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직언론인 복직, 언론정상화의 시작이다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이명박 정권 하에서 해직된 언론인들의 복직 문제가 박근혜 정권 하에서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
해고 무효 소송 하급심에서 간간이 승소 판결이 잇따르고 있지만 대법원 확정판결까지 워낙 긴 시간이 걸리는데다 지금과 같은 사측의 분위기라면 승소해서 복직한다 해도 과연 이들이 해고 이전처럼 업무에 전념할 수 있을지 장담키 어렵다.

단적인 예가 MBC다. 파업에 적극 참여했다는 이유로 업무 복귀 후에도 정직·대기발령과 같은 수모를 감내하던 MBC 구성원들이 지금까지 취재 일선에서 배제되거나 여전히 한직을 전전하는 모습을 보노라면 안타까움을 넘어 서글픈 생각마저 든다.

징계자들에 대한 사후조치가 이러할진대, 파업의 주동자로 낙인찍혀 단단히 미운털이 박힌 해고자들이 향후 겪게 될 시련과 난관의 크기가 어느 정도일지는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MBC와 KBS, YTN, 부산일보, 국민일보 등 많은 언론사들은 지금도 파업 후유증에서 헤어나지 못한 상태다. 살아남은 자들과 떠난 자들 모두 가슴에 커다란 바윗덩어리 하나씩 안고 번민의 날을 보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당히 권력과 자본을 견제하고 비판하던 자신감과 패기는 내부 구성원들 사이에 사라진지 오래 됐고 남은 건 정권에 장악된 언론의 ‘맥없는’ 보도, 권력 눈치보기에 여념이 없는 경영진과 간부들 앞에서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삼키는 울분뿐이다.

사측의 결단을 촉구한다. 언론인의 자세는 깡그리 내팽개친 채 ‘이때다’하고 실세 간부 줄대기에 바쁜 구성원들을 전진배치하며 올곧은 대다수 내부 구성원들의 무기력감을 부추기는 분열 전략으로는 대한민국 언론의 미래를 담보하기 어렵다. 시청료 인상이나 광고 특혜가 근본 대책이 될 수 없음은 물론이다.

권력과 자본에 기대 언론의 생명을 연장하려거나 좋은 자리 차지하겠다고 ‘충성경쟁’을 벌일 게 아니라 언론의 기본을 바로세워 땅에 떨어진 국민의 신뢰를 되찾아오는 일이 급선무다.

그 첫 걸음은 해직언론인 복직이 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구성원들을 한 마음으로 묶어내고 정권에 장악된 언론사라는 오명을 떨쳐내기 위해 노사가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한다.

다음 단계는 정권과 자본으로부터 자유로운 언론 환경을 구축하기 위한 제도 개선이다. 특히 공영방송지배구조 개선 문제는 매우 중요한 과제다. 지금의 경영진과 간부들이 진정 대한민국 방송의 건강한 미래를 위해 모든 기득권을 포기하고 권력의 유혹에 당당히 맞설 수 있을 때 가능한 일이다. 지금처럼 정권이 공영방송 사장을 비롯한 인사권에 깊숙이 개입할 수 있는 구조를 그대로 둔 상태에서 살아 있는 권력을 감시·비판하는 제대로 된 방송은 요원하다.

정치권은 절대 이 문제를 먼저 해결하려 들지 않는다. 여권은 지금과 같은 언론장악 상태가 불편할 리 없고 야권 또한 언젠가 집권하면 언론을 장악할 수 있다는 희망으로부터 자유롭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문제 해결의 열쇠는 당사자인 언론인들이 쥐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포기하거나 쓰러지지 말고 다시금 분연히 떨쳐 일어서야 한다. 국민의 진심어린 박수를 밑천삼아 경영진·간부를 추동해내고 그 여세를 몰아 정치권을 움직여야 한다. 언론이 살고 대한민국이 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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