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뷰징' 악순환의 고리 끊어야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편집위원회 jak@journalist.or.kr | 입력
2014.03.05 14:13:44
‘기레기’라는 말이 있다. ‘기자 쓰레기’라는 뜻으로 포털 사이트 뉴스 댓글에서 종종 볼 수 있다. 독자의 정치적 성향과 다른 논조의 기사에도 간혹 이런 댓글이 달리지만 보통 기업의 홍보성 보도자료를 그대로 베껴 쓴 기사나, 뉴스 사이트 방문자 수를 올리기 위해 인기 검색어에 따라 경쟁적으로 쏟아내는 이른바 ‘어뷰징’ 기사에 주로 이런 댓글이 달린다.
최근에는 어뷰징 기사가 부쩍 늘었다. 네이버의 뉴스캐스트가 뉴스스탠드로 전환되면서 방문자 수가 급감한 언론사들이 안면몰수하고 검색어 장사를 하고 있다고 한다. 방문자 수가 곧 돈인 온라인 언론 시장 환경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일각에서는 독자들의 요구에 따라간 것일 뿐이라고 항변하기도 한다. 골치 아픈 시사 이슈보다는 연예인 가십이나 UFO를 봤다는 소문에 더 관심 있는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 ‘황색 저널리즘’의 문제가 어제오늘만의 일도 아니다.
하지만 당장의 이익에 눈이 멀어 언론에 대한 신뢰도를 무너뜨리는 공멸 행위라는 점을 경고하지 않을 수 없다. 대부분 이와 같은 기사들은 ‘인턴 기자’, ‘온라인 뉴스팀’ 등의 바이라인을 달고 발행이 된다. 최저 임금 수준의 급여를 받으며 하루에 수십 건씩 기사를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는 인턴 기자들을 양산하고 있다. 드라마에 비치는 기자들의 모습도 하나같이 우루루 몰려다니며 ‘받아쓰기’ 하는 모습이다.
여기에는 수익만을 좇는 언론사들의 무책임과 비겁함이 숨어 있다. 이와 같은 비윤리적 ‘기사 장사’는 초창기 영세한 인터넷 매체들이 주도했지만, 최근에는 대형 언론사들도 어뷰징에 동참하는 추세다. 사회적 비난에도 이들은 “닷컴에서 하는 일인데”라며 남의 일 보듯 발을 빼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양심적으로 기사를 생산하고 편집하는 언론사는 불이익을 볼 수밖에 없는 환경으로 치닫고 있다는 것이다. 손쉬운 돈벌이 수단에 대한 유혹을 뿌리치고 얻은 것이 수익 악화라면 대한민국 언로에서 양질의 보도는 점점 줄어들고 초 단위로 양산되는 어뷰징 기사만 남게 될 것이다.
포털 사이트들도 어뷰징을 더욱 강력하게 단속해야 한다. 심지어 광고 수익을 노리는 일반 블로거들도 어뷰징에 가세하고 있는 현실이다. 1차적 책임은 언론사에 있겠지만 어뷰징으로 인해 검색의 신뢰성이 떨어지면 그 피해는 포털 사이트들에게도 돌아가게 돼 있다. 또한 포털 사이트 자체 편집 콘텐츠의 선정성에는 문제가 없는지 진지하게 성찰해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환경이 초래된 데에는 방문자 수 올리기 경쟁을 주도한 포털 사이트에도 책임이 있다.
언제든 비판적인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기자라는 직업의 특성상 어디서든 어느 정도 욕을 들을 수밖에 없다. 과거 군사독재 정권 시절 일부 언론과 기자들이 권력의 앵무새라는 비난을 받았지만, 요즘처럼 기자라는 직업 자체의 자존감이 떨어지지는 않았던 것 같다. 모두가 고상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언론으로서 최소한의 기본은 지키자는 것이다.
이대로라면 모두가 공멸하고 만다. 자회사를 통해 온라인 콘텐츠를 공급하는 대형 언론사들도 더 이상 책임을 방기해서는 안 된다. 무너져 가는 언론 환경을 바로 잡는 일은 혼자서 할 수 없는 일이다. 모두가 머리를 맞대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