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스토리텔링 일회로 끝나선 안돼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편집위원회 jak@journalist.or.kr | 입력
2014.02.05 14:42:33
새해 선보인 경향신문의 ‘그놈 손가락’과 매일경제의 ‘당대불패’, 이른바 디지털 스토리텔링 방식의 보도물이 언론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전통적인 텍스트 중심의 서사 방식을 벗어나 사진과 동영상, 인포그래픽 등의 멀티미디어 기술을 유기적으로 융합한 점이 돋보인다.
다소 늦은 감이 있다. 영국 가디언과 미국 뉴욕타임스 같은 유수의 해외 언론들은 ‘크라우드 소싱 저널리즘’, ‘스노폴 저널리즘’과 같은 신조어를 만들어 내며 이미 수년 전부터 온라인 콘텐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반면 우리는 2000년대 들어 이미 뉴스 소비의 중심이 온라인으로 이동했으나 변화에 둔감했다. 뉴미디어에 대한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는 매년 반복돼 왔으나 항상 기술의 변화를 따라가는 수준이었다. 늦게나마 시작된 온라인 중심 콘텐츠 개발이 반갑지만 이와 같은 시도들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다음의 과제들이 남아 있다.
첫째, 수익 창출이다. 언론사들은 뉴스 시장의 수익을 전통적인 지면이나 방송 광고에 의존해왔다. 그 결과 온라인 콘텐츠 플랫폼과 시장은 대형 포털 사이트 중심으로 형성됐고, 언론사들은 포털 사이트에 예속되고 말았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방식의 온라인 콘텐츠는 투자 대비 수익성이 낮아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다만 당장의 가시적인 수익 발생이 어렵다고 해서 이와 같은 시도들이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니다. 고급 온라인 콘텐츠는 언론사의 품격을 높여 줄 것이며 충성도 높은 독자들을 확보할 수 있다. 심층 취재와 고급 콘텐츠 제작을 위한 후원·기부 모델을 개발하는 것도 고려해봄 직하다. 이와 같은 무형의 수익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둘째, 편집국 및 뉴스룸의 혁신이 필요하다. 취재와 편집, 미술이 분리돼 컨베이어벨트처럼 콘텐츠를 생산해 내는 전통적인 제작 방식을 고수해서는 아무리 보기 좋은 콘텐츠도 각 영역이 겉돌 뿐이다. 디지털 제작 인력 확충과 재배치에도 적극성을 보여야 한다. 우리는 항상 IT 강국임을 자부해왔지만, 디지털 콘텐츠 제작 기술 인력에 대한 투자를 소홀히 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셋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저널리즘의 질적 도약이다. 같은 내용을 두고 지면을 늘리고 방송 분량을 늘린다고 해서 심층 보도가 되지 않듯 이미 보도된 내용을 겉치장을 하는 수준에서 그치면 생산자 자기만족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이를 위해서는 탐사보도 등 심층 기획 취재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선행돼야 한다. 인쇄술의 발명 이후 사진, 라디오, TV, 인터넷 등 새로운 기술이 등장했지만, 저널리즘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콘텐츠의 질을 좌우하는 것은 여전히 형식보다 내용이다.
자장면을 탕수육 그릇에 담는다고 자장면이 탕수육이 되지는 않는다. 그냥 쟁반자장이 될 뿐이다. 마찬가지로 탕수육을 자장면 그릇에 담는다고 탕수육이 자장면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탕수육은 탕수육 그릇에 담겨야 제 값과 제 맛을 얻을 수 있다.
지금까지 언론사들은 정보의 독점 구조를 통해 생존해 왔다. 그러나 정보의 홍수 시대에서 이와 같은 구조에 의존해서는 생존이 어렵다. 자장면만 팔아서는 더 이상 살아남을 수 없다. 이제 탕수육 그릇을 만들기 시작했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맛있는 탕수육을 만들어 내느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