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남대문 사옥에서 만나자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편집위원회 jak@journalist.or.kr | 입력
2014.03.26 14:07:57
2008년 여름,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의 언론특보였던 구본홍씨의 사장 선임에 반대하다 해고된 YTN 기자 6명이 오는 28일로 해직 2000일을 맞는다. 권석재·노종면·우장균·조승호·정유신·현덕수. 그들이 마이크를 놓고 거리의 기자가 된 지 벌써 5년 반이 지났다. 계절이 숱하게 바뀌는 긴 기간 동안 그들의 고통이 어떠했을지 상상하는 것조차 송구하다.
우리에겐 훌륭한 동료 기자였던 그들도 누군가의 아들이자 남편이며 아빠였다. 이들은 해직상태에서 부모님을 여의고, 어머니와 아내가 쓰러지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그렇게 1000일이 지났고, 1000일이 또 지나간다.
YTN에 낙하산 사장을 내려 보낸 이명박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이 됐고, 낙하산 사장인 구본홍씨도 YTN을 떠난 지 오래다. 해직 2000일을 맞는 날은 하필 YTN이 남대문 사옥에서의 마지막 날이라고 한다. YTN이 상암동 신사옥으로 이사하기 때문이다. 그들을 해고한 자도, 그들을 해고한 회사도 자리를 옮기는데 그들만 해직 기자로 남아 있다.
이들을 복직시키는데 무슨 어려움이 있단 말인가. 대선 캠프 출신 사장으로부터 공정방송을 사수하려는 YTN 기자들의 투쟁은 이미 국민들로부터 충분한 정당성을 인정받았다.
이들이 제기한 첫 번째 해고무효 소송에서 법원도 “해고는 무효”라고 판결하지 않았던가. 해고무효 소송을 3년 가까이 끌고 있는 대법원도 유감이지만 법원 판단에 기대 6년여가 되도록 복직을 미루는 경영진의 행태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대한민국 최고의 방송기자로 불렸던 이들의 멋진 기사를 보지 못하는 시청자의 피해는 왜 생각하지 않는가.
YTN의 불법 해고 사태는 MBC에 그대로 이어졌다. 2012년 방송공정성을 위한 MBC 노조원의 파업에 사측이 정영하 노조위원장 등 6명을 해고하고 징계를 남발한 것이다.
법원에서 “방송의 공정성을 위한 파업이므로 해고는 무효”라는 판결까지 내려졌지만 YTN 해직기자처럼 복직하지 못하고 있다. 해고 무효 판결에 사측이 항소로 대응하면서 MBC 해직기자들도 해고 2년을 눈앞에 두고 있다.
YTN과 MBC의 해직 사태가 길어지면서 대한민국 저널리즘도 함께 해직 상태를 맞고 있다. 남아 있는 기자들이 그들의 빈자리를 치열한 저널리즘으로 채워줄 것이란 기대와 반대로 패배주의와 보신주의로 자기 검열에 빠져 버렸다. 비판적인 기사는 일선 기자선에서 포기하기 일쑤고, 어쩌다 취재된 기사도 데스크 스스로 눈치보다 약화시켜 버린다. 심지어 YTN과 MBC에선 특종 기사마저 빼버린다고 하니 이쯤되면 저널리즘의 해직이 아니라 사망 상태라고 할 수 있겠다.
모든 기자들이 해직기자들처럼 살 수는 없다. 모든 기자들이 언제나 그들만 생각하고 살 수도 없다. 하지만 2000일을 하루처럼 당당히 버텨 온 그들을 생각하면 단 하루, 아니 몇 분 정도는 내줄 수 있을 것이다. 28일 YTN 해직기자들이 YTN 남대문 사옥에서 마지막 밤을 함께 한다고 한다. 지나가는 길에 잠깐씩 들러 따뜻한 악수 한번 주고 받자. 소속이 다르고 매체가 다른 게 무슨 상관인가. 모두가 선배이거나 후배인 동료 기자가 아닌가. 잠깐만 노종면이 되어 보자. 그렇게 서로를 ‘버티고’ 대한민국 저널리즘을 살려내자. 여섯 기자의 2000일이 못해낸 일을 2000기자의 6분이면 해낼 수 있다. 그것이 기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