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국 사장 연임 행보 '휘청'
대구MBC 사장선임 불발 이상기류
법원 판결 강경 대응 등 눈치보기
방문진, 내달 3일 신임 사장 공모
김고은 기자 nowar@journalist.or.kr | 입력
2014.01.22 13: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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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 김종국 사장.(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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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의 해고 무효 판결에 대한 김종국 MBC 사장의 강경 일변도 대응은 차기 사장 선임 국면에서 재신임을 얻기 위한 일종의 ‘보여주기’식 행보라는 해석이 많다. 노조와 분명한 선긋기를 통해 정권에 존재감을 증명하려 한다는 것이다.
김 사장은 지난 20일 임원회의에서 “노조의 부당한 간섭을 근원적이고 항구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인사권과 경영권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일부에서는 사장이 노동조합에 유화적이라고 말하지만, 그것은 철저히 오판에 근거한 비판”이라고 덧붙였다.
김 사장이 말한 ‘일부’는 이른바 우파진영을 가리키는 것으로 해석된다. ‘애국세력’을 자처하는 우파진영과 미디어워치 같은 매체들은 김종국 사장을 김재철 전 사장과 곧잘 비교하며 ‘무능한 기회주의자’, ‘친노조 성향’이라고 비판해왔다. ‘김재철 체제의 연장’이라는 김종국 사장에 대해 안팎의 비판 여론과는 정반대인, 소수의 시각에 불과하지만 김 사장은 이 같은 ‘여론’을 상당 부분 의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시사매거진 2580’ 국정원 아이템 불방 지시로 파문을 일으켰던 심원택 부국장을 이달 초 시사제작국장으로 승진시킨 반면 파업에 참여했던 아나운서들은 직무와 무관한 부서로 발령하고, 최근엔 보직 간부들에 대한 상향평가제도를 없애겠다고 공언한 것도 이 같은 외부 평가를 다분히 의식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부단한 잰걸음에도 불구하고 연임에 대한 전망은 그리 밝지 않은 편이다. 그의 연임을 둘러싼 이상기류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가 최근 대구MBC 사장 선임 불발 사건이다.
김 사장은 지난해 11월 음주 폭행 물의로 자진 사퇴한 차경호 전 사장 후임에 김재철 전 사장 체제의 핵심 인사를 낙점하고 지난 연말 사장직을 제안했으나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다시 본사 보도본부 출신 인사를 지명해 지난 20일 대구MBC 사장 선임을 주주총회까지 소집했으나, 직전에 열린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에서 철퇴를 맞았다.
김 사장은 방문진과 사전 협의 사항인 대구MBC 사장 선임 건을 의논하기 위해 이날 오전 방문진을 찾았다가 “본사 사장 선임 이후에 논의하자”는 말을 듣고 발걸음을 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대구MBC 한 관계자는 “(여권에서) 자신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판단하는 리트머스 용지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철 전 사장의 잔여 임기를 수행 중임 김종국 사장의 임기는 다음 달 말이면 끝난다. 방문진은 내달 3일부터 MBC 신임 사장 공모를 실시해 빠르면 내달 21일께 신임 사장을 선임한다는 계획이다. 김 사장이 재도전 의지를 공개적으로 피력하진 않았지만, 현재로선 연임 의사를 포기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MBC 한 관계자는 “연임을 앞두고 조성되는 불안한 기류에 김 사장이 좌불안석이기는 하지만, 연임이 부정적이라고 단정하긴 힘들어 보인다”면서 “정권 입장에선 오는 6월 지방선거를 누구 체제로 끌고 가는 것이 유리할지를 판단해 차기 사장을 결정하려고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