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준 방통위원장 후보자 물러나야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편집위원회 jak@journalist.or.kr | 입력
2014.04.02 15:34:32
현덕수·정유신 등 YTN의 해직기자 6명이 지난 주말 해고 2000일을 맞았다. 2008년 낙하산 사장 반대 투쟁 이후 5년5개월, 중학생이던 아이가 대학에 갈 정도의 긴 시간 동안 그들은 마이크와 카메라를 들지 못했다.
공정방송을 요구하는 파업으로 해고된 MBC의 방송인 6명도 해직 2년을 앞두고 있다. 이들은 국민들은 물론 법원으로부터도 투쟁의 정당함과 해고의 부당함을 인정받았지만 여전히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부당 불법 해고 문제가 방송계의 핵심 이슈가 된 가운데 판사가 방통위원장 후보자가 돼 인사청문회가 실시됐다. 28년간 법조인으로만 살아왔다는 최성준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방통위원장에 내정된 것이다. 스스로 인정했듯 그는 방송이나 통신에 문외한이지만 법조인답게 언론자유라는 헌법 정신을 되살리는데 앞장설 것인가.
하지만 그의 행적을 보면 판사 출신 방통위원장에 대한 이 같은 최소한의 기대조차 쉽지 않다. 그는 서울형사지법 판사로 재직하던 1989년 당시 안기부가 요청한 한겨레신문사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해줬다. 자칫 언론자유 침해 논란이 벌어질 수 있는 상황에서 선뜻 영장을 내 준 것은 언론자유에 대한 그의 인식 수준을 엿보게 해준다.
2010년엔 전교조가 제출한 ‘명단 제공 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해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이 전교조 명단을 공개하게 해 줬다. 개인 정보에 대한 방통위 수장의 입장이 이런 수준이라면 방송과 통신에서 취합되는 국민 개개인의 각종 정보가 어떻게 보호될지 우려된다.
인사청문회에서 최성준 후보자는 방송사에 노사 동수의 편성위원회 설치를 의무화하는 방송법 개정안에조차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편성위원회는 방송사 소유주나 경영진을 견제할 그야말로 최소한의 장치인데 최 후보자는 방송사를 개인 기업 수준으로 인식하고 있는 듯하다.
수천만 원의 특강료를 챙겼다는 의혹, 연고 없는 지역의 부동산을 사들여 몇 배의 시세 차익을 냈다는 부동산 투기 의혹과 직장 없는 자녀에게 억대의 예금을 변칙 증여했다는 의혹, 부동산 임대 소득 등 각종 세금 탈루 의혹도 쏟아졌다. 최 후보자는 방통위원장에 내정되고 문제가 노출되고 나서야 뒤늦게 세금을 냈다고 한다.
방송 통신에 대한 전문성이 없고, 언론 자유와 공정 방송에 대한 의식도 낮고, 도덕성마저 의심되는 ‘삼무(三無)’ 방통위원장 후보자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최성준 후보자는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김기춘 실장보다 더 윗선에서 방통위원장을 맡으라는 연락을 줬다”고 밝혔다고 한다. 권력 실세 중 핵심인 김기춘 실장보다 위라면 과연 누구일까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청와대만 바라보면서 꼭두각시 역할을 할 생각이면 최성준 후보자는 스스로 방통위원장 후보자에서 물러나야 한다. 능력과 소신이 없는 자를 방통위원장에 앉혀 놓고 방송과 통신을 원격조정할 생각이었다면 청와대 스스로 내정을 철회해야 한다.
방통위원장은 언론자유와 방송 공정성 보장, 시민 중심의 통신에 대한 기본적인 철학이 있어야 한다. 최성준 후보자가 방통위원장을 하고 싶다면 방송 통신에 대한 헌법정신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되짚어 보기 바란다.