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미이 회장의 망언과 NHK 구성원의 침묵
[글로벌 리포트 | 일본] 이홍천 게이오대 교수
이홍천 게이오대 교수 jak@journalist.or.kr | 입력
2014.02.19 15: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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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홍천 게이오대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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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5일 이후 NHK에 대한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야당을 비롯한 정치권은 물론이고 앰네스티 재팬, 여성차별 철폐위원회 등 시민단체까지 비난 대열에 가세하고 있는 가운데 일주일 만에 7000건의 항의 메시지가 쇄도했다. 혐한보도로 지면을 장식하던 주간지들도 일제히 NHK를 향해서 포문을 열었다. 물론 그렇다고 혐한 보도가 완전히 자취를 감춘 것은 아니지만 NHK 비판기사가 연이어 지면에 등장했다.
‘(국회)위원회 출석 NHK 모미이 회장에 간부가 눈물로 여기까지만 발언 호소’(문예춘추), ‘설화는 시간 문제, 모미이 회장의 이력서’(주간 신쵸, 2월 6일자), ‘아베의 앞잡이 NHK 모미이 신회장 사상의 원점’(주간 포스트), ‘NHK 모미이 회장 취임회견 발언은 허점 투성이’(주간 아사히, 동 14일자), ‘회장 폭언은 유야무야, 언론 입막기 분주한 NHK’(선데이 마이니치, 동 2월 16일자).
물론 이 같은 기사는 모미이 가츠토 NHK 신임회장이 취임회견에서 내뱉은 발언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모미이 회장은 기자회견에서 “종군위안부는 그때의 현실이었다”며 “이런 문제는 어느 나라나 다 있었다”며 강제연행을 부정했다. 또 국제방송은 “국익을 주장해야 한다”고 편집방침을 피력하는 한편 언론자유를 침해할, 영토문제에 대해서도 일본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뱉었다. 국민의 알 권리가 위축될 소지가 많은 ‘기밀보호법’은 국회에서 통과된 것이라 (뭐라고 해도) 소용없다며 비판할 생각이 없다는 무책임성을 드러냈다. 발언의 진위를 추궁당하자 발언은 “개인적인 견해”라며 철회했다.
그러나 이날 발언으로 모미이 회장은 중의원 예산위원회에 두 차례나 불려나가 발언의 진위와 발언내용이 방송법 위반은 아닌지 야당으로부터 추궁당해야 했다. 2월 13일에는 NHK 기자 출신의 신당 유이노당 의원으로부터 사퇴요구를 받기도 했다. 2월 13일 열린 정례기자회견에서는 간부들이 건넨 메모대로, 개인적인 의견을 밝히는 것은 삼가겠다고 연발했다. 국회에서 사죄하고 발언을 철회했기 때문에 “이미 지나간 일”이라며 문제발언에 대한 질문에 더 이상 받지 않았다. 정례회견을 취재한 마이니치신문의 기자는 “(모미이 회장은) 자신의 견해를 밝힌 것이 부적절한 것이기 때문에 철회한 것이지 내용에 대해서 철회한 것은 아니다”라며 시청자들은 이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NHK의 다른 경영위원은 모미이 회장보다 한 술 더 뜬 발언으로 주위를 놀라게 했다. 영화로도 제작된 동명의 베스트셀러 ‘영원의 제로’의 저자 하쿠다 나오키씨는 2월 3일 도쿄도 지사 선거에 출마한 전 자위대 항공막료장 타모가미 토시오 지지연설에서 타 후보들을 ‘인간 쓰레기’라고 지칭해 파문을 일으켰다. NHK 경영위원이 정치적인 언행을 하는 경우도 드물뿐만 아니라 남경대학살과 도쿄재판을 부정하는 발언을 공공연히 밝히는 것은 더더욱 드물기 때문이다. 경영위원은 NHK의 명예와 신용을 떨어뜨리는 행위를 해서는 안된다고 복무규정(제5조)에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아베 총리는 국회답변에서 개인적인 견해라며 이들 발언과 언행을 문제삼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하쿠다씨를 포함해서 보수적인 경영위원 5명을 임명한 것은 아베 총리 본인인데도 임명책임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었다.
일본은 방송의 편집, 편성권을 경영책임자가 가진다. 따라서 최고경영자의 정치적 입장이 방송내용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다. NHK는 일본의 BBC로 비유되기도 한다. 영국의 데이비드 캐머런 수상은 지난 7일 독립을 위한 주민투표를 앞두고 있는 스코틀랜드 주민들을 향해서 (만약 스코틀랜드가 독립하게 되면) 잃게 되는 것 중의 첫번째로 BBC를 들 정도이다. 이라크 대량살상무기(WMD) 정보가 조작됐다는 보도로 사임한 BBC의 전 경영자 그레그 다이크씨는 노동당 지지자이자 당시의 블레어 총리의 친구였다. 그레그씨는 일본 취재진으로부터 모미이씨의 발언 내용을 듣고 “I can’t imagined”이라며 “기자는 물론 경영진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2월 17일 현재까지 NHK에 반발이 일어났다는 소식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BBC와 노동당 정부와의 대립을 기록한 그레그씨의 회고록은 2006년 NHK 자회사를 통해서 일본에 소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