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행정관, 채동욱 전 검찰총장 혼외의심 아들 정보 유출 개입

제280회 이달의 기자상 취재보도1 / 한겨레 서영지 기자


   
 
  ▲ 한겨레 서영지 기자  
 
“영지야 기자회견 짧게 챙기고 서초구청으로 가라.”
11월 27일. 그날은 정확히 말하면 수습 4개월 째, 강남라인에 배치 받은 지 3일 째 되던 날이었습니다.

서초동에서 기자회견을 챙기고 있는데, 선배로부터 한통의 문자가 왔습니다. 택시를 타고 부리나케 서초구청으로 달려갔습니다. 채동욱 혼외의심아들 개인정보 유출 사건에 대한 취재는 그렇게 시작됐습니다.

처음엔 이 사건에 대해 크게 생각하지 못했었습니다. 매일 경찰서를 돌며 오늘은 제대로 보고할 만한 일이 없는지, 기사가 될 만한 사건이 없는지만 찾던 저는 이 사안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서초구청에 모여 있는 기자들을 보고 그 무게를 짐작할 뿐이었습니다.

당사자들을 만나기 위해 소위 말하는 ‘뻗치기’를 하면서 기사를 검색해봤습니다. 다만 검찰총장을 찍어내기 위해 정보기관이 개입한 것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일종의 책임감이 생겼습니다. 시종일관 모르쇠로 일관하는 사람들을 설득하기 위해 따라붙었습니다. 사안에 연루된 관계자들을 만나기 위해 며칠 밤 집 앞에서 무작정 기다리기도 했습니다.

청와대 행정관이 개입됐다는 정황을 파악하기까지 5일 동안 심장이 떨리고, 무너지는 순간이 반복됐습니다.

조오영 전 청와대 행정관과 통화를 하고, 조 행정관이 ‘윗선’으로 지목한 안전행정부 국장을 만나면서 뭔가 알아냈다는 기쁨보다 이 사안이 ‘꼬리 자르기’식 수사로 마무리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습니다.

물론 힘들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실수할까봐 안절부절못하는 ‘수습’에게 잘했다는 일진의 한 마디가 큰 힘이 됐고, “큰 사건이니 힘들겠지만 조금만 더 붙어보자”는 말에 욕심도 생겼습니다.

사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제가 이 글을 쓰는 게 맞는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수습을 뗀지 이제 한 달이 됐고, 좋은 선배를 만나 운 좋게 상도 받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사안은 여전히 현재 진행 중입니다. 국정원 정보관이 개인정보유출에 이루어진 서초구청과 강남교육지원청에 모두 개입된 사실이 포착됐지만, ‘윗선’을 밝히기 위해 아직 갈 길은 멀어 보입니다.

그 윗선이 밝혀질 때까지 지금처럼 묵묵하게 제 할 일을 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24시팀 선배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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