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무효 법원판결 뜻 새겨라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MBC파업은 정당하다. 공정방송 의무는 근로조건이다.”
지난 17일 서울남부지방법원은 2012년 MBC파업 노조원 44명에 대한 해고와 징계가 모두 무효라고 판결했다. 법원은 “언론매체의 경우 민주적 기본질서의 유지와 발전에 필수적인 표현의 자유와 국민의 알 권리 보장, 올바른 여론 형성을 위해 방송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유지할 의무가 있다”며 “공정방송 의무는 노사 양측에 요구되는 의무임과 동시에 근로조건에 해당한다”고 못 박았다. 특히 “사용자가 인사권이나 경영권을 남용하는 방법으로 공정성을 훼손하는 경우 이는 근로조건을 저해하는 행위일 뿐 아니라 공정방송의 의무를 위반한 위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따라서 “공정성을 훼손할 가능성이 있는 경영진에 대하여 방송의 공정성을 보장받기 위한 파업은 그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노조원들의 손을 들어줬다.

이날 법원의 판결이 가지는 의미는 크다. 먼저 언론사의 쟁의행위를 일반 사업장과 달리 보도의 공정성 영역으로 확대했다. 둘째, 공정성 보장 요구가 근로관계의 기초를 형성하는 근로조건이라는 점을 분명히 명시했다. 셋째, 공정보도를 저해하는 경영진에 맞선 파업이 정당한 목적임을 확인했다. 문화방송사가 그동안 “근로조건이 아닌 사장 퇴진을 목적으로 한 파업은 불법”이라는 주장의 허구성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 자체만으로도 언론노동운동사에 획기적 판결이다.

같은 날 서울고법에서도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사주의 전횡을 비판했다가 해고당한 조상운 국민일보 전 노조위원장의 해고무효 항소심에서 “해고가 위법하다”는 판결이 내려졌다. “언론사 내부 경영진을 향한 감시와 견제가 필요하다”는 게 판결 이유다.

하지만 YTN 해직기자들을 보면 마냥 반가워할 수만은 없다. 2009년 1심에서 전원 해고무효 판결, 2심에서 3명의 해고가 부당하다는 판결이 내려진 뒤 대법원에 상고했지만 3년 가까이 되도록 판결소식이 감감하다. 회사의 항소에 이어 대법원의 판결 지연 행태가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문화방송사가 바로 항소하겠다고 밝히고, 신문광고를 내 법원 판결까지 비판한 것을 보면 앞으로 비슷한 전철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촉구한다. 지난 대선후보시절 내건 ‘방송 공정성 강화’ 공약을 실천할 때다. 친정부 성향의 낙하산 사장 임명이 결국 방송의 공정성을 침해했다는 것이 이번 판결의 의의다. 박 대통령은 ‘전임 정권 때의 일이다’라고 팔짱을 끼고 있을 때가 아니다. 공영방송의 지배구조 개선을 논의할 공론의 장을 마련하고, 집행력을 갖출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특히 사장 선출을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투명하게 해야 한다. 임기가 곧 끝나는 MBC사장 교체는 그 시발점이다. 이것이 그동안 쌓여왔던 불통의 이미지를 걷고 국민의 곁으로 한발 더 다가서는 지름길이다.

국회에 촉구한다. 해직언론인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기 위한 실천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지금처럼 지리한 법정싸움을 남의 집 불구경하듯 방관할 때가 아니다. 지난 방송공정성특위가 8개월 동안 말잔치를 하며 결의문 한 장 내놓는 것으로는 진정성을 보였다고 할 수 없다. 이번 판결의 의미를 곰곰이 살펴 방송의 공공성과 공정성을 회복하기 위한 유의미한 결과물을 내놓아야 한다.

회사 측에 촉구한다. 해직 언론인 복직이 공정언론의 첫 걸음임을 명심하고, 항소를 즉각 철회하라. 이것은 법원의 주문이자 국민의 명령이다.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