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적·질적으로 성장한 인권보도…구조적 인권 침해에 더 많은 주목 이루어졌으면"
[제3회 인권보도상 심사평] 김서중 성공회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김서중 성공회대학교 교수 jak@journalist.or.kr | 입력
2014.02.26 14:2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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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서중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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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위원들은 인권보도상이 3회에 이르면서 일정한 궤도에 오르고 있다고 판단하였다. 응모 작품들이 양에서도 많이 늘었지만, 전체적인 수준이 상향평준화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인권의 중요성을 고려하면 언론의 인권보도가 양에서나 질에서 향상되고 있다는 것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이는 언론의 변화이기도 하지만 인권에 대한 사회의 관심이 증대되고 있다는 징표이기 때문이다.
이번 응모작들 중에는 심층보도가 많았던 점이 눈에 띄었다. 많은 지면과 시간을 할애하고, 연속보도 등을 통해서 인권 침해 사례를 사회의제화 하려는 노력이 돋보였고, 인권 문제를 조명하는 새로운 접근 방식이 동원되고 있다는 점이 주목할 만했다.
소재 측면에서도 그 동안은 장애인 인권 문제 등에 치우쳐 있었다면 이번에는 보도의 사각 지대에 있던 인권 문제들 즉 억류된 선원의 문제, 한국인 아버지들의 버림을 받은 외국인의 문제, 입양문제 등 다양한 사안들까지 다루는 긍정적인 변화가 보였다. 단지 장애인, 시설, 소외계층 등이 겪는 개인적 인권 침해에 대한 관심이 많은 반면 좀 더 경제, 정치권력 등에 의해 구조적으로 발생하는 인권침해에 대한 보도는 상대적으로 적었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한편 인권 영역이 다른 분야의 현실과 유리된 독립적 영역은 아니기 때문에 다른 사건을 취재하면서 인권의 측면을 같이 다루게 될 가능성이 높은 것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현대사회에서 인권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음을 감안하면, 인권에 초점을 맞춰 수미상관하게 논점을 이끌고 정체성을 분명히 하는 기사가 더 많았으면 좋겠다는 아쉬움도 있다.
심사는 응모작들 중에서 심사위원 1차 개별 심사 결과를 종합해 예비후보작을 추려내고 논의를 통해 그 중에서 다섯 수상작을 결정했다. 수준이 상향평준화되어 심사위원들의 의견이 갈릴지 모른다는 예상과 달리 의외로 의견들이 많이 일치했다. 미묘한 차이이지만 후보작, 수상작들이 내용에서 인권 문제에 좀 더 천착했거나, 새로운 방식으로 조명하려는 노력 그리고 새로운 소재 발굴에서 돋보인 측면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수상작 중에서 경남도민일보가 다룬 ‘밀양 할매, 할배들의 절규에 응답하다’는 고압 송전탑 설치 반대를 하는 밀양 주민들의 권리 투쟁을 다루었다. 송전탑 문제는 전 국민적 관심사이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서울 또는 도시 중심의 에너지 정책을 펴고 있는 현실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중앙 언론에서 상대적으로 소홀이 다루어졌다. 경남도민일보가 지역신문의 특성을 살려 이런 한계를 극복하고 심층보도한 점을 높게 평가했다. 또 이 사건이 일견 송전탑을 둘러싼 경제적 갈등 같지만 사실은 인간의 삶을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시각차에서 비롯한 인권의 문제임을 잘 보여준 것도 높게 평가했다.
광주MBC의 ‘상처 입은 자의 치유 2부작’은 권력의 인권 침해를 다루면서 ‘치유’라는 개념을 부각시켜 대안까지 제시함으로써 인권에 대한 새로운 접근의 가능성을 제시하였다. 지방 방송국이라는 한계를 넘어 다양한 사례를 취재하고 피해자들의 육성을 공들여 담아 낸 정성도 돋보였다. 소재, 방법, 제작에 투여한 노력 등에서 프로그램의 품격을 높였다고 할 수 있다.
국민일보의 ‘입양특례법 때문에 아기를 버립니다’는 언뜻 소재가 진부해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선의가 반드시 좋은 결과만을 초래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인권을 제대로 지켜주기 위해서는 정말 세심한 고려가 필요하다는 점을 잘 전달하고 있고, 입양아들의 인권을 어른의 관점이 아닌 입양아의 관점에서 다시 생각하게 해주었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고 하겠다.
아리랑TV의 ‘“Comfort Women” One Last Cry’는 전쟁으로 인한 인권 침해의 대표적 사례인 위안부 문제를 다루고 있다. 이는 오래된 현안이면서 동시에 미결의 과제다. 심사위원들은 이 프로그램은 위안부 문제가 동일한 아픔을 겪은 해외와 연대해야만 해결 가능한 사안이라는 점을 잘 지적하고 있고, 위안부 피해자의 생생한 증언을 담고 있는 ‘또 하나의 기록’이라는 점에 가치를 부여했다.
오마이뉴스의 ‘삼성전자 A/S의 눈물’은 삼성전자라는 이름을 달고 있지만 현실은 아닌 A/S 직원의 삶을 심층적으로 보도함으로써 경제적 인권침해의 본질을 다시 깨닫게 하는 데 기여했다는 점을 높게 평가했다. 쌍용차, 한진중공업, 기륭전자 등 수많은 사업장의 노동자들이 겪는 고통에서 보듯 우리 사회에서 경제적 인권은 점차 더욱 중요한 사회적 해결 과제로 부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사위원들은 일베 현상의 피해를 국제적 사례와 비교해 다룬 ‘보도 특집 얼굴 없는 폭력(KBS 광주)’, 지역의 현안인 난민 문제를 심층적으로 다룬 ‘코리아 고스트, 난민(경인일보)’, 기자가 문제의식을 가지고 꾸준히 보도를 이어 간 ‘발달 장애인 리포트(세계일보)’, 우리 일상 속에서 인권 침해를 야기하고 있음에도 무심히 당연한 듯 받아들이고 있는 군대 문화를 다양하게 점검한 ‘우리 안의 군대문화(한국일보)’ 등이 충분히 수상할만함에도 순위에서 밀려 수상작이 될 수 없음에 아쉬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