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삼척MBC 합병…지역사 통합 신호탄 되나

광주·목포·여수, 충주·청주 움직임
생존 문제 접근…일방 추진 반대


   
 
  ▲ MBC가 지난 13일 오후 이사회를 열고, 강릉MBC와 삼척MBC의 합병을 승인했다. (사진=MBC)  
 
강릉MBC와 삼척MBC가 합병해 ‘MBC영동(가칭)’으로 출범한다. 노사 합의로 이뤄진 첫 통합 사례로 이에 따라 다른 지역MBC 광역화 움직임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MBC는 지난 13일 이사회를 열고 강릉MBC와 삼척MBC의 합병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합병 비율은 1대 0.297로 강릉MBC가 삼척MBC를 흡수 합병하는 방식이다.

지역MBC 통합은 지난 2011년 9월 창원MBC와 진주MBC가 합병해 출범한 MBC경남에 이어 두 번째다. 창원·진주MBC 통폐합은 당시 구성원들의 반발을 무릅쓰고 본사 일방 주도로 추진되어 크고 작은 마찰을 빚었다. 반면 이번 강릉·삼척MBC 합병은 지역사의 자발적 결단에 의해 이뤄졌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MBC는 “국내 지상파 사상 최초로 노사가 합의한 자발적 합병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강릉·삼척MBC 합병은 지난 2012년 사측 주도로 진행되다 노조의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그러나 방송 환경이 변하고 경영 상황이 악화되면서 광역화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으로 받아들여졌다. 이에 두 회사 노조는 지난달 각각 조합원 총회를 열어 통합 논의 찬성을 결의했다. 노사는 고용 안정과 강릉·삼척 방송시설 유지 등을 골자로 한 합의문에 서명했다.

임무혁 강릉·삼척MBC 사장은 “합병을 통해 강력한 회사로 출범하면 경영이 어려울 때마다 단행했던 구조조정 없이 고용 안정을 유지할 수 있고, 양질의 콘텐츠를 개발해 지역 주민에게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강릉·삼척MBC 합병은 오는 4월까지 주주총회를 열어 통합 안건을 의결하고 이후 방송문화진흥회와 방송통신위원회 승인을 거치면 마무리된다.

강릉·삼척 통합으로 다른 지역MBC의 광역화 추진에도 본격 드라이브가 걸릴 것으로 보인다. 광주·목포·여수MBC는 지난달 15일 “급변하는 방송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광역화를 추진하기로 했다”면서 광역화추진단을 구성했다. 3사 노조는 임기 만료를 앞둔 사장들의 광역화 추진이 ‘성과 보여주기 식’이 되는 데 우려를 표명하면서도 광역화 논의 자체에는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충주MBC와 청주MBC도 이용석 겸임 사장의 주도 하에 광역화 추진을 검토 중이다.

각 사별로 차이는 있지만 광역화에 대한 지역MBC 구성원들의 인식은 2~3년 전과는 사뭇 달라진 양상이다. MBC 본사 한 관계자는 “지역MBC의 경쟁력이 약화되면서 이대로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지역사 전체적으로 퍼져 있는 것 같다”며 “지역사가 생존의 문제로 광역화를 고민하기 시작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대다수 지역사들이 적자를 내는 것과 달리 MBC경남은 통합 이후 흑자모드”라며 “제작비 규모가 커지고 광고 경쟁력이 높아지는 등 광역화의 긍정적인 효과들이 새삼 환기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MBC경남 내부에선 광역화에 따른 시너지 효과를 피부로 느끼기 힘들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근거 없는 장밋빛 전망이나 일부 긍정적 효과를 확대 해석해 광역화를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러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지역MBC 한 관계자는 “지역사 통폐합이 하나의 돌파구라든가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처럼 비춰지는 것에 반대한다”면서 “광역화가 불가피한 경우에도 반드시 노사 대화의 틀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원칙은 변함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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