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은 정당" MBC노조 상대 손배소 '기각'

"경영진이 공정방송 의무 위반, 방송 자유 침해"

2012년 MBC노조 파업의 정당성이 또 한 번 확인됐다.

서울남부지법은 제15민사부(유승룡 부장판사)는 MBC가 노조의 불법파업으로 경영상의 피해가 발생했다며 MBC노조와 집행부를 상대로 제기한 195억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기각했다. 지난 17일 파업으로 인한 해고 등의 징계가 무효라는 판결에 이어 법원이 또 다시 노조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앞서 재판부와 마찬가지로 공정방송 요구가 근로조건 개선에 해당하므로 파업의 목적이 정당했고, 오히려 방송법 등이 정한 공정방송 의무를 저버린 MBC 경영진의 행위가 위법에 해당한다는 게 판결의 요지다. 재판부는 “노조가 요구한 공정방송은 단순히 기존에 단체협약에서 정한 의무 이행을 촉구하는데 그친 것이 아니라 위법 상태를 고치고 새로운 공정방송을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요구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쟁의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특히 주목할 점은 방송 사업자와 함께 기자와 PD 등 방송 제작 종사자도 방송 자유의 주체라고 규정한 점이다. 재판부는 “방송법과 관련 법규 등의 취지에 의하면 방송 사업자와 편성책임자뿐만 아니라 취재, 제작, 편성에 관여하는 기자와 PD 등 방송 종사자들도 방송 자유의 주체”라며 “방송 자유가 법률로 구체화 된 공정방송 의무를 침해하는 것은 위법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방송 사업자에 대해 위법 상태의 시정을 요구하는 것은 근로조건 개선 목적에 해당하며 헌법이 정한 단체행동의 이유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MBC가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에서 공정방송 보장을 위한 제도적 절차를 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시한 채 인사권과 경영권을 남용하고 편성·제작·편집·송출을 통제하려 한 것은 단체협약 위반이자 근로조건을 저해하는 행위에 해당한다”며 아울러 “공정방송 의무를 위반하고 헌법이 보장하는 객관적 법질서로서의 방송 자유를 침해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김재철 전 사장을 비롯한 MBC 경영진이 단체협약에서 정한 공정방송 조항을 지키지 않아 파업의 빌미를 제공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제작진과 상의 없이 출연자를 교체하고 프로그램 내용을 임의로 변경하며 정당한 이유 없이 사회적 이슈나 정권에 관련된 내용의 방송 제작을 거부하는 등 여론의 다양성과 균형성 유지 의무를 위반한 채 합리적 이유 없이 오로지 자신의 뜻에 따라 방송을 제작하거나 다른 이유 없이 제작진의 보직을 변경하는 등 인사권을 남용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자유로운 의견 개진을 위축시키고 다양한 의견 제시를 억압하는 등 경영진의 이익에 부합하는 방송 편성을 시도했다”면서 “이 같은 행위는 단협 위반에 따른 근로조건 악화, 방송법 등이 인정하는 공정방송 의무 법질서를 위반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공정방송에 대한 판단 근거에 대해서도 앞서 해고 무효 판결을 내린 재판부와 마찬가지로 “방송 내용이나 편집 등 결과물에 대한 판단보다 방송 제작·편성 과정에서 구성원들의 자유로운 의견 제시와 참여 아래 민주적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됐는지, 그리고 그 제도적 장치가 제대로 기능했는지 여부가 객관적 판단 기준으로 작용한다”고 규정했다.

이날 판결에 대해 정영하 전 MBC노조 위원장은 “파업 당시 김재철을 비롯한 MBC 경영진이 공정방송을 지키지 않는 위법 행위를 했고, 이에 대한 우리의 저항과 문제제기가 정당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 시켜준 사법부에 경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그는 “파업이 적법했다는 게 100% 확인됐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상태를 즐기고 방조하는 것은 김재철 전 사장이 벌인 행위를 똑같이 자행하는 것과 같다”며 “연속된 법원 판결에도 이를 시정 않는 회사 경영진과 방송문화진흥회, 방문진 이사를 임명하는 방송통신위원회와 방통위원 임명권을 가진 국회와 대통령이 이 문제에 대해 명확히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성남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은 “MBC 파업이 옳았다는 국민적 상식이 사법부에서도 증명된 결과”라며 “이번 판결이 우리 언론을 정상화 하고 공정한 보도 환경을 만드는데 영향을 미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MBC는 즉각 항소 입장을 밝혔다. MBC는 판결 직후 보도자료를 내어 “재판부의 판결은 파업시 공정방송실현만 내세우면 ‘특정 대표이사 퇴진’은 물론 ‘노조측과 견해를 달리하는 경영권 행사에 반대’하는 모든 쟁의행위에 대해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이므로, 1심 결과에 불복하고 즉각 항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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