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는 신문' 시대…활자 키우고 또 키우고

종합지 활자 확대에 지역지 가세
읽기 편하고 노년층 타깃 효과도


   
 
  ▲ 독자들이 기사를 편하게 볼 수 있도록 지면 활자를 키우는 신문들이 늘어나고 있다. 활자 확대를 알리는 조선일보와 경향신문 알림을 캡처한 화면.  
 
신문들이 지면의 본문 활자를 키우고 있다. 독자들이 기사를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다. 지난해부터 1년 새 활자를 확대한 전국 종합 일간지 및 지역 일간지만 13곳 이상이다. 경향신문 9.5포인트, 세계일보 9.7포인트 등 평균 9.5~10포인트이나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등 10포인트 시대도 문을 열었다.

전국 종합 일간지 중 가장 활자가 큰 곳은 조선일보다. 조선일보는 지난해 9월 9.8포인트에서 10.2포인트로 본문 활자를 키웠다. 2012년 10월 9.4포인트에서 9.8포인트로 활자를 키운 지 10개월여 만이다. 조선일보는 “인터넷과 스마트폰에 시달리는 눈의 피로를 줄이고 막힘없이 신문을 읽을 수 있게”한다는 취지다. 동아일보도 같은 시기 본문 활자를 9.5포인트에서 10포인트로 확대했다.

경향신문도 지난달 20일자부터 8.9포인트에서 9.5포인트로 6.7%가량 본문 활자를 키웠다. 경향신문은 “1개 면을 읽는 시간이 1분가량 짧아져 기사를 읽는 시간이 단축 된다”고 밝혔다. 세계일보는 2006년 이후 7년만인 지난해 11월 9.45포인트에서 9.7포인트로, 서울신문은 지난해 1월 9.4포인트에서 9.7포인트로 바꿨다. 매일경제는 9.8포인트, 한국경제는 9.95포인트로 크기를 키웠다.

지역신문에서는 강원일보가 주도적이다. 강원일보는 지난 2010년 14.8포인트로 바꾼 이후 올해 16.2포인트로 다시 확대했다. 충청투데이와 경북매일신문은 10포인트, 제민일보는 9.8포인트, 강원도민일보 9.6포인트로 키웠다.

신문들은 활자 확대가 독자들의 가독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조선일보 관계자는 “독자 입장에서 좀 더 편하게 볼 수 있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궁리해 반영한 것”이라며 “실제 활자 크기로 구독 신문을 바꾼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종합일간지 한 편집부장도 “활자가 커야 신문을 편하게 볼 수 있다”며 “실제 전화나 편지 등을 통해 독자들이 꾸준히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종이신문의 주 구독층이 중장년층과 노년층이 많다는 점이 주요하다. 신문 구독률이 계속 감소하는 현실에서 주 독자층인 높은 연령대를 겨냥했다는 분석이다. 눈의 피로도를 줄인다는 점에서 젊은 층도 예외는 아니다.

기사 매수와 정보량이 줄어든다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신문들은 글자 간격과 줄 간격, 디자인 등을 조정해 콘텐츠 양에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서울신문은 “글자와 글자 사이의 간격을 줄여 기사 손실은 최소화”했고, 경향은 “기사량은 조금 줄었지만 기사 밀도를 높였다”고 밝혔다. 조선도 신문 테두리 여백을 줄여 기사량에 영향이 없다고 밝혔다. 다만 종합일간지 한 기자는 “글씨 크기가 커진 만큼 오·탈자에 더 신경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활자가 커지면서 신문들이 1면 또는 전면 등 편집을 7칼럼에서 6칼럼 체제로 바꾸고 있다. 조선일보는 가로쓰기를 도입한 지 14년6개월 만에 종합 1면과 조선경제 1면을 6단으로 바꿨다. 세계일보는 전면, 서울경제는 1면을 혼용, 경향은 1면과 경제·문화·스포츠 지면을 바꿨다. 한 편집부 기자는 “글자 사이에 강이 흐르듯 여백이 생기는 흰강 현상을 방지하고 한 단에 가장 보기 좋은 적정 글자 수(14~16자)를 맞추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흐름에 시사주간지 등도 고민이다. 독자 저변을 넓히는 방안이기는 하지만 판형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한 시사주간지 기자는 “시사주간지들이 3~4년 전 인쇄비용 문제로 판형을 조금 줄이면서 글씨 크기가 작아보인다”며 “현재는 글씨 크기를 늘리면 디자인 문제가 있어 장기적 고민은 하지만 당분간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종합일간지 한 기자는 “시각적 효과 등 자연스러운 추세지만 짜임새 있는 편집과 조형미는 다소 떨어질 수 있어 신문사 자체적인 연구와 고민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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