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의 언론 무력화 기도 단호히 맞서야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편집위원회 jak@journalist.or.kr | 입력
2014.02.26 15:58:10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지 1년이 지났다. 민주노총은 국민총파업을 선언했고 전국의 1만2천 언론노동자들도 동참을 선언했다. 한국기자협회와 전국언론노동조합이 24일 공동주최한 ‘박근혜 대통령 취임 1년, 무엇을 했고 무엇을 해야 하는가’ 토론회에서도 정부의 언론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대종을 이뤘다.
박근혜 정부를 관통하는 언론정책은 ‘불통’이라는 말로 요약된다. 해직언론인 복직 문제가 “파업은 정당했고 공정보도는 근로조건”이라는 법원 판결에도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대선공약이었던 공영방송지배구조 개선 문제는 해결은커녕 오히려 뒷걸음질쳤다. 바른 말 하는 기자는 내치고 입 발린 소리하는 기자는 챙기는 방식으로 언론을 분열시키고 길들이려 하고 있다.
사장 재직시 해직사태와 공영방송의 신뢰도 추락이라는 지금의 위기를 촉발한 당사자가 기초단체장 선거에 출사표를 던지는가하면 그의 최측근은 사장이 됐다. 간판 뉴스 앵커를 역임한 방송기자가 ‘호적에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청와대 대변인으로 자리를 옮겼다. 보직부장으로서 오전까지 회의에 참석해놓고 그날 오후 바로 청와대로 출근해 기자들을 만났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이쯤되면 뻔뻔함을 넘어 최소한의 부끄러움도 없는 행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어디서 많이 본 풍경이다. 과거 신문에 힘이 있을 때 권력의 칼날은 신문을 향했다. 기자를 끌고가 고문했고 맘에 들지 않으면 신문사 문을 닫게 했다. 말 잘 듣는 기자는 정치권으로 끌어들였고 언론사엔 각종 특혜를 몰아줬다. 권위주의 정권 시절 되풀이된 권력의 전형적인 언론길들이기 방식이다. 이 과정을 거치며 사세를 키운 대표적인 신문사가 한때 ‘언론권력’으로 군림하며 펜끝을 마구 휘둘렀던 조선·중앙·동아 등 보수신문들이었다. 기자를 내쫓고 권력에 영합한 대가로 이들은 권력을 주무를 정도로 덩치를 키웠지만 신문시장은 신뢰를 잃고 만신창이가 됐다. 조중동 스스로 신문만으론 못 살겠다며 방송시장에 뛰어들 정도로 악화된 상태다. 무책임하지 않은가.
이제 권력과 자본의 칼끝은 방송을 향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방송은 과거 사례에서 하나도 배우지 못한 채 과오를 반복하고 있다. 정권이 국정원 댓글 개입 사건을 뭉개고 궁지에 몰리면 공안사건을 터뜨려 여론의 물길을 돌리려 혈안이 돼 있는데도 가타부타 말이 없다. 국가기관이 증거를 조작해 멀쩡한 사람을 범죄자로 만드는, 과거에나 있을 법한 비상식적인 일들이 버젓이 되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는데도 파고들려 하지 않는다. 이런 정권이 비정상의 정상화를 외치는 이 비정상적인 상황을 눈앞에 두고도 침묵한다면 방송시장의 붕괴는 시간문제일 뿐이다.
정권의 탄압에 굴복해서 입맛에 맞는 보도를 한 대가로 기자와 소속사가 승승장구한들 방송시장 전체가 국민의 신뢰를 잃고 붕괴되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똘똘 뭉쳐 우리가 딛고 있는 언론환경을 정상으로 돌리고 기자 본연의 자세를 회복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기자라는 것이, 언론인이라는 것이 국민 앞에 떳떳하고 자랑스러울 수 있으려면 권력의 회유와 압박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어야 한다. 이 싸움에 신문과 방송, 잡지, 인터넷의 구분은 무의미하다. 언론인 모두가 정신 똑바로 차리고 권력의 언론 분열과 무력화 기도에 맞서야 한다. 박근혜 정부도 사전에 조율된 질문지로 청와대 출입기자들을 들러리세우는 식의 언론관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언론, 국민과 소통하는 방법이 무엇인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