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철 2세들' 몰염치의 끝은 어디인가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편집위원회 jak@journalist.or.kr | 입력
2014.02.19 15:34:37
국제 언론 감시단체인 ‘국경없는 기자회’는 2014년 한국의 언론 자유 지수가 세계 57위라고 발표했다. 지난해 50위에서 일곱 계단 추락해 3년 연속 하락한 것이다. 파푸아뉴기니(44위), 부르키나파소(52위), 몰도바(56위) 등 어느 대륙의 나라인지조차 헷갈리는 국가들보다 낮은 순위다. 해직 언론인들의 복직이 수년째 미뤄지고 정부편향적인 불공정 보도가 계속됐기 때문이다. 특히 국경없는 기자회가 주요한 항목으로 분석한 권력으로부터의 독립과 자기 검열 수준, 취재 및 보도의 투명성 등에서 한국 공영방송의 현실이 나쁜 점수의 원인이 됐을 것이란 분석이다.
한국의 대표적 공영방송 중 하나인 MBC 문화방송의 새 사장이 오는 21일 내정된다. 김종국 현 사장이 김재철 전 사장의 잔여 임기 10개월만을 마치고 물러나는 것과는 달리 이번 MBC 사장은 2017년까지 3년간 재임하게 된다. 신임 사장은 망가진 공영방송 MBC의 위상을 정상화하고, 보도의 공정성을 높일 수 있는 안정적인 경영권을 갖게 된다.
하지만 최종 사장 후보를 보면 기대보다 우려가 앞설 수밖에 없다. 온갖 추문의 대상이었던 김재철 전 사장의 오른팔, 왼팔을 자처하던 ‘김재철 2세들’이 버젓이 사장 후보가 됐다. 최고 임원으로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면서 김재철 전 사장을 대변하고, 편파 왜곡 보도를 주도한 인사들이 사장 후보가 된 것이다.
특히 이진숙 MBC 워싱턴 지사장은 지난 대선의 와중에 정수장학회의 MBC 지분을 매각해 선거에 활용하려 했다는 보도가 터져 나와 엄청난 논란을 일으켰던 장본인이 아닌가. 이진숙 지사장의 MBC 지분 매각 시도 파문은 이미 재판 과정에서 상당부분 사실로 드러났다.
장학재단 소유의 언론사 지분을 매각해 선심성 선거 자금에 투입하려는 사상 초유의 부정선거 음모자가 방송사의 사장이 된다면 그 방송사의 선거 보도를 어느 누가 믿겠는가. 이진숙씨가 MBC 사장이 되는 그 순간부터 정수장학회의 MBC 지분 매각 여부를 중심으로 MBC 민영화 논란이 본격화 될 터이고, 그 논란은 집권 2년차를 맞는 박근혜 대통령에게도 부담이 될 것이다.
“MBC 사장 선임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청와대의 말을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MBC 사장을 뽑는 방문진 이사 9명 중 6명이 정부 여권 추천 이사이고, MBC 지분 30%를 갖고 있는 정수장학회는 박근혜 대통령이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가업이 아니던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은 박근혜 대통령의 언론 공약 1호였다. 큰돈이 드는 공약도, 계층간의 저항이 있는 공약도 아니다. 비정상을 정상으로 만드는 너무나 당연한 일로 정권의 의지만 있으면 되는 것이다. 제도적 개선안도 필요하지만 그 전에 이번 MBC 사장 선임에서부터 정권의 해바라기가 아닌 방송 정상화의 의지와 실력을 갖춘 사람을 뽑도록 하면 된다. 한류의 원동력인 방송 콘텐츠 산업이야말로 창조 경제의 표본이 아닌가.
전국의 언론인들이 정부의 언론 장악에 맞서 박근혜 정권 출범 1주년인 오는 25일 국민파업에 동참하기로 했다. 또다시 정권의 낙하산으로 방송을 장악하려 한다면 언론인들의 저항 강도는 더욱 거세질 것이다. 하지만 상식적인 사장 선임이 이뤄지면 현 정권 언론정책의 재평가가 이뤄질 것이다. 그 기회를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