 당시 기자들은 언론 악법인 언론윤리위원회법 폐기 운동의 선봉에 서며 기자협회를 출범시켰다. 신문들은 ‘위기에 직면한 우리나라 언론자유의 수호를 제일의 과제로 삼고 탄생된 한국 언론 사상 초유의 기자단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공자는 쉰 살에 ‘하늘의 뜻을 알았다’고 하지만 한국의 기자들은 또다시 위기를 맞고 있다. 이명박 정부 때 ‘낙하산 사장’ 퇴진과 ‘공정보도’를 요구하다 해직된 언론인들의 복귀가 박근혜 정부 2년차에도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혹시나’ 했던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은 ‘역시나’로 끝났다. 소통과 거리가 먼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은 참으로 답답했다.
50년의 세월을 넘어 다시 제자리걸음을 하게 된 언론 현실에 하늘만 쳐다보고 있을 순 없다. 언론자유는 민주주의의 시작점이자 종착점이다. 한국기자협회는 그 파수꾼이어야 한다. 50년 전의 초심으로 돌아가 언론자유 수호와 당당한 저널리즘을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이다.
어려웠던 시절, 군사정권의 군홧발에도 당당히 맞섰던 선배들의 기자정신을 이어받아야 한다. 한국기자협회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 언론자유를 위협하는 그 어떠한 세력에도 당당히 맞서야 한다. 언론자유를 지키는데 신문과 방송, 지역과 서울의 차이가 있을 수 없다. 참여와 단결로 거꾸로 돌아간 역사의 시계를 앞으로 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